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수수료 의존 저가 관광 퇴출…'양보다 질' 전환 선언
투명 가격 공개·국제 공조 강화…"관광객 신뢰가 국가 브랜드"
투명 가격 공개·국제 공조 강화…"관광객 신뢰가 국가 브랜드"

'제로동 투어'는 관광객이 교통, 숙식, 입장료 같은 비용을 거의 내지 않는 비정상적인 저가 상품이다. 여행사는 지정된 쇼핑센터에 관광객을 데려가는 대가로 수수료를 챙긴다. 이 때문에 공급망이 느슨해져 통제가 어렵고 관광 상품의 품질도 떨어진다.
이러한 덤핑 투어 모델은 1995년 태국에서 처음 시작돼 대만, 홍콩, 한국, 일본 등으로 퍼졌으며, 베트남에는 2010년 이후 다낭, 나트랑, 하롱베이 등 주요 관광지를 중심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제로동 투어는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판매되며, 빡빡한 쇼핑 일정을 채우기 위해 문화 체험이나 관광지 방문을 빼는 일이 잦다. 심지어 일부 가이드는 판매 실적 압박에 시달리다 못해 쇼핑을 강요하는 '호객꾼' 노릇까지 하고 있다.
주요 고객층인 중국은 2013년 여유법(旅游法)을 통해 쇼핑센터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고 강매 행위를 엄격히 금지했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시장 자율에 맡기는 실정이다. 태국은 2016년 대대적인 단속으로 투어 비용이 1인당 4000위안(약 76만 1840원)에서 9000위안(약 171만 4140원)까지 치솟았지만,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는 부작용을 겪은 뒤 정책을 완화해야 했다. 반면 유럽과 미국은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을 전제로 저가 투어를 허용하며, 이는 오히려 관광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관광지의 신뢰를 쌓는 효과를 거뒀다.
베트남은 이러한 해외 사례를 교훈 삼아 전면 금지보다는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쪽으로 관리 감독을 강화한다. '쉽고 빠른 성장' 대신 품질 중심의 전략으로 선회하겠다는 것이다.
비엣 오리엔트 호스피탈리티의 응우옌 반 꽝 총괄사장은 "관광 시장을 왜곡하는 '단체 관광객 매입 후 되팔기' 관행은 반드시 없애야 한다"며 "규정을 어긴 가이드는 자격증을 회수하고, 재범 기업은 허가 취소를 검토해야 한다. 관광객이 비용을 뚜렷이 알고 그에 맞는 가치를 돌려받을 때 관광 경험은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법·제도 정비부터 업계 자정까지… 전방위 대책 가동
정부는 구체적인 해결책으로 법·제도 정비, 감시·지원 시스템 마련, 정직한 기업 육성이라는 세 가지를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한다. 투어 최저가 도입, 계약서와 쇼핑 정보 공개 의무화 등 법적인 장치를 마련하고, 사기·강매 같은 부정행위는 엄격히 처벌한다. 이와 함께 공항, 호텔 등 주요 거점에 한국어, 중국어, 영어 등을 지원하는 다국어 핫라인을 설치해 관광객의 권익 보호에 나선다. 나아가 주요 관광객 송출국과 국제 협력으로 해외 판매 단계부터 공동 감독 체계를 갖출 계획이다.
업계의 자정 노력도 촉구된다. 꽝 총괄사장은 "제로동 투어는 덤핑이자 비윤리적인 사업 방식으로, 정직한 기업들까지 도태시키는 심각한 문제"라며 "신뢰도 높은 여행사들이 연합해 제로동 투어 거부를 선언하고, 가격 구조와 포함·불포함 내역을 투명하게 알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언론, 유명인, 여행 블로거 등을 통해 저품질 투어의 위험성을 알리고 책임 있는 여행 소비 문화를 퍼뜨려 소비자 인식을 개선하는 노력도 병행한다.
베트남 정부와 업계는 이번 조치가 단순히 저가 상품을 없애는 것을 넘어, 국가 브랜드를 높이고 관광객을 존중하는 문화를 뿌리내리게 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비윤리적인 모델에서 과감히 벗어나 법적인 기반을 다져야만 베트남 관광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관광객이 존중받는다고 느낄 때, 그들 스스로가 베트남의 '관광 대사'가 되어 긍정적인 국가 이미지를 퍼뜨리는 선순환을 만든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