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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에너지 위기로 패션산업 원가 비중 5배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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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에너지 위기로 패션산업 원가 비중 5배 급증

올 6월 프랑스 비바 테크놀로지 컨퍼런스 전시장에 LVMH 티셔츠을 입고 있는 안내원(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올 6월 프랑스 비바 테크놀로지 컨퍼런스 전시장에 LVMH 티셔츠을 입고 있는 안내원(사진=로이터)
유럽 전역의 제철소와 알루미늄 제련소를 폐쇄한 에너지 위기는 이제 유럽 대륙의 패션 산업으로 번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천연가스 및 전기 가격 급등과 유럽 대륙으로의 가스 공급 제한으로 구찌, H&M 등 브랜드를 공급하는 수천 개의 소규모 공장과 작업장들이 자신들의 사업 모델에 타격을 받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이 18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 섬유 및 의류 무역 그룹인 유라텍스의 자료에 따르면, 많은 섬유 제조업체들의 에너지 비용이 생산 비용의 약 5%에서 약 25%로 상승하여 이익률을 크게 낮췄다.

급등한 에너지 가격으로 공공 인프라 사업자나 기타 에너지 공급업체들은 수개월간의 예상되는 에너지 요금을 충당하기 위해 은행 보증서나 현금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섬유 제조업체들은 말했다.

유럽의 최대 섬유 생산국인 이탈리아에서 많은 제조업체들은 이전에 단기 가격 변동성이 제거된 에너지 구매 계약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고 말한다.

현재 양모 뭉치를 실로 바꾸기 위해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방적공과 직조공에서부터 가스 동력의 물탱크와 산업용 크기의 건조기를 사용하는 직물 염색공에 이르기까지 그 고통은 공급망 전체를 강타하고 있다.

이제 직물 제조업체들도 단순히 구매자들에게 높은 비용을 전가하는 것도 어렵게 되었다. 그들은 몇 달 전에 합의된 가격으로 상품을 배달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높은 가격 때문에 많은 패션 회사들과 소매상들이 에너지 가격이 더 낮을 수 있는 유럽 이외의 지역으로 거래처를 옮기도록 자극할 것이다. 유럽 연합 전역에 섬유 제조업의 130만 개의 일자리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에서 섬유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알베르토 파카넬리는 7월 가스비가 전년도의 9만 유로에서 약 65만 달러에 해당하는 66만 유로로 뛰었을 때 눈을 의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유럽 전체가 파산할 위험에 직면했다고 덧붙였다.
일부 브랜드는 이미 이탈리아 같은 나라에서 추가 비용을 흡수하기보다는 생산 원가가 낮은 터키 등 다른 나라로 생산을 옮기고 있다고 공급업체는 전했다. 터키는 러시아로부터 가스와 석유를 계속 공급받고 있다. 자라, H&M 및 기타 브랜드를 공급하는 양모 제조업체인 엔리코 가티는 주요 섬유 중심지인 토스카나 마을 프라토 주변에서 자신과 다른 섬유 제조업체들의 주문이 올해 50% 감소했다고 밝혔다.

치솟는 가스 가격으로 인한 산업 문제의 심각성도 유럽의 나라마다 새로운 격차를 보이고 있다. 독일은 전기와 가스에 대한 가격 제한을 포함하여 거의 3,000억 유로의 가치를 지닌 에너지 절약 조치를 발표했다. 프랑스는 자체적인 위기 대응 조치에 1,000억 유로를 지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유사한 조치를 취할 재정적 여력이 없다. 이탈리아는 국내총생산(GDP)의 150%에 해당하는 국가 부채를 떠안고 있으며, 후임 총리인 조르지아 멜로니는 공공 지출을 계속 억제하겠다고 공약했다.

브뤼셀 소재 브뤼겔 싱크탱크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이탈리아는 국내총생산의 3.3%인 590억 유로를 에너지 위기로부터 기업과 가계의 보호 조치에 배정했다. 반면, 독일은 GDP의 2.8%인 1000억 유로를, 프랑스는 GDP의 2.9%인 720억 유로를 배정했다.

섬유업체 유텍스벨 NV의 장 프랑수아 피에르 그리보몽 회장은 "이러한 차이는 EU의 단일 상품 시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벨기에 직조 작업장은 1년 전보다 두 배인 메가와트 시간 당 193유로를 지불하는데, 이는 보조금을 지원하는 프랑스에서는 메가와트 시간당 123유로를 지불하고 있으며, 이는 연간 약 50%의 증가라고 말했다.

베를린에 본부를 둔 무역협회 텍스틸+모드의 에너지 정책 책임자인 마이클 엥겔하르트는 독일 섬유 및 패션 기업들이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국가 지원 혜택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지만, 여전히 다른 국내 산업체들과 공적 자금 지원 경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섬유 제조업체들은 유리나 금속과 같은 다른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보다 덜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져 지원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

유라텍스의 더크 반티켐 국장은 "새 셔츠가 부족하다고 세상의 종말이 오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패션 산업이 에어 필터, 풍력 터빈 블레이드, 인공 관절, 자동차 타이어와 같은 분야에 들어가는 기술 및 의료용 섬유의 광범위한 생산과 밀접하게 얽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세계무역기구(WTO) 자료에 따르면 세계 섬유 수출에서 유럽 비중은 지난 20년간 감소한 반면 중국은 2020년 기준 40% 이상으로 4배 이상 증가해 EU의 2020년 점유율의 두 배가 넘는다.

중소 섬유업체들은 디자인하우스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세대를 거듭할수록 전문성을 키워 유럽의 산업을 지배해 왔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명예기자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