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일의 한국문화 이야기] 인삼 예찬

우리나라 인삼은 오랜 역사와 함께 약 중의 약으로서, 동양 한방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현대 과학으로도 아직 인삼의 신비한 효능을 다 밝혀내진 못하고 있지만 그 효과와 가치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인삼은 원기를 북돋아 힘을 내게 하고 혈액순환과 피의 생산을 왕성하게 해서 폐 기능 강화는 물론 당뇨, 고혈압에 빠질 수 없는 약재로 사용됩니다. 최근에는 항암효과도 탁월하다고 학계에서 보고되고 있답니다.
인삼의 본래 명칭은 순 우리말로 ‘심’입니다. 산삼을 캐러 다니는 사람들을 ‘심마니’라고 말하며 산삼을 발견하면 ‘심봤다.’라고 소리칩니다. 이러한 심을 한자로 표기하면 ‘삼(蔘)’이고, 사람의 손으로 키운 인삼과 야생의 산삼으로 구분합니다.
이렇듯 삼은 효험의 영약으로 인식되어 앞 다퉈 구하려고 하였는데, 한국에서조차 삼(산삼)이 워낙 귀하고 찾기도 힘이 들어 지배층 일부나 구할 수 있었고 명성 탓에 고가의 해외 수출품으로 팔려나갔습니다.

한 가지 재밌는 이야기는, 일본에서도 한국의 삼이 귀한 대접을 받기는 마찬가지여서 일반 서민은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삼을 우려서 부모에게 마시게 하는 것을 최고의 효도로 생각했답니다. 이런 심리를 이용하여 일찍부터 발달한 일본 전당포에서는 한국 삼을 큰 값을 쳐서 받았고 찾아갈 능력이 없는 사람들의 한국 삼을 일반인에게 대여 해주었는데 이를 대여 받은 사람은 집에서 삼을 우려 그 물을 받고는 도로 전당포에 반납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삼을 몇 번 우렸는가에 따라 대여비가 차이가 났다고 합니다. 일본인 중에 특히 대마도 사람들은 우리나라 산삼을 일본 본토에 구입가의 100배에 팔았다고 하니 그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겠습니다.
고려인삼이란 옛 중국에서 우리나라 삼을 구별하여 부르기 시작한데서 유래 되었다고 합니다. 중국 양나라 때 도홍경은 ‘백제로부터 삼을 들여온다.’고 하였고, 삼국사기에도 고구려·백제·신라가 중국에 인삼을 진상하거나 무역거래를 하였다고 적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우리 삼을 고려삼·백제삼·신라삼으로 구분하고, 고려삼을 으뜸으로 쳤다고 합니다. 여기서 고려삼은 고구려 삼을 말하며, 옛 중국에서는 고구려를 고려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고려인삼은 통일 신라를 거쳐 고려, 조선시대로 이어져 오늘날 한국인삼을 지칭하는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고려인삼은 몸을 보하는 귀한 약재로 여겼기 때문에, 아주 귀한 손님을 맞이하면 ‘인삼탕’으로 다려 올렸습니다. 임진왜란 때 잘 싸워준 명나라 장수 ‘양호’를 선조가 초대하여 인삼탕을 권했더니 참으로 기뻐하였다는 기록과, 이후 명나라 사신들이 조선에 오면 으레 ‘고려인삼탕’을 찾더라는 내용을 통해 조선시대 인삼의 음용방법을 가늠해 볼 수 있겠습니다.

