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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분석] 현대백화점그룹, 재무안정성 높이고 미래먹거리 준비 '척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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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분석] 현대백화점그룹, 재무안정성 높이고 미래먹거리 준비 '척척'

올 3분기 매출 6623억, 영업익 447억원으로 회복세 뚜렷
프리미엄아울렛 출점 외 바이오 분야 등 뉴포트폴리오 구축
'50대 사장단' 내세워 ‘젊은 리더십’으로 포스트코로나 대비

현대백화점그룹이 올해 3분기 안정적인 재무안정성과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바탕으로 실적 회복세를 보였다. 사진=현대백화점그룹 신사옥이미지 확대보기
현대백화점그룹이 올해 3분기 안정적인 재무안정성과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바탕으로 실적 회복세를 보였다. 사진=현대백화점그룹 신사옥
현대백화점그룹이 ‘공격경영’ 기조를 기반으로 올해 3분기 코로나19 여파에도 선방한 실적을 냈다. 4분기 회사의 성장세는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탄탄한 재무안정성이 실적 뒷받침, 차입 전략 변화 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의하면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6623억 원, 영업이익은 447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 대비 각각 24.5% 상승‧26.5% 감소했다. 면세점 영업손실은 소폭 개선됐지만, 백화점의 영업이익이 큰 폭 감소했다.

표면적으로는 아쉬운 성적이지만, 전년대비 매출 감소폭이 1분기 17.7%, 2분기 10.3%, 3분기 6.0%이라는 점을 볼 때 회복세에 접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현대차증권의 한 연구원은 올해 현대백화점그룹의 연간 연결기준 총매출을 6조 8345억 원, 영업이익을 1574억 원으로 전망했다.

회사 관계자는 “신규점 출점으로 매출이 증가하고 적자 규모도 2분기 대비 대폭 개선됐다”면서 “4분기에도 아웃렛 신규 출점과 기존 점포 개편(압구정본점, 중동점) 효과 등으로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백화점그룹의 재무안전성은 탄탄하다. 오프라인 중심의 국내 유통사들이 실적 부진에 빠진 와중 현대백화점은 홀로 'AA+'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회사의 현금성 자산(6월 말 기준)은 총 5685억 원으로 2000억 원 수준이던 지난해 대비 두 배가량 늘었다.

현대백화점그룹 상장계열사 7개사의 지난 6월 말 기준 평균 부채비율(부채를 자본으로 나눈 비율)은 51.6%로 집계됐다. 현대HCN(13.9%)의 부채비율이 가장 낮았고 한섬(23.8%), 현대그린푸드(41.0%), 현대홈쇼핑(46.5%), 에버다임(49.8%), 현대백화점(67.6%), 현대리바트(74.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8100억 원에 불과했던 차입금은 올해 6월 말 기준 1조 2030억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31%가량 증가했다. 리스부채는 2919억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96억 원 줄었다. 총 차입금이 늘어난 배경으로는 단기차입금의 증가가 꼽힌다. 현대백화점그룹의 단기차입금은 3550억 원으로 지난해 말(130억 원) 대비 크게 늘었다.

약 10년 만에 해외 사모사채를 발행한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최근 일본 미츠이 스미토모은행을 주관사로 360억 원의 외화사채를 발행했다. 금리는 1.42%로 국내서 발행한 회사채보다 낮은 수준이다. 현대백화점이 외화사채를 발행한 것은 2007년 이후 처음이다.

계열 분리 NO, 형제 공동 경영 체제 유지 OK


정지선 회장은 코로나19가 초래한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위기에도 공격적인 투자 전략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사진=현대백화점그룹이미지 확대보기
정지선 회장은 코로나19가 초래한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위기에도 공격적인 투자 전략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사진=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그룹은 2004년 형제 경영 체제 전환 이후 정지선 회장이 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정교선 부회장이 그룹 핵심 사업 중 하나인 현대홈쇼핑을 맡는 식으로 역할을 나눠왔다

두 형제는 2018년 그룹 계열사간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지배구조도 단순화시켰다. 이를 위해 약 1500억 원의 사재를 들여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데 필요한 계열사 지분을 매입했다.

정 회장은 현대쇼핑이 가지고 있던 현대A&I 지분 21.3%를 매입했고, 정 부회장도 현대쇼핑이 보유한 현대그린푸드 지분 7.8%를 매입해 여러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냈다. 이와 함께 정 회장이 현대백화점을 맡는 한편 정 부회장이 현대그린푸드를 맡는 식의 경영 분리의 초석을 마련했다.

