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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0개국씩 서한 발송해 관세율 통보”…9일 관세 폭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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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0개국씩 서한 발송해 관세율 통보”…9일 관세 폭탄 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국과의 개별 협상 대신 직접 관세율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같은 입장은 다음달 9일(이하 현지시각) 0시부터 대부분 국가에 대한 ‘기본 10% 관세’와 함께 최대 50%까지 오를 수 있는 맞춤형 관세 부과 시점이 다가오면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부터 하루 10개국씩 서한을 보내 관세율을 고지하겠다고 밝혔다.

4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과 CBS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아이오와 방문을 앞두고 백악관 기자들과 만나 “170개가 넘는 나라를 상대로 일일이 협상하기보다 각국에 ‘너희가 미국에서 장사하려면 이 정도 관세를 내야 한다’고 서한을 보내는 것이 훨씬 간단하다”며 “간단하고 통제 가능한 방식의 거래가 더 낫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 '해방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글로벌 관세안에 따라 10%의 기본 관세와 국가별로 20%에서 50%에 이르는 맞춤형 관세를 예고한 바 있다. 다만 당시 발표 직후 시장 혼란이 커지자 90일 유예 조치를 취했고 그 유예가 9일 자정을 기점으로 종료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베트남, 중국 등 일부 국가들과는 이미 무역 합의를 마쳤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체결된 영국과의 협상에서는 자동차·항공 엔진 등 일부 품목에 대해 미국산 제품의 시장 접근성이 확대됐고, 베트남과는 46%에서 20%로 낮춘 미국 관세와 함께 베트남 시장에서 미국 제품에 대한 관세 면제 조건을 담았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 국가는 무역 협상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몇 개는 협상하겠지만 나머지는 간단히 처리할 것”이라며 10개국 단위로 서한을 보내 관세율을 고지하겠다고 밝혔다.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약 100개국이 10% 기본 관세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며, 이들 중 상당수는 추가 협상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협상에 선을 긋는 가운데 9일 자정을 기점으로 기존 유예 조치가 종료되면 대부분 국가에 일괄적으로 관세가 적용된다. 미국 국제무역법 전문 변호사 데이비드 머피는 CBS방송 인터뷰에서 “행정부가 추가 조치를 하지 않으면 고율의 관세가 자동으로 발효된다”며 “영국처럼 개별 합의를 체결한 국가는 예외가 되겠지만 대부분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케이토연구소의 클라크 패커드 연구원도 “미국이 굴복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선 단호하게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크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반항적’이라고 판단된 국가들은 관세의 역풍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협상 중이거나 미국의 우호국으로 평가되는 국가는 일시적으로 유예 조치가 연장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의 다자·양자 협상 대신 일방적 통보 방식으로 관세 정책을 운용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미국 내 기업들과 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무역 변호사 패트릭 칠드레스는 각국이 세 가지 분류로 나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는 9일 전까지 무역협정이 체결되고, 일부는 기본 10% 관세가 적용된 채 협상이 이어지며, 나머지는 고율 관세 대상국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누가 어느 그룹에 속하게 될지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불확실성이 기업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주 비용이 얼마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누가 연간 투자 계획을 세우겠나. 모든 불확실성은 투자와 성장의 적”이라고 패커드는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