한편, 산삼은 보통 몇 십 년에서 오래된 것은 백년을 훌쩍 넘는 귀한 식물이라 수요에 비해 공급은 엄청 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인공재배였지요. 고려 말에서 조선 초에 산삼의 씨를 받아 특정지역에 뿌려 재배한 장뇌삼이 이때 시작되었으며, 15세기에 이르러서 오늘날의 인삼 재배방식도 시작되었답니다. 기록에는 숙종 때 지금의 전남 화순에 최 씨 성을 가진 한 농부가 인삼재배에 성공했다고 하는데, 소문이 전국으로 퍼지면서 개성상인들이 재배방법을 배워 개성에서 본격적으로 인삼을 생산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에도 막부시절 일본의 8대 쇼군 도쿠가와 요시무네가 왜관의 일본인들을 시켜 몰래 인삼의 종자와 재배법을 빼내어 일본에 우리 인삼을 심은 적이 있습니다. 몇 년 동안 지극정성으로 인삼을 가꿔 수확에 성공은 했는데 그 효능에 있어 엄청난 차이가 있더랍니다. 우리 인삼의 씨를 뿌려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자 오히려 우리 인삼을 찾는 사람이 늘어났고 값은 더 비싸졌다고 합니다. 인삼은 자라는 지역의 토질과 환경이 중요한 것을 몰랐던 것이지요.
인삼은 기후, 토양에 지극히 민감해서 기르기가 매우 힘든데,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최적지라고 합니다. 요즈음 미국, 캐나다, 러시아, 중국에서 인삼을 재배하여 세계시장에 내다 팔고 있지만 효능에서 한국 인삼을 결코 따라 갈 수 없다 합니다. 수삼을 여러 번 쪄서 만든 홍삼은 열이 많은 사람이 먹으면 열을 내리는 효과가 있고 혈압조절이 뛰어나서 고혈압과 저혈압 환자 모두에게 큰 효과를 주고 있습니다. 최근의 홍삼은 보관도 쉽고 사포닌을 더욱 증가시켜 품질이 더욱 우수해 졌습니다.
오늘날 충남 금산을 비롯해서 강원도에서도 인삼재배를 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고 특히 강화도는 6년 근 인삼을 기를 수 있는 최적지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6‧25 전쟁으로 개성이 북한 땅이 되자 개성사람들이 대거 강화도로 피난 왔는데 그 당시 인삼종자를 가지고 와서 강화에서 재배하며 강화인삼의 새로운 명성을 얻게 됩니다. 놀라운 사실은 강화도가 개성의 토양과 기후 조건이 가장 흡사했기 때문에 육질이 탄탄하고 중량도 더 나가며 향이 강하고 사포닌 함량이 높아 상품 가치가 우수하다고 합니다.
인삼은 상태에 따라 수삼, 백삼, 홍삼으로 구분합니다. 수삼이란 인삼을 캐어 말리지 않은 인삼으로 갈아 마시거나 삼계탕 또는 나물로 애용됩니다.

백삼이나 홍삼은 송나라 서긍이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백삼(白蔘)이 좋기는 좋은데 여름을 지내면 좀이 슬기 때문에 솥에 쪄야 보존성이 있다. 개성삼은 대략 백삼·홍삼의 두 가지로 나뉘는데, 백삼은 흙에서 캔 삼을 껍질을 벗긴 후 햇볕에 말린 것이며, 홍삼은 흙에서 캔 삼을 씻어 가마에 넣고 찐 것이다.」 이 내용에서 보면 홍삼이 고려시대에도 이미 성행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태극삼도 있는데, 이것은 홍삼과 백삼의 중간 상태로, 수삼을 물로 살짝 익혀서 직립 형태로 말린 인삼을 말합니다.
야생에서 산삼은 백년이상 자라지만, 재배 인삼의 경우 보통 6년 이상 살기 힘들어, 6년 근이 엄청 귀한 편입니다. 따라서 인삼을 생육시기에 따라 5년근, 6년근으로 나누는데 약효차이는 별로 없지만 크기가 크고 희소성으로 가격이 비싼 편입니다.
인삼 좀 많이 홍보해 달라고 지인으로부터 요청이 있어서, 홍삼 한 뿌리를 뇌물(?)로 이미 먹은 터라 인삼 이야기기와 함께 선전도 하게 되었습니다.
홍남일 한·외국인친선문화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