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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704)] 김상홍의 '선비의 보물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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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704)] 김상홍의 '선비의 보물상자'

4·13총선에서 불어온 정치 변혁의 새 바람을 보면서 지역에서 당선된 국회의원에게 투표한 나의 한 표가 열심히 살아가는 서민을 위해 일해 줄 사람을 뽑았다고 믿으면서, 수업시간에 '문학과 삶'이라는 단원에서 강의한 '그날이 오면'이란 시를 떠올렸다. 문학정신과 신념을 지닌 지식인으로 한 시대를 살다 간 심훈을 공부하면서 선비를 생각한다.

선비는 '어질고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으며 청렴과 결백, 지조라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목숨을 걸고 고단한 삶을 살기도 했다. 이러한 선비들의 아름다운 행적과 향기로운 이야기가 담긴 '선비의 보물상자'라는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은 '다산학 전도사'이자 '반부패 청렴 전도사'로 알려진 단국대 전 부총장을 지낸 김상홍 교수가 반부패 청렴 강의 때에 예화로 든 111편의 이야기를 모은 것이다. 시와 더불어 고단한 시대를 살았던 선비들의 정서를 느낄 수 있고, 우리에게 감동과 미래를 헤쳐가는 힘과 삶의 길을 알려준다.

여러 편 중에서 '이도령은 불량 공무원'이라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춘향전'의 이몽룡은 장원급제하여 암행어사를 임명받은 인재이고 풍자시를 지어 백성의 삶을 살필줄 알았던 신념있는 공무원이고, 연인 춘향을 일편단심 사랑하는 순정남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몽룡이 현대사회로 와서 40대에 교육부장관 후보자로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검증한다면 그의 과거 행적 중에서 관용차의 사적남용, 춘향이네 집 무단 주거침입, 미성년자들의 부모 동의없는 결혼, 낙하산식 초고속 승진, 권력을 애인 구하는 데 쓴 직권남용 등 다섯가지 행적이 문제가 되어 낙마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살아온 행적은 오롯이 발자국을 남긴다. 타성에 젖어서 관행처럼 당연시했던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며,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걸어왔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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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인상적인 것은 청렴하고 올곧은 선비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삶을 실천하며 살았던 선비들의 이야기였다.

고려의 이공수는 원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귀국 길에 마부가 말에게 조를 먹이자, 그 값을 베로 쳐서 곡식 낟가리 속에 넣어두었다고 한다. 또한 조선 명종 때 38년간 중요한 자리에서 벼슬을 했던 박수량은 비문을 새기지 않은 묘비로 그의 청빈했던 삶을 전하고 있다. 더불어 성종 때 이약동은 제주목사를 그만두고 돌아갈 때 가죽 채찍 하나를 가지고 있었는데, 작은 것이지만 이것도 제주도 물건이라며 관청의 문루에 걸어두고 빈손으로 떠났다고 한다.

조선 11대 임금 중종은 청문은 맑고 깨끗한 사람이 통과하는 문이고, 예문은 보통 사람이 통과하는 문이고, 탁문은 깨끗하지 못한 사람이 통과하는 문으로 궁궐 안뜰에 청문·예문·탁문이라는 3개의 문을 만들어 통과하도록 했다. 고관대작들도 보통문으로 나가는데 조사수는 당당하게 청문으로 들어갔으며 이런 조사수를 아무도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청백리 다산의 아내 홍혜완은 젖먹이 아들 학연을 키울 때 식량이 떨어져 굶주리자 어린 여종이 호박을 훔쳐다가 죽을 끓여 드렸으나 먹지 않았다. 부인은 오히려 어린 여종을 엄하게 꾸짖으며 회초리로 종아리를 쳤다고 한다. 다산은 유배지에서 돌아와 결혼 60주년을 앞두고 지나 온 날을 회고하는 유작시 '회근시'를 남겼다.
육십년 세월 잠간사이 흘러가/ 복숭아나무 봄 빛은 신혼 때와 같구나./ 생이별이나 사별은 모두 늙음을 재촉케 하나니/ 슬픔은 짧고 기쁨은 길었으니 성은에 감사하네./ 이 밤 목란사 소리 더욱 다정하고/ 유배시절 님의 치마폭에 쓴 먹 흔적 남아 있네./ 헤어졌다 다시 만난 우리 부부가 한 쌍의 표주박을 자손에게 남겨 주노라.(p401)

선비의 길을 가지 않고 불의한 권력에 빌붙어 영화를 탐하는 썩은 선비를 '부유(腐儒)'라고 한단다. '선비는 얼어 죽어도 곁불을 쬐지 않는다.'는 지조와 기개를 지닌 꼬장꼬장한 딸깍발이 선비들이 많아야 미래에 희망이 있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는 때이다. 선비의 마음속 보물 상자에는 청렴과 지조와 기개 등이 들어 있다. 고단하고 힘든 시대를 꾿꾿하게 살아갔던 마음을 한 편의 글에 담아 전하고 있다.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의 나침반으로 우리에게 감동과 때로 삶의 길을 알려 주고 우리들의 삶과 영혼을 아름답고 향기롭게 만드는 선비정신을 마음의 보석으로 품으며 책장을 덮는다.
김희지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진로독서센터 연구원(성남 동광중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