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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니의 전국 팔도 맛집 탐방(27) 진주 육거리곰탕] 어머니 정성이 담긴 70년 내공의 옛 곰탕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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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니의 전국 팔도 맛집 탐방(27) 진주 육거리곰탕] 어머니 정성이 담긴 70년 내공의 옛 곰탕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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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봄의 기운이 느껴지는 듯한 날씨가 이제 어느덧 겨울을 저멀리 밀어낸것 같다. 한번 잃어버린 입맛이 요즘 도통 잘 돌아오지 않는다.

예전에는 봄을 만끽할 수 있는 새콤 달콤한 음식을 즐겨 먹었는데 요즘 입맛이 바뀌어졌는지 설렁탕이나 곰탕 같이 진한 국물 맛이 더 와닿는다. 아무래도 나이가 든다는 증거인 것 같다. 어릴 때는 잘 느끼지 못했던 맛이다.

옛맛이 그리워지면서 어머니가 정성을 담아서 끓여주던 곰탕 한그릇이 떠오른다.

곰탕 한그릇 먹기 위해서 경남 진주를 다녀왔다. 일반적으로 진주 음식 하면 보통 떠오르는 것이 진주냉면과 진주비빔밥이다. 그렇지만 필자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냉면도 비빔밥도 아닌 곰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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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에서는 가장 오래된 식당 중 하나라고 소문난 곳이 바로 육거리 곰탕이다. 1948년 고(故) 정순악 씨가 육거리에 곰탕집을 개업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벌써 70년 가까이 전통의 맛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창업주가 사용했던 국자를 액자로 만들어 가보처럼 보관하는 모습속에 이곳 맛의 역사의 한 장면을 엿볼 수 있다. 단순히 액자속에 걸려 있는 것이 아닌 이 곰탕을 만들었던 창업주의 마음이 조금은 느껴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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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탕과 따라오는 밑반찬은 김치와 깍두기 그리고 부추무침이 전부다. 깍두기는 시원한 맛이 좋았고 김치는 꼼꼼한 맛이 났지만 국물과 함께 먹을 때는 곰탕의 맛을 별미처럼 느끼게 해주었다. 특히 이곳에서 인상 깊은 반찬 중 하나가 바로 부추무침이다. 어느 곰탕집에서도 보기 힘든 밑반찬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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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국밥 전문점에서 보던 것을 곰탕 전문점에서 만나니 참 새롭다는 생각이 든다. 경상도에는 부추라는 단어 보다는 정구지라는 표현이 더 익숙하다. 부추무침(정구지)은 멸치액젓과 고춧가루를 넣어 무쳤는데 맛이 과하지 않고 부추의 식감과 향이 잘 어우러진다. 특히 곰탕과 함께 먹는 맛은 절묘하다.

서울의 하동관이나 맑은 국물이 특징인 원조 나주곰탕 하얀집과는 사뭇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보기에는 설렁탕과 소머리곰탕이 절묘하게 섞여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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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을 한숟가락 떠서 입으로 넣어보니 참 매력적인 맛이 아닐 수 없다. 목젓을 타고 내려가는 국물 안에는 구수한 맛이 살아있는 듯 입속을 행복하게 채워준다.

또한 국물이 전반적으로 진하지만 잡내가 나지 않는다. 그리고 먹을수록 담백한 맛이 기분을 좋게 한다. 감칠맛은 부족하지만 담백하고 구수한 맛으로 대신 채워놓는다.

진한 국물속에 담겨있는 70년 전통의 맛이 가끔 생각날 것 같다.
권후진 맛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