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삼성·SK하이닉스 긴장… "물건 없다" 비명 속 中 CXMT, '공급 확약' 무기로 DDR5 현물가 압박

글로벌이코노믹

삼성·SK하이닉스 긴장… "물건 없다" 비명 속 中 CXMT, '공급 확약' 무기로 DDR5 현물가 압박

AI 데이터센터의 HBM 독식 여파… 유럽 노트북 가격 최대 30% 상승
컴퓨펙스 2026서 '조달 리스크 축소' 내세운 중국, 범용 D램 주도권 흔든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용량 서버용 D램 독식 현상 탓에 일반 PC와 노트북용 메모리 공급 절벽이 현실로 다가왔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용량 서버용 D램 독식 현상 탓에 일반 PC와 노트북용 메모리 공급 절벽이 현실로 다가왔다. 이미지=제미나이3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용량 서버용 D램 독식 현상 탓에 일반 PC와 노트북용 메모리 공급 절벽이 현실로 다가왔다. 스위스 최대 온라인 소매업체 갈락서스는 최근 1년 동안 완제품 노트북 소매 가격이 최대 30% 올랐다고 발표했으며, 유통사 인터디스카운트도 메모리 부품 부족으로 단가가 최대 20% 상승했다고 밝혔다.

공급망 마비 틈새를 노린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컴퓨펙스 2026에서 가격 인하가 아닌 '공급 안정성'을 전면에 내세워 글로벌 메모리 대기업 3사와 대등한 단가 수준에 도달했다.

AI 서버가 삼킨 D램 완제품, 유럽 소매 시장 직격탄


스위스 유력 매체 블릭(Blick)의 지난 7(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챗GPT를 비롯한 거대언어모델(LLM) 확산으로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메모리 수요가 폭증했다.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AI용 고부가가치 메모리 생산에 라인을 집중하면서 일반 소비재용 D램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공급량은 급격히 줄었다.
유럽 유통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유통사 인터디스카운트는 메모리 부품 단가 상승과 물류비 증가를 원인으로 지목하며 입문용 노트북 가격이 15%에서 20%까지 상승했다고 집계했다.

갈락서스 측은 조기 품절을 우려한 학교와 기업의 대량 발주가 겹치며 완제품 납기가 2주 이상 지연되는 공급망 교란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유럽 주요 유통 채널에서도 유사한 가격 상승 흐름이 감지되고 있으며, 업체별로 가격 상승 폭은 15%에서 30% 수준으로 나타났다. 오리지널장비제조(OEM) 업체들의 선제 발주 확대가 전체 평균판매가격(ASP) 상승 폭과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저가형 기기일수록 전체 생산 단가에서 메모리 칩이 차지하는 비용 비중이 15%에서 20%까지 높아 단가 상승 압박을 더 강하게 받는다.

저가 이미지 벗은 中 CXMT, ‘조달 리스크 축소로 단가 턱밑 추격


디지타임스(DIGITIMES)8일 분석을 보면 메모리 공급 부족 국면을 이용한 중국 CXMT의 시장 잠식 전략이 구체화됐다. 컴퓨펙스 2026에 참가한 글로벌 메모리 모듈 업체들은 CXMT가 제조한 차세대기억장치(DDR5) D램의 조달 가격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단가와 거의 같은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전했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시장 주력 제품인 16Gb DDR5 기준 CXMT의 현물 조달 가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비 약 5%에서 10% 이내 격차로 좁혀진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해당 수치는 현물 시장 기준으로, 고정거래가격에서는 여전히 일정 수준의 프리미엄이 유지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중국 반도체의 무기였던 저가 공세 방식은 사라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글로벌 3사가 HBM과 서버용 제품에 생산 능력을 할당한 사이 CXMT가 전통 PCDDR5의 빈자리를 꿰찼다고 진단했다. CXMT는 선결제를 요구하거나 주문 미이행 시 엄격한 위약금을 부과하는 글로벌 대기업과 달리, 선결제 조건을 없애고 최소구매물량(MOQ) 부담을 대폭 낮추는 유연한 계약 조건을 제시해 모듈 제조사를 끌어모았다.

가격이 아닌 '조달 리스크 축소'를 앞세운 전략이다. 이미 모바일용 LPDDR5X와 서버용 RDIMM 양산에 성공한 CXMT는 입문용 제품부터 검증을 마치고 글로벌 공급망 진입을 시도 중이다. 다만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미적용 공정 기반이라는 한계 탓에 미세공정 전환 속도와 수율 안정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글로벌 3사 대비 한 세대 이상 공정 격차로 인해 원가 구조 및 수율 안정성에서 차이가 지속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반도체 수익성 레버리지 경고등… 공급망 지표 점검해야


중국 메모리 기업의 부상은 한국 반도체 기업의 주가와 시장 지배력에 즉각적인 위험 요인이다. 범용 D램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누리던 가격 결정력의 균열은 이미 시작됐다.

범용 D램 가격이 하락할 경우 HBM 중심의 제품 믹스 개선 효과에도 불구하고 전체 DASP 상승 폭이 제한되며, 고정비 부담이 큰 메모리 산업 특성상 수익성 레버리지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범용 D램에서의 점유율 방어 여부가 향후 메모리 업황 사이클에서 한국 기업의 이익 변동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하반기 정보기술(IT) 기기 성수기 진입에 따른 PCD램 고정거래가격 추이를 주시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정부의 심자외선(DUV) 장비 추가 반입 규제가 CXMT의 수율 개선을 얼마나 제어할 수 있는지가 시장 통제력 유지의 핵심 분수령이다. 압계에서는 빅테크 기업의 설비투자(CAPEX) 규모 변화와 함께 주요 모듈 업체의 자재명세서(BOM) 내 중국산 D램 채택 비율을 추적해야 한다고 말한다. 범용 제품군의 주도권을 뺏기면 HBM에서 버는 이익의 상당 부분을 상쇄당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인공지능(AI) 시장의 전방 수요가 예상보다 강력해 서버용 고용량 D램과 차세대 DDR5 공급 부족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낙관론도 공존한다. 빅테크 기업의 설비투자(CAPEX) 확대로 전체 메모리 시장의 판이 커진다면, 한국 기업이 고부가 시장을 독식하고 중국이 진입한 범용 시장도 낙수효과를 누리며 동반 성장하는 상생 시나리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투자자 체크포인트


첫째, 빅테크 기업의 하이퍼스케일러 설비투자(CAPEX) 전년 대비 증가율 추이다. HBM 편중 현상의 지속 여부를 가르는 지표로, 투자 규모가 줄면 범용 D램 공급이 늘어 단가가 하락할 수 있다.

둘째, 글로벌 메모리 모듈 업체의 자재명세서(BOM) CXMT 비중 변화다. CXMT의 실질적인 시장 점유율 확대를 선행적으로 보여주는 척도이며, 이 비율이 높아질수록 한국 기업의 실적 지배력은 약화된다.

셋째, 미국 정부의 대중국 심자외선(DUV)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 효과다. 중국 반도체의 기술 추격 속도와 수율 한계를 제어하는 핵심 변수로, 규제 균열 시 국내 기업의 중장기 수익성에 치명타가 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