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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한 소주 전성시대] “순해서 좋다”…낮아지는 소주 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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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한 소주 전성시대] “순해서 좋다”…낮아지는 소주 도수

‘부어라 마셔라’는 이제 옛말
간편하게 즐기는 술자리 선호
주류업계, 순한 소주 경쟁 중

한 마트 냉장고에 소주 제품이 진열돼 있다. / 사진=김수식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한 마트 냉장고에 소주 제품이 진열돼 있다. / 사진=김수식 기자
“순하니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 좋아요.”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순한 소주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최근 영등포 한 식당에서 술을 한잔했다. 눈에 보이는 테이블은 7개, 한 곳만 빼고 모두 진로이즈백, 혹은 새로를 마셨다. 회사 동료들과 함께 술을 마시러 왔다는 직장인 이수지(가명) 씨는 “요즘 새로를 많이 마시는 것 같다”며 “제로슈가라고 하니 칼로리 부담도 없고, 도수가 낮아 다음날 출근 압박도 덜하다”고 말했다.
다른 테이블에는 참이슬 후레쉬와 진로이즈백 등 다양한 소주병이 놓여있었다. 자영업을 한다는 김종우(가명)씨는 “술을 좋아하는데 주량은 약하다 보니 친구들과 술을 마시면 먼저 취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그래서 찾은 방법이 순한 소주다. 그는 “우리는 자기 취향에 맞게 소주를 마신다. 저도수 소주를 마시면 친구들 주량을 어느 정도 따라간다”고 설명했다.

◇소주 알코올 도수, 30도에서 15도까지 낮아져

20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소비자가 원하기 때문에 경쟁하듯 순한 소주를 내놓고 있다. 지난 15일에도 신제품이 나왔다. 하이트진로는 이날 15.5도 ‘진로골드’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가볍게 마시는 음주문화의 확산으로 다양해진 소비자 입맛과 저도주 트렌드를 반영해, 더욱 다양한 소비자층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신제품을 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진로골드’는 하이트진로의 100년 양조 기술을 바탕으로 완성한 황금비율 레시피로 최상의 ‘부드러운 맛’을 구현해냈다. 과당을 사용하지 않은 ‘제로슈거’ 소주로, 쌀 100% 증류원액을 첨가해 부드러운 맛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또, 지속적인 소비자 조사와 분석을 통해 다양한 도수에 대한 니즈가 있다는 점을 주목, 부드럽고 편안한 음용감의 15.5도로 개발했다.

현재 가장 낮은 도수의 소주는 선양소주(옛 맥키스컴퍼니)가 지난해 3월 선보인 14.9도 ‘선양’이다. 산소숙성공법과 쌀·보리 증류원액을 첨가해 깔끔한 맛을 유지하면서 알코올 도수를 국내 최저 수준으로 낮춰 부드러움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또 과당을 사용하지 않은 ‘제로 슈거’ 제품으로 소주업계 최저 열량인 298kcal(360ml)를 구현했다.

사실 순한 소주 수요는 예전부터 있었다. 시대가 흐르면서 소주 알코올 도수도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국내 대표 소주 브랜드 참이슬은 1988년 23도로 출시됐다. 이 전까지만 해도 국 내 첫 소주인 ‘진로’가 35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저도수 소주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후 ‘참이슬’은 리뉴얼을 통해 2021년 22도, 2024년 21도로 알코올 도수를 낮췄다. 그리고 2006년 참이슬은 또 한 번의 리뉴얼을 통해 도수는 20.1도까지 낮추고, 같은 해 롯데칠성음료도 20.1도의 ‘처음처럼’을 선보이며 본격적인 저도수 경쟁이 시작된다.

20도의 선을 먼저 깬 건 하이트진로다. 2006년 ‘참이슬 후레쉬’를 19.8도에 내놓았다. 이에 질세라 롯데칠성음료는 다음 해에 처음처럼 19.5도를 출시했고, 바로 하이트진로가 후레쉬를 같은 도수로 선보였다.

후레쉬와 처음처럼의 경쟁은 진로이즈백과 새로가 이어받았다. 먼저 하이트진로는 2019년 16.9도의 진로이즈백을 새롭게 선보였고, 2022년 16도 새로를 출시했다. 두 제품은 저도수, ‘제로 슈거’로 인기몰이 중이다.

◇‘저도수·제로슈거’ 진로이즈백과 새로 인기


실제 진로이즈백은 하이트진로의 누적된 오랜 헤리티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뉴트로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설탕을 뺀 제로 슈거제품으로 리뉴얼 했으며 소비자 수요를 반영해 알코올 도수를 16도로 낮추는 노력을 통해 같은 해 12월 누적 17억병 판매를 돌파했다.

새로의 인기도 놀랍다. 새로는 출시 7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억병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연매출 1256억원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 소주시장 점유율은 새로 효과로 지난해 20.7%를 기록했다. 전년 보다 약 4%포인트가 늘었다. 소주 시장점유율 중 새로가 8% 가량 차지하고 있다.

젊은 세대, 특히 여성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던 순한 소주는 이제 남녀노소가 즐기는 대세로 자리 잡아가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즐기기 위한 음주문화가 확장되면서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저도수 소주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처음 술 같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던 남성들이나 40대 이상의 소비자들도 부담되지 않은 술자리를 즐기며 저도수 소주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소주 도수가 어디까지 내려갈지 관심이 쏠린다. 와인이나 청주 등과 같은 도수가 낮은 주종과의 충돌을 우려해 더이상 도수는 낮아지지 않을 거라면서도 자신하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답은 소비자에 있다. 앞서 20도도, 17도도 업계에서는 알코올 도수 마지노선으로 봤지만, 도수는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은 저도수 트렌드가 지속 될 것으로 보이지만 요즘은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확언하긴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소주 음용층의 니즈가 더욱 낮은 도수를 원한다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수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imk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