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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 북미 시장 성장세 전환…유상증자로 투자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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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 북미 시장 성장세 전환…유상증자로 투자 강화

LG생활건강이 지난 28일 1분기 실적 공개와 함께 북미 법인에 대한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사진=LG생활건강이미지 확대보기
LG생활건강이 지난 28일 1분기 실적 공개와 함께 북미 법인에 대한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사진=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이 북미 시장에서 존재감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내내 부진을 겪었던 북미 매출이 올해 1분기 성장세로 전환했다. 이 기세를 이어가기 위해 북미 법인에 대한 대규모 유상증자도 결정하며 시장 공략 강화에 나섰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8일 공시를 통해 북미 법인(LG H&H USA Inc.)이 추진하는 약 1860억원(1억3000만달러)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북미 시장에서 실적 반등을 이뤄낸 가운데 추가적인 투자로 성장을 가속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LG생활건강의 북미 매출은 지난해 부진을 면치 못했다. 연간 기준 북미 매출은 전년 대비 13.2% 감소했으며 1분기부터 4분기까지 모두 두 자릿수 하락을 기록했다. 팬데믹 이후 인디 브랜드를 비롯한 신규 브랜드들의 북미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일부 자회사들의 실적 부진도 악영향을 미쳤다. LG생활건강이 2019년 인수한 더에이본컴퍼니(The Avon Company)는 그간 자본잠식 상태에 놓이며 북미 사업 발목을 잡아왔다. 주력 판매 채널이 방문판매라는 전통적 방식에 머무는 등 사업 구조적인 문제도 있었다. 지난해부터 구조조정에 착수했지만 브랜드 포트폴리오 조정은 쉽지 않은 과제였다.

그럼에도 올해 1분기 LG생활건강은 북미 지역 매출을 다시 성장 궤도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1분기 북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다. 특히 아마존 등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전개한 뷰티&퍼스널케어(BPC) 브랜드들의 성과가 양호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CNP, 빌리프, 두피케어 브랜드인 닥터그루트 등이 아마존 채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며 1분기 매출 성장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북미 시장 공략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방식으로 진행되며 약 1000억원(7000만달러)은 북미 법인 운영 자금 및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된다. 나머지 약 860억원(6000만달러)은 북미 법인의 자회사인 더에이본컴퍼니에 현금 출자돼 운영자금 등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유상증자를 계기로 아마존을 중심으로 뷰티&퍼스널케어(BPC) 브랜드 전반에 걸쳐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기도 하다. 더페이스샵, CNP, 빌리프, 닥터그루트 등은 클린뷰티, 더마코스메틱(피부과학 기반 화장품), 저자극 콘셉트 등을 앞세워 북미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북미 시장에서는 ‘성분 안전성’, ‘피부 저자극’ 등이 주요 소비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어 이러한 흐름에 맞춰 전략을 전개 중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더에이본컴퍼니에 대해서도 “현재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지속적인 사업 효율화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방문판매 채널은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온라인 판매 강화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LG생활건강이 북미 시장 공략에 힘을 쏟는 이유는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북미는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이자 뷰티 트렌드를 주도하는 지역으로, 글로벌 뷰티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핵심 시장이다.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미주 시장에서 젊은 세대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브랜드를 강화하고 마케팅 투자를 집중하겠다"며 "아마존을 중심으로 온라인 채널에서 도약을 이루고 오프라인 유통망도 빠르게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북미 시장에서의 수익성 개선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9일 보고서를 통해 “미국 사업의 수익성 개선이 더딘 점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1분기 미국 사업 매출은 증가했으나 마케팅비 증가 등으로 영업이익은 적자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어 “미국 사업의 성과 개선 속도와 실적 흐름을 고려할 때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투자의견 중립을 유지했다.


이정경 기자 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