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지는 18일 오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글을 올려 양예원의 폭로 동영상을 본 후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 동의하기까지 과정을 설명했다.
우연히 SNS에서 양예원의 '성추행 피해' 폭로 글을 보게 됐다고 밝힌 수지는 "이 용기 있는 고백이, 기사 한 줄 나지 않았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고 밝혔다. 이어 수지는 다음 날 양예원 사건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것을 봤다면서 "그 용기 있는 고백에라도 힘을 보태주고 싶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찾아가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수지는 "섣불리 특정 청원에 끼어든 것 아니냐"는 일부 지적에 대해 "영향력을 알면서 어떠한 결과도 나오지 않은 사건에 마땅히 한쪽으로 치우쳐 질 수 있는 행동이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어찌 됐든 둘 중 한 쪽은 이 일이 더 확산되어 제대로 된 결론을 내리길 바란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수지는 "그 분이 여자여서가 아니다. 페미니즘의 문제가 아니다"며 "사람 대 사람으로 '끼어들었다'. 휴머니즘에 대한 나의 섣부른 끼어듦이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명 유투버 양예원의 성추행 폭로 이후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합정 **픽처 불법 누드촬영' 게시글은 수지의 지지 표명 이후 빠른 속도로 참여자가 늘고 있다. 최초 게시일인 17일 1만여 명이 참여한 이 글은 18일 오후 4시 30분께 14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이하 수지가 SNS에 올린 글 전문.
5/17일 새벽 4시 즈음
어쩌다 인스타그램 둘러보기에 올라온 글을 보게 됐다.
어떤 배우의 꿈을 가지고 있던 '여자 사람'이 3년 전 일자리를 찾다가 원치 않는 촬영을 하게 됐고
성추행을 당했고,
나중에는 그 사진들이 음란사이트에 유출되어 죽고 싶었다고.
정확히 어떤 촬영인지 완벽하게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고 했고,
뭣도 모른 채 무턱대고 계약서에 사인을 해버렸는데,
막상 촬영장을 가보니 자신이 생각한 정도의 수위가 아니었고,
말이 달랐다는
촬영장 사람들의 험악한 분위기에, 공포감에 싫다는 말도,
도망도 치지 못했다는.
그 디테일을한 글을 읽는 게 너무 힘든 동시에
이 충격적인 사건이
이 용기 있는 고백이
기사 한 줄 나지 않았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그 새벽 당시에는)
만약 이 글이 사실이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할 것 같았고
수사를 했으면 좋겠고
앞으로 이런 피해가 생기지 않았으면 바랐다.
하지만 검색을 해도 이 사건은 어디에도 나오지 않았고
사실인지 조차 확인 할 수 없었다.
뭐지 싶었다.
인스타그램에 글이 한 두개 만 올라와 있었다.
새벽에 친구한테 이런 사건이 있는데
사람들이 모르는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문자를 보내놓은 뒤
일단 잠에 들었다
일어나 찾아보니
정말 다행히도 인터넷에는 이 사건들의 뉴스가
메인에 올라와 있었다.
실시간 검색에도.
이제 수사를 시작했다고 하니
다행이다 생각하며
어떻게든 이 사건이 잘 마무리가 되길 바랐다.
다른 일들을 하며 틈틈이 기사를 찾아봤는데
그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 충격적이었다.
물론 아직 수사 중이다.
맞다. 아무것도 나온 게 없다.
어디까지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고
아직 누구의 잘못을 논하기엔
양측의 입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아무것도 안 나왔으며
어떤 부분이 부풀려졌고
어떤 부분이 삭제되었고
누구의 말이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 수가 없다.
내가 선뜻 새벽에 어떠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듯한 댓글들을 보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아직 수사가 끝나지도 않은 이 사건에
내가 도움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런 사진들이 유출되어버린
그 여자사람에게 만큼은
그 용기 있는 고백에라도 힘을 보태주고 싶었다
몰카, 불법 사진유출에 대한 수사가 좀 더 강하게 이루어졌음
좋겠다는 청원이 있다는 댓글을 보고 사이트에 가서
동의를 했다
이 사건을 많이들 알 수 있게
널리 퍼트려달라는, 그것만큼은 작게나마 할 수 있었다
섣불리 특정 청원에 끼어든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해주셨다
맞다. 영향력을 알면서
어떠한 결과도 나오지 않은 사건에
마땅히 한쪽으로 치우쳐 질 수 있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어찌 됐든 둘 중 한 쪽은 이 일이 더 확산되어
제대로 된 결론을 내리길 바란다고 생각했다.
둘 중 어느 쪽이든 피해자는 있을거니까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통해
좀 더 정확한 해결 방안이 나왔으면 하는 마음에서..
저렇게 지나가게는 두고 싶지 않았다.
그 분이 여자여서가 아니다
페미니즘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 대 사람으로 '끼어들었다'
휴머니즘에 대한 나의 섣부른 끼어듦이었다.
김현경 기자 k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