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해군연구소(USNI) "필리조선소, 핵 물질 취급 인가 없어…역량 확보에만 20년 걸릴 '험난한 산'"
美 잠수함 산업 이미 인력난 포화 상태…'왕관의 보석' 원천 기술 유출 우려도 걸림돌
상선·MRO·모듈 생산이 현실적 대안…"핵잠 대신 '디젤 잠수함' 역수출 모델이 최적의 타협점"
美 잠수함 산업 이미 인력난 포화 상태…'왕관의 보석' 원천 기술 유출 우려도 걸림돌
상선·MRO·모듈 생산이 현실적 대안…"핵잠 대신 '디젤 잠수함' 역수출 모델이 최적의 타협점"
이미지 확대보기지난해 10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아시아 순방 중 "한국과 미국이 필라델피아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공동 건조할 것"이라고 깜짝 발표하며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과 '핵잠 동맹'에 대한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한화오션이 인수한 필라델피아 조선소(Philly Shipyard)가 그 전초기지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냉혹한 현실은 정치적 수사와 거리가 멀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 해군연구소(USNI)가 발행하는 권위 있는 군사 저널 '프로시딩스(Proceedings)' 2026년 1월호는 "한미 핵잠수함 공동 건조는 실현되지 않을 것(Will Not Be Realized)"이라고 단언했다. 산업적 역량의 한계, 미국의 보안 우려, 그리고 전략적 실효성이라는 '3중벽' 때문이다.
장벽 1: "필리조선소는 핵을 모른다"
라일 골드스타인(Lyle Goldstein) 박사는 기고문을 통해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인프라와 인증의 부재'를 지목했다. 그는 "필라델피아 조선소는 상선 건조에 특화된 곳으로, 핵 물질을 취급할 수 있는 자격(Certification) 자체가 없다"고 꼬집었다.
장벽 2: 미군조차 허덕이는 인력난과 '왕관의 보석'
미국 잠수함 산업 생태계의 붕괴도 발목을 잡는다. 현재 미국 내 조선소들은 기존 계약 물량을 소화하기 위한 인력 수급에도 "엄청난 고전(Struggling mightily)"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잉여 자본과 노동력이 전무한 상황에서 한국과의 공동 건조 프로젝트에 투입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보안 문제 역시 핵심 난관이다. 핵잠수함 기술은 미 해군 전력의 '왕관의 보석(Crown Jewels)'으로 불리는 최고 기밀이다. 오커스(AUKUS) 동맹국인 영국·호주와 달리 언어 장벽이 존재하고, 비(非)앵글로색슨 국가에 대한 기술 이전 우려가 미 군부 내에 여전하다.
장벽 3: 얕은 서해에 핵잠수함?…'가성비'와 중국의 반발
전략적 효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골드스타인 박사는 "동아시아의 얕고 좁은 연안(Littoral) 환경에서는 덩치 큰 핵잠수함보다 작고 조용한 최신형 재래식 잠수함이 훨씬 효과적이고 저렴하다"고 분석했다.
현실적 해법은 '상선 대량 생산'과 '모듈 납품'
그렇다면 한화오션의 필라델피아 인수는 무의미한 것일까. 전문가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핵잠수함이라는 환상 대신 '상선 건조'와 '미 해군 함정 모듈 생산'이라는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마이크 콜터 한화 필라델피아 조선소 CEO는 최근 포럼에서 "연간 1.5척 수준인 건조 능력을 20척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한국의 고도화된 자동화 공정을 이식해, 무너진 미국 상선 건조 생태계를 부활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또한, 한화오션이 지난해 미 해군 보급선 '월리 쉬라(Wally Schirra)'함의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을 수주한 것처럼, 미 해군 함정의 모듈을 제작해 납품하거나 MRO 기지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윈-윈' 모델이다.
골드스타인 박사는 "미국이 한국에 핵잠수함 기술을 주는 대신, 한국이 미국을 위해 신속하게 '디젤 잠수함 부대'를 건조해 주는 형태의 타협이 최적의 파트너십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황상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1234@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