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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이 비싼 라면을 고집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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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이 비싼 라면을 고집하는 이유

신선한 재료로 고품질 추구…라면·즉석밥 이어 HMR 등 확대

전라북도 익산시에 위치한 하림의 식품 가공 공장 '하림 퍼스트키친' 내부. 사진]= 안희진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전라북도 익산시에 위치한 하림의 식품 가공 공장 '하림 퍼스트키친' 내부. 사진]= 안희진 기자


하림은 지난해 배우 이정재를 모델로 프리미엄 라면인'더미식 장인라면'을 출시하며 라면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장인라면은 출시된 지 한 달 만에 300만봉이 팔리는 등 호응을 얻었지만 이후 시장점유율이 1%를 밑돌면서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라면 제품들이 700~800원대인 것과 달리 2200원인 장인라면의 가격이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가격 논란에도 하림은 라면 제품의 가격을 낮추지 않고 신제품을 계속해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는 닭고기 전문기업에서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로 펼치는 전략이다.

지난 21일 방문한 하림의 식품 공장 '하림 퍼스트키친'에서 그 과정을 볼 수 있다. 전북 익산시에 위치한 하림 퍼스트키친은 총 12만3429㎡ 규모로 K1(육수·HMR·육가공·소스 생산 공장), K2(면류 생산 공장), K3(즉석밥 생산 공장)가 있다.

'가장 신선한 식재료로 만든 고품질의 식품을 만든다'는 식품 철학을 가지고 있는 하림은 퍼스트키친에서 차량으로 10분 정도 떨어져 있는 닭고기 종합처리센터에서 생산된 닭고기를 원재료로 가공 제품을 생산한다.

이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식품 시장에서 차별화를 두겠다는 의미이다. 가격이 높은 만큼 제값을 하는 식품을 제공하겠다는 포부다.

라면 생산 공장인 K2에 진열되어있는 더미식 라면 제품군. 사진=안희진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라면 생산 공장인 K2에 진열되어있는 더미식 라면 제품군. 사진=안희진 기자

그 시작이 장인라면이다. K2 공장에서 생산되는 라면은 화학조미료 첨가 없이 사골, 소고기, 닭고기 등 육류와 버섯, 양파, 마늘 등 양념채소를 20시간 끓은 국물로 만들어진다. 또 각 재료의 고유의 맛을 살리기 위해 분말이 아닌 국물을 농축한 액상스프로 제작했으며, 면 반죽에도 닭 육수를 넣어 풍미를 더했다.

면은 '제트 노즐(Z-NOZZLE) 공법'으로 제작된다. 130도의 열풍이 부는 노즐을 면 위아래에 밀착시켜 급속 건조해 건면을 제조하는 방식이다. 이에 골고루 건조된 면은 불지 않고 쫄깃한 식감을 구현하게 된다.

하림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라면의 꼬들꼬들한 식감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면서 "K2에서 생산하는 건면은 오랜 시간 불지 않고 꼬들함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K2 생산 라인에서 1시간 당 1만8000봉의 라면이 생산된다. 하림 측은 향후 라면 생산 라인을 증설하고 라면 제품군도 지속해서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HMR(가정간편식)로 '더미식 유니자장면'을 출시했다. 1인분에 4000원 정도인 유니짜장면은 1개당 400~1300원인 기존 짜장라면 제품보다 최소 3배 이상 비싸다.

K3에서 생산되고 있는 더미식 즉석밥. 사진=하림지주이미지 확대보기
K3에서 생산되고 있는 더미식 즉석밥. 사진=하림지주


이러한 프리미엄 전략은 즉석밥에도 적용된다. K3 공장에서 생산되는 즉석밥도 식품첨가물 없이 쌀과 물로만 지어진 밥이라는 점을 내세운다. 반도체 공장의 청정도 수준으로 깨끗한 클린룸에서 100도 이상의 고온의 물을 분사한 후 뜸들여 고슬고슬한 밥을 구현한다. 이렇게 생산되는 하림의 즉석밥은 2100원으로 1800~1900원대인 경쟁사의 즉석밥 제품보다 가격이 높다.

하림은 프리미엄 전략을 HMR, 냉동식품 등으로 확대해서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에는 하림의 도계 공장에서 생산한 닭고기를 우려 만든 닭 육수 '순수한 육수'를 선보였다. 이는 식당 및 가정에 육수를 대량으로 공급해 육수 시장을 새롭게 개척한다는 계산이다.

하림 관계자는 "HMR을 비롯한 가공식품의 맛과 영양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전보다 높아졌다"면서 "비싸도 품질 좋은 식품을 추구하는 마니아층을 겨냥해 지속해서 차별화된 프리미엄 상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하림은 K1과 K2를 이어줄 온라인 물류센터 'First Fridge'를 건립하고 있다. 향후 자체 D2C(Direct to Consumer) 플랫폼인 '글라이드(Glyde)'에서 주문되는 제품을 온라인 물류센터에서 곧 바로 배송할 예정이다. 이는 종합식품기업으로서 국내는 물론 동북아 식품 시장 수출 전초기지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안희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hj043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