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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영화 ‘미나리’ 윤여정 오스카 여우조연상 수상으로 되돌아 본 한인 미국 이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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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영화 ‘미나리’ 윤여정 오스카 여우조연상 수상으로 되돌아 본 한인 미국 이민사

사진은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여배우 윤여정이 출연한 영화 ‘미나리’의 한 장면.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은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여배우 윤여정이 출연한 영화 ‘미나리’의 한 장면.

지난 2021년 4월 25일(한국시각 4월 2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미나리’에 출연한 한국 여배우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통상보다 2개월 늦게 개최되고 큰 폭으로 인원수를 제한하는 등 이례적인 이번 아카데미상. 한국과 관련된 영화작품이 수상한 것은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이어 2년 연속이며, 아시아계 배우의 수상은 1958년 미국 영화 ‘사요나라’에 출연한 일본 여배 우메키 미요시 이후 63년 만의 쾌거다.

무대는 미국이면서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것은 한국인 일가이며, 대부분의 대사도 한국어라는 ‘미나리’에서 보이는 한국 이민자의 모습이란 어떤 것일까? 한국에서도 그녀의 수상에 대한 기대감이 후보 지명 시점부터 높았고, 크게 보도된 가운데 수상이 확정되자 기쁨과 축하의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73세에, 그리고 아시아계 배우 두 번째라는 아카데미상의 역사에 새 장을 새긴 윤여정. ‘미나리’에서는 주인공인 남성(스티븐 연)의 아내(한예리) 어머니를 연기했다. 수상 스피치에서는 동경하는 브래드 피트를 앞에 두고 기쁨을 장난기 넘치게 표현하면서도 영어로 스피치도 당당히 해냈다.

한국에서는 ‘국민 여배우’로서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했고, 연기력의 정평은 물론 서민적인 어머니로부터 냉혹한 재벌 회장 부인, 빈곤에 허덕이며 매춘에 손을 대는 고령 여성 등 현재의 한국 사회를 상징하는 것 같은 역을 실로 폭넓고 어렵지 않게 연기하고 있다.

그러나 어딘가 온화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기도 해, 나이를 거듭해도 ‘대범하고 사랑스러운’이미지가 매력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또, 최근에는 영화나 드라마뿐만 아니라 토크 쇼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안정된 연기력이나 예능 또는 이번 스피치 등에서 보여주는 본모습이 많은 시청자나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는 하지만, 그녀 없이는 ‘미나리’의 성공은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미나리’는 작품상은 아쉽게 놓쳤지만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1980년대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가족들의 모습을 통해 삶의 터전을 닦기 위해 수많은 어려움과 가족에게 닥치는 문제와 갈등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작품 제목 ‘미나리’는 한국어로 채소인 미나리로 나물 등 가정식 재료에 친숙하다. 또 영화 공식 사이트에는 제목이 “땅에 튼튼히 뿌리내릴 것, 두 번째로 제철을 맞으면 맛있다고 해서 부모가 2세 이후를 위해 열심히 살겠다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3월 3일 개봉 이후 현재까지 93만 명을 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수상에 따라 앞으로 동원 인원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 한인 미국 이민 113년 만에 246만 명으로

오래전부터 한국으로부터의 미국으로의 이민은 번성해 왔으며, 그 수는 2015년까지 시점에서 246만 명에 달하고 있다. 한국으로부터의 이민자에게 뿌리가 있는 혼혈의 사람도 포함하면 그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의 미국 이민 역사는 1903년에 하와이로 건너간 것이 시초이며, 특히 1960년 이후 그 수가 계속 증가 일로를 걷고 있다. 케이팝 스타 중에는 이민자 2세나 어린 시절에 이민해 미국 국적을 가진 사람도 많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 이민 절정기였던 1960~80년대 이민은 한국 당시 수준으로 중류이며, 화이트칼라 직종의 사람이 많이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한국보다 더 나은 생활, 성공, 그리고 안정을 위해 많은 사람이 미국에 가고 대부분은 유창한 영어 실력 등을 필요로 하지 않고 빨리 시작할 수 있는 슈퍼나 세탁소, 식당 등의 자영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익숙지 않은 이국에서의 생활에 몸이 아프거나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일도 있어 ‘미나리’에 그려진 가족의 고생은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미나리’에 그려진 가족들의 고뇌와 갈등을 보면 14년 전 미국에서 일어난 한 사건이 생각난다. 그것은, 2007년 4월에 버지니아주에서 일어난 버지니아 공과대학 총기 난사 사건이다. 당시 미국 역사상 최악의 32명이라는 희생자를 낸 총기 난사 사건은 미국을 뒤흔들었고 그 사건의 용의자가 한국계 남학생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 미국 내부는 물론 한국에도 큰 충격을 주었다.

