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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밀크플레이션'...먹거리 물가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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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밀크플레이션'...먹거리 물가 '불똥'

우크라 전쟁 곡물 가격 폭등, 푸드플레이션 공포감 '솔솔'

지난 27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우유가 진열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7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우유가 진열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우유시장이 불안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와 곡물 가격 폭등 영향이 전세계 우유시장에 미치고 있어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국내에서는 올해 원유(原乳) 가격 인상을 놓고 낙농가 단체와 유업체 간 샅바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협상 결과에 따라 우유를 시작으로 관련 제품 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르는 이른바 '밀크플레이션(우유제품발 물가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런 추세라면 식료품 가격 전반에 걸쳐 강력한 '푸드플레이션(식품 물가 인상)' 폭풍이 닥칠 것이라는 공포감마저 밀려들고 있다.

2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국내 우유시장에 역대급 불확실성이 드리워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8월 '생산비 연동제' 개선을 밝힌 이후 올해 원유 가격 인상을 두고 낙농가 단체와 유업체간 협상이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어서다.
유업체는 생산비와 연동해 원유 가격을 책정하는 '생산비연동제'를 폐지하고 원유 가운데 음용유와 가공유 값을 따로 정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바라고 있다. 반면 낙농가는 농가 소득 감소를 우려하며 기존 제도를 지지하고 있어 양측간 입장 차가 드러나고 있다.

문제는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아 낙농가가 원유 납품을 거부하는 최악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료용 곡물가격 상승 등으로 원유 생산 원가 부담이 커진 가운데 우유 수급 대란까지 이어져 우유값 상승은 불가피하다. 이 경우 우유가 주재료인 치즈, 버터, 아이스크림 등 유제품뿐 아니라 제과, 빵, 커피 등 주요 식품 가격도 연쇄적으로 뛸 가능성이 크다.

각종 먹거리 가격 상승 요인이 겹친 가운데 이처럼 '밀크플레이션' 위협까지 더해지면서 식량위기 공포감이 시장에 퍼져 있다.

더욱이 국내 물가는 이미 급등세를 타고 있다. 음식료 업체들은 지난해 하반기 대대적으로 가공식품 가격을 올린 바 있다. 여기에 올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뿐 아니라 남미의 이상고온과 가뭄 등으로 밀에 이어 옥수수와 콩(대두) 등 각종 곡물 가격이 사상 최고가에 육박했다.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먹거리 물가는 이미 치솟았다. 올해 1분기(1~3월) 4인가구가 지출한 식비는 월 평균 106만6902원으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9.7% 증가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4% 올라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식품업계는 하반기 가격 인상 가능성을 저울질하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각종 원재료 인상으로 먹거리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져 소비자 물가 급등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원유가격 인상 압박 등 악재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하반기 연쇄적인 식품 물가 상승 공포가 덮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밀크플레이션' 조짐은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흐름이다.

캐나다 낙농업위원회(CDC)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오는 9월부터 낙농가의 우유 공급 가격을 1ℓ당 2센트씩 2.5% 인상키로 했다.

사료와 비료, 원료 가격 등 원유 생산비 부담이 커진 캐나다 낙농가들의 가격 인상 요구에 따른 것이다. 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캐나다의 비료와 사료, 휘발유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0%, 26%, 69% 이상 상승했다.

이로써 CDC는 지난 2월에 이어 올해에만 두 차례 우유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 CDC가 마지막으로 우유 가격을 인상한 것은 지난 2018년이었다. 특히 지난 2월 우유 가격 인상률은 8.4%(6센트)로 역사상 가장 높은 인상률을 기록했다. 현지 최대 낙농업체인 사푸토는 지난 4월 제품 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다음달 추가 인상을 계획중이다.

일본 유업계도 마찬가지다. 엔저 현상에 수입 곡물 등의 가격이 폭등하면서 우유 생산비가 폭등했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의 옥수수 사료 가격은 지난 4월 기준 1kg 당 68.80엔으로 지난 2월보다 6엔 넘게 올랐다. 히로시마현 후추시의 한 농장 관계자는 "사료 가격은 우유 생산비에서 60% 가량을 차지하는데 사료 품목 대부분의 가격이 20% 올랐다"고 호소했다.


안희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hj043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