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2023년 3월까지만 해도 뉴욕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코코아 원료 가격은 톤당 2000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2023년 하반기 들어 기상이변과 병충해로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가격이 본격적인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올해 3월에는 톤당 1만 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만에 5배가 오른 셈이다.
이후 수요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최근에는 톤당 8000달러대로 하락했지만 이전 수준을 고려하면 여전히 매우 높은 가격이다. 초콜릿 원재료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코코아의 가격 부담이 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코아 의존도가 높은 롯데웰푸드는 올해 1분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웰푸드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35.6% 줄어든 240억 원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 러시아 등 글로벌 시장에서 고른 성장을 보였음에도 내수침체와 원재료 가격 상승이 전체 수익성을 갉아먹었다는 분석이다.
수익성 유지를 위해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6월 초콜릿 제품을 중심으로 가격을 인상했다. 올해 2월에도 빙과류와 대표 초콜릿 제품인 가나마일드·빼빼로의 가격을 추가로 인상했다. 인도와 카자흐스탄 등 해외 시장에서도 5~10%가량의 가격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는 원재료 단가 하나만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하지 않지만 최근 코코아는 예외적인 상황으로 볼 수 있다”며 “제조사 입장에서 대응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초콜릿 제조사인 허쉬는 최근 발표한 실적에서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허쉬는 26억6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월가의 예상치(27억2000만 달러)에 못 미친 수치다. 순이익도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다. 2024년 1분기 실적 역시 28억1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7% 줄었으며 시장 예상치에도 다소 못 미쳤다.
이 같은 부진 속에 허쉬는 CEO 교체를 앞두고 있다. 2017년부터 회사를 이끌어온 미셸 벅 CEO가 내년 6월 퇴임을 예고하면서다. 시장 일각에서는 허쉬의 CEO 교체가 수익성 저하 등 최근의 어려운 경영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외신들은 허쉬가 경쟁사인 네슬레나 마스에 비해 제품 포트폴리오가 단조롭다는 점도 실적 부진의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한편, 롯데웰푸드, 빙그레 등 주요 기업들의 가격 인상은 2분기부터 실제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가격 인상은 통상 유통채널을 거쳐 점진적으로 반영되고 일정한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2분기부터는 가격 정책 효과가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정경 기자 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