서울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2학년 때인 1992년 부모, 누나와 함께 미국에 이민 간 용의자인 남학생(사건 당시 23세). 그와 그의 가족을 다룬 당시 기사를 다시 읽어보면 남학생의 부모는 미국으로 이주해 여러 직업을 구하면서 용의자인 남학생과 누나를 열심히 키워왔다는 것, 누나는 명문 프린스턴대학에, 남학생도 지역 유명대학에 진학한 것을 자랑스러워했다는 것이 주변의 증언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남학생의 내성적이고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성격 때문에 부모가 교회와 자주 상담하는 등 고민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지만, 남학생 자신도 범행 현장에서 자살했기 때문에 동기나 사건의 전모는 밝혀지지 않았고 큰 슬픔과 상처만 남게 됐다.

허물이 없는 많은 사람에게 총을 겨누고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것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지만 남학생이 그에 이르기까지 미국에서 보내온 삶이나 영화 제목 ‘미나리’에 담긴 생각처럼 이 남학생의 부모도 미국에 뿌리내려 자식들이 자신들을 넘어 좋은 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한국에서 왔으리라는 것을 상상하면 매우 복잡한 일이다.

또 한국의 한국어학당에 가보면 한국계 미국인 학생도 많다. 이들이 한국에 온 이유는 ‘뿌리인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고 싶다’ ‘부모가 한국어를 배우길 원해서’ ‘영어 교사 일자리를 찾으러 왔다’ 등 다양했지만, 역시 공통된 것은 미국에서 자랐고 모국어는 영어, 사고방식도 미국인에 가까우면서도 역시 자신의 뿌리가 있는 한국과 태어나 자란 미국과의 사이에서 정체성에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현지에서 태어나거나 오래 생활하고 적응능력이나 언어에 문제가 없더라도 역시 이민자들의 정신적 갈등은 큰 것일 것이다.

■ 지난 20년 사이 크게 달라진 이민환경

한국에서 미국으로의 이민은 조건이 점점 까다로워지는 가운데 1990년대 이후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같은 미국 이외의 영어권으로 변화했으며, 이민을 알선하는 업체의 광고 등도 신문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 또 가족끼리의 이주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여러 나라로 학생들의 유학이 활발했던 것도 90년대여서 그중에는 ‘조기유학’이란 초등학생들이 어린 나이에 유학을 떠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이민, 유학 모두 건수는 감소세로 돌아서며 붐은 이미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 초등학생들의 조기유학은 국내에 입국한 학생들이 학력이 모자라거나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교육부의 규제로 줄어들었고 유학은 저렴한 가격으로 한국과 비교적 가까운 동남아 어학유학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그리고 이민과 관련 최근 20년간 큰 변화를 이룬 것도 특필할 만하다. 비록 이민자 수는 전성기에 비해 감소했지만 2019년에도 연간 약 4,000명이 해외로 이민을 떠난 것에서 보듯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증가 추세에 있다고 한다. 한국의 생활 수준이 향상되고 또 각국에서 이민 수용여건이 엄격해지는 가운데서도 이민이 계속되는 배경에는 한국 내의 오랜 경제 침체와 정치 불만 등의 배경이 깔려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예로 한겨레신문 설문 조사에 응답한 3,710명 중 54%가 ‘해외 이민을 희망한다’고 답했고, 그 이유는 ‘경제안정을 위해서’(30.3%)나 ‘교육 육아’(13.1%)로 순으로 현재 한국이 안고 있는 문제와 일치한다. 또 자연환경과 복지라는 측면도 이유로 들고 있으며, 이민자들의 희망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미국을 비롯한 영어권 국가들의 인기는 여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헬조선으로 불리는 한국 사회의 심각한 상황을 견딜 수 없다’고 응답한 사람이 62.7%나 된다.

‘미나리’의 시대 이민자들이 한국을 그리워하며 빠져나간 데 비해, 지금은 생활은 다방 면에서 편리해지면서도 한국의 현주소를 떠나고 싶어 하는 국민이 많다는 것은 어쩌면 충격적이다. 세계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의 영향을 받아 곤경에 빠져 있는 가운데 미국을 중심으로 한 향후 이민제도와 한국의 이민 사정이 어떻게 변해갈지 주목해야 할 점이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