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나의 복싱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는 세계 6체급 석권(해외에서는 8체급 제패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을 이룬 슈퍼스타 매니 파퀴아오(필리핀)의 말이다. 그는 지난 20일 복싱의 성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WBA 세계 웰터급 슈퍼챔피언 무패의 키스 서먼(미국)에게 2-1판정승을 거뒀다. 40세의 나이에 자신보다 10살이나 어린 웰터급 강자에게 승리한 것이다.
불혹의 40세에 통산 71번째로 링에 오른 파퀴아오는 최근 몇 경기의 퍼포먼스에서 보듯 절정의 파워는 없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이에 대해 서먼은 30세로 팔꿈치 등의 부상으로 2년 가까운 공백이 있었으며, 올 1월 복귀전이 신통치 못했다고는 하지만 파퀴아오에 있어 최근 몇 년 만에 가장 위험한 상대로 여겨졌다.
스타 선수의 쇠잔해져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언제나 외롭다. 그런데 파퀴아오는 40살답지 않은 퍼포먼스를 선보이면서 서먼을 공략했다. 아니 정확히는 ‘40살답지 않은’이 아니라 ‘참으로 40세 같은’ 퍼포먼스를 우리에게 선 보인 것이다.
이미지 확대보기■ “40세의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권투”
과거 파퀴아오는 무섭도록 저돌적인 스텝인과 폭발적인 파워, 본능적인 야성미를 앞세워 승리를 거듭했다. 그런데 이날 40세의 파퀴아오가 앞세운 것은 적의 의표를 찌르는 교묘한 경력이 뒷받침된 경기운영의 맛이었다.
첫 회에 라이트 훅으로 다운을 뺏는 호쾌한 신고를 한 파퀴아오은 2회 이후 파워 복싱을 구사하는 서먼에 스피드로 맞불을 놓았다. 전가의 보도로 여겨지는 왼쪽 훅이 아니라 오른쪽을 축으로 잔 펀치를 톡톡 맞히며 초반을 이끌었다.
하지만 중반에 접어들면서 첫 회 다운에서 회복한 서먼의 공격에 시달렸다. 필리핀 상원의원으로 짚신을 신고 다니는 파퀴아오는 역시 스태미너가 약점이었다. 다리가 둔해지기 시작하면서 서먼의 펀치를 허용하는 장면이 잦아졌다. 6회에서 9회까지 4개 라운드는 거의 서먼의 페이스였다.
그래도 파퀴아오는 공격을 당한 뒤 반드시 받아치면서 상대에게 넘어가려는 기세를 아슬아슬하게 지켜냈다. 10회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이끌며 왼쪽 몸을 서먼에게 기대면서 혼신의 힘을 발휘해 12차례나 두드리고 난적을 이겼던 것이다.
확실히 다운을 빼앗았지만 선명함이라든가 호쾌함이란 특유의 스타일과 딱 떨어지는 퍼포먼스는 아니었다. 쉬려고 했던 탓인지 로프를 등에 업고 움직임을 멈추는 모습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그래도 파퀴아오는 과거의 환영에 사로잡히지 않고 페이스 조절에 신경을 써서 경기흐름을 교묘히 읽어가면서 40세의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싱을 선 보였다. 젊었을 때와는 다른 깊은 맛을 느끼게 했다.
이미지 확대보기■ “오랜 선수생활은 신이 내린 힘이자 책임”
파퀴아오는 생명이 긴 스타선수다. 고라쿠엔 홀에서 테라오 신을 TKO 시키며 강력한 인상을 심은 게 21년 전이다. 이후 멕시코의 마르코 안토니오 바레라에 TKO승을 거두면서 스타의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 것이 16년 전이며 당대의 스타 오스카 델라 호야의 승리행진에 제동을 걸고 그 지위를 견고하게 한 것이 11년 전의 일이다. 그리고 당대 최고의 복서라 여겨지던 플로이드 메이웨더와 주먹을 맞댄 ‘사상 최고액 매치’를 치른 지도 4년이 지나고 있다.
40살이 되어도 파퀴아오가 링에 오르는 것은 미국 국세청의 세금 미납문제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자신이 링에 오름으로써 먹여야 할 사람이 다수 있다는 절실한 사정도 있을지도 모른다. 설령 그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것만이 파퀴아오를 링에 오르게 하는 이유는 아닐 것이다.
파퀴아오는 경기 후 ‘마닐라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아직 은퇴하지 않겠다고 밝힌 뒤 “40세가 된 나는 10세나 젊은 서먼을 이길 수 있었다.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멋진 파이팅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신이 내린 힘이며 나의 책임이기도 하다. 나는 복싱을 계속하며 팬들을 매료시켜야 한다는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매니 파퀴아오는 늙어서도 여전히 매니 파퀴아오였다. “지금부터 예산편성으로 바빠질 시기” 라면서 국회의원직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다음 대전은 내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은퇴한 메이웨더에 대해서는 “과거의 사람이다. 주변이 어떻게 떠들더라도 더 이상 상관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다시 웰터급 실력자들이 이 복싱 '슈퍼스타' 파퀴아오와 대전을 원하고 있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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