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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자의 지명] ‘몸값 높은’ 공병과의 전쟁, 대형마트·SSM·편의점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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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자의 지명] ‘몸값 높은’ 공병과의 전쟁, 대형마트·SSM·편의점 가보니…

대형마트 ‘무인 빈병 회수기’로 간편… 개점 전부터 줄서
구멍가게‧SSM‧편의점 “몇 병이나?” 대부분 회수 꺼려
국내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으로 ‘공병 보조금’을 받기 위한 물량이 집중되고 있지만 점포마다 공병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실제 공병 보증금을 받기 위해 매장을 찾았을 때 점주나 직원이 인상부터 찌푸리는 경우도 빈번했다. ‘몸값 높은’ 공병은 어떻게 회수되고 있을까. 직접 공병을 들고 직접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 편의점을 찾았다. 사진=한지명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국내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으로 ‘공병 보조금’을 받기 위한 물량이 집중되고 있지만 점포마다 공병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실제 공병 보증금을 받기 위해 매장을 찾았을 때 점주나 직원이 인상부터 찌푸리는 경우도 빈번했다. ‘몸값 높은’ 공병은 어떻게 회수되고 있을까. 직접 공병을 들고 직접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 편의점을 찾았다. 사진=한지명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한지명 기자] 정부가 병 재사용률 제고를 취지로 올 초부터 소주, 맥주 등 주류와 음료 공병에 부과된 보증금을 인상했다. 소주병 보증금은 기존 40원에서 100원, 맥주병은 50원에서 130원, 콜라·사이다병은 40원에서 100원, 1ℓ 이상 대형 주스병은 350원으로 올랐다.

국내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으로 ‘공병 보조금’을 받기 위한 물량이 집중되고 있지만 점포마다 공병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실제 공병 보증금을 받기 위해 매장을 찾았을 때 점주나 직원이 인상부터 찌푸리는 경우도 빈번했다. ‘몸값 높은’ 공병은 어떻게 회수되고 있을까. 직접 공병을 들고 직접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 편의점을 찾았다.

◇대형마트 ‘무인 빈병 회수기’로 간편… 개점 전부터 줄서


8일 오전 10시, 개점을 앞둔 서울역 인근 A 대형마트. 나이가 지긋하신 노인들이 손수레를 끌고 무인 공병회수기 앞으로 향했다. 손수레에는 소주·맥주병이 빼곡히 들어있었다. 노인은 굽은 허리를 펴면서 공병 을 회수기에 옮겨 담았다. 매장에서 대기표를 끊은 그는 2700원을 주머니에 넣고는 유유히 발걸음을 옮겼다.

같은 날 성수동의 B 대형마트. 이곳은 신병·구병 회수기가 나뉘어 있었다. 30병 이상 환불하려면 구매 영수증이 필요했다. 임순자 씨(72·서울)도 공병 보증금을 받기 위해 찾았다. “이곳저곳에서 모은 병이야. 하루에 30개씩 받아주니까 개수 맞춰서. 예전에는 고물상에서 받았는데 요즘엔 고물상에서 공병 받는 곳아 거의 없어. 마트가 편하지…."

수입 맥주병도 환급 받을 수 있을까. 마트 고객센터 직원은 “병을 살펴보면 보증금 금액이 적혀 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소주-맥주병 뒤에 보증금액이 적힌 병만 가능하다”며 “카프리나 버드와이저는 소주병이랑 가격이 같아서 개당 40원에 받는다. 다른 수입 맥주는 공병 환급이 안 된다”고 말했다.

◇SSM‧편의점 “몇 병이나?” 대부분 회수 꺼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있는 빈용기 무인회수기 안내 모습. 사진=한지명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있는 빈용기 무인회수기 안내 모습. 사진=한지명 기자

서울 광진구의 한 SSM 대형마트. 점원에게 “빈 병을 갖고 왔다”고 묻자 “몇 병이냐”는 차가운 대답이 돌아왔다. 빈 병을 보관할 곳이 없어 곤란하다는 것이다. 점원 성모씨(37·서울)는 “한 손님이 공병을 너무 많이 갖고 와서 둘 곳이 없던 적도 있다. 여름에는 벌레가 꼬이기도 한다. 영업하는 입장에서는 곤란한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일부 동네 슈퍼는 “귀찮다”는 이유로 환급을 거절하기도 했다. “도매상에 넘기기 귀찮다”, “공병 부피가 커 보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편의점의 경우 상황은 더 열악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김모씨(21·서울)는 “공병은 개수를 10개 미만으로 받고 있다. 점주가 싫어한다. 일일이 바코드로 찍고 교환하면 계산이 밀리기도 하고, 창고도 물품을 보관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공병을 둘 공간도 없다. 파파라치 제도까지 시행돼 완곡하게 거절할 수도 없다”고 말을 아꼈다.

재활용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병을 손쉽고 위생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플라스틱 박스를 대규모로 보급하고, 무인회수기를 설치하는 등 소비자가 쉽게 반환할 수 있도록 회수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편의점 점주 이모씨(47·서울)는 “배송기사가 오면 쌓아 놓은 공병을 주면 되지만 줘 봤자 푼돈밖에 벌지 못한다. 예전에는 플라스틱으로 된 맥주 상자가 있었는데, 이제는 종이상자로 바뀌어서 공병을 주는 일마저 번거로워졌다. 공병이 얼마 안 되면 차라리 그걸 사서 재활용에 넣어버리기도 한다”고 했다.

환경부는 공병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단속을 강화하는 동시 전국 대형마트 등에 무인회수기를 설치했으나 설치된 곳은 108곳에 불과하다.


한지명 기자 yol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