현대백화점 소유지분도. 자료=현대백화점이미지 확대보기
현대백화점 소유지분도. 자료=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그룹 지배구조는 계열 분리가 어려운 상황이 아니다. 현대그린푸드가 보유한 현대백화점 지분 12.1%와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그린푸드 지분 12.7%만 정리한다면 지분 분할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

그러나 계열 분리를 위한 재원 마련 부담 때문에 형제 공동 경영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실제로 현재 주가 기준으로 현대그린푸드가 보유한 현대백화점 지분 가치는 1800억 원,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그린푸드의 지분가치는 970억 원에 이른다.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그린푸드 지분을 정 부회장이 사들이려면 2000억 원이 넘는 사재가 든다.

현금 유동성 자산 확보해 신사업에 투자


이달 6일 정식으로 문을 연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 사진=현대백화점그룹이미지 확대보기
이달 6일 정식으로 문을 연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 사진=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그룹은 불과 10년 전만 해도 매출의 60% 이상을 백화점에서 내는 백화점 사업 중심의 기업이었다. 그러나 최근 그룹 전체 매출에서 백화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대 수준이다.

정 회장은 2009년 새로넷방송, 2013년 포항방송, 2018년 서초방송 등을 인수하며 케이블 TV(SO)사업을 확대했고, 2011년 LED조명업체 ‘반디라이트(현대LED)’를 품으며 전방위로 사업 영토를 확장했다. 2012년에는 4200억 원을 들여 패션 전문기업 ‘한섬’을 인수·합병(M&A)했고, 가구 회사 ‘리바트’(2013년), 패션기업 ‘SK네트웍스의 패션부문(2015년), 건자재 기업 ’한화L&C‘(2018년) 등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사업을 다각화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 포털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의 자산총액은 정 회장이 취임한 2007년 4조 9390억 원에서 지난해 15조 3050억 원으로 5배 이상 불어났다. 같은 기간 그룹 매출도 2조 8940억 원에서 9조 290억 원으로 늘었고, 당기순이익도 3940억 원에서 7390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 회사는 올해 코로나19로 부진한 영업실적을 기록한 와중에도 식품 전문 온라인몰 ‘현대식품관 투 홈’ 출범, 새벽배송 시장 진출, 한섬의 화장품 사업 시작, 케어푸드 전문 브랜드 ‘그리팅’ 출시 등 굵직굵직한 행보를 이어나갔다.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도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8월에는 천연 화장품 원료시장 1위 기업 SK바이오랜드의 지분 27.9%(경영권 포함)를 1205억 원에 매입했으며 11월 현재 CJ올리브영의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프리 IPO(상장 전 지분 투자) 참여를 검토 중이다.

동시에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7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11월) 등 신규 출점으로 외형 확장도 꾸준히 해왔다. 지난 3월에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4기 사업자로 선정돼 공항 면세점 사업에 진출했고 9월부터 임시 운영에도 돌입했다. 현대백화점은 내년 초 여의도점을 오픈하며, 현대리바트는 내년 상반기부터 총 1395억 원을 투자한 ‘리바트 스마트워크센터’를 본격 가동한다.

여기에는 앞서 신사업을 위한 ‘실탄’을 차근차근 마련한 것이 한몫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7월 말 현대HCN 방송(SO)·통신의 신설 법인(이하 현대HCN)을 매각해 1조 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했다.

정 회장은 지난 6월 열린 창립기념 행사에서 과감한 도전을 주문했다. 이를 반영하듯 현대백화점그룹은 오는 2021년도 임원 인사를 이달 초 단행하며 빠른 체질 개선을 위한 사업 전략을 선제적으로 수립했다.

현대홈쇼핑 대표이사에는 임대규 현 영업본부장(부사장, 1961년생)이, 현대L&C 대표이사(부사장)에는 김관수 현 현대백화점그룹 기획조정본부 홍보실장(1963년생)이 내정됐다.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이사(부사장)에는 이재실 현대백화점 판교점장(1962년생)이 선임됐으며 임명진 에버다임 품질부문장 전무(1961년생)가 에버다임 대표(부사장)로 승진한다. 50대 사장단을 전면에 내세워 ‘젊은 리더십’을 공고히 한 점이 눈에 띈다.


손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jizz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