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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브 CEO "유럽도 골든돔 방어시스템 만들어야"… 사브, 러-우 전쟁 후 주가 8배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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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브 CEO "유럽도 골든돔 방어시스템 만들어야"… 사브, 러-우 전쟁 후 주가 8배 급등

한국·필리핀·태국서 미국 독점 깨고 틈새시장 노려…"AI 없으면 전쟁 생존 불가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5월 20일 미국 워싱턴 D.C.의 백악관 집무실에서 골든 돔 미사일 방어 방패에 관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5월 20일 미국 워싱턴 D.C.의 백악관 집무실에서 골든 돔 미사일 방어 방패에 관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 방산업계가 급성장하는 가운데 스웨덴 방산업체 사브(Saab)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6일(현지시각)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안보 대화에서 미카엘 요한슨 사브 최고경영자(CEO)와 나눈 인터뷰를 보도했다.

270억 달러(약 36조8900억 원) 규모인 사브는 올해 들어 주가가 2배 올랐으며,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이후로는 8배나 뛰었다. 요한슨 CEO는 2019년부터 사브를 이끌고 있으며, 지난 5월 유럽 21개국 4000개 이상 방위업체를 대표하는 유럽 항공우주·보안·방위 산업 협회(ASD) 회장으로 임명됐다.

사브는 90년 가까이 유럽 항공우주와 방위 산업의 핵심 기업으로 활동해왔다. 이 회사는 전 세계 정부를 위해 군용 항공기, 지대공 미사일, 잠수함과 기타 방어 시스템을 개발하며 최첨단 방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 인도태평양 틈새시장 공략… 한국 등 미국 의존도 낮은 국가 겨냥


요한슨 CEO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사업 확장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밝혔다. 그는 "일본은 매우 미국 중심이고 한국도 마찬가지"라며 "필리핀 역시 특히 해군 영역에서 미국 영향력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변화 조짐도 감지된다고 말했다. "미국 지원을 받고 싶지만, 다른 몇몇 나라들과도 협력해야 할 수도 있다는 느낌이 있다"며 "일본도 조금씩 열리고 있고, 한국의 경우 록히드 마틴의 C130이 아니라 브라질 회사 엠브라에르가 만든 C390 수송기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사브는 현재 태국에서 그리펜(Gripen) 전투기가 선정됐으며, 필리핀과도 협상하고 있다. 요한슨 CEO는 "필리핀이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볼 것"이라며 "그들은 미국 중심이지만 더 민첩한 함대나 이중 함대가 필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이런 거대한 거래는 매우 정치상의 문제여서 총리급이나 국방장관급 결정"이라며 "매력적인 제품을 가져도 보안 계약이 포함되며 정부 대 정부 계약"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같은 나라가 영향력을 쓰면 당연히 이기기 어렵지만, 그것을 원하지 않는 나라들이 있어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중국의 반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 번도 없다"며 "우리가 이 지역에 있다는 이유로 중국으로부터 어떤 반발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 스웨덴 NATO 가입과 유럽 골든돔 구축 필요성


스웨덴의 NATO 가입이 사브에 미친 영향에 대해 요한슨 CEO는 "큰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비동맹 독립 국가가 되는 것은 주권 방위 능력에 관한 것"이라며 "하지만 북유럽 지역 국가로서 핀란드에 물자를 공급해야 하는 국방군 입장에서는 운송 관점, 물류, 핀란드와 러시아가 맺고 있는 1300km 국경을 지원하는 방법 등은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주창한 미국용 골든돔 미사일 방어 시스템과 관련해서는 유럽도 비슷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절대로 필요하다"며 "이것이 바로 제가 사브뿐만 아니라 유럽 방위산업협회를 위해서도 추진하고 싶은 주력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그는 "산업계와 국가가 함께 모여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 능력을 갖춘 통합 적군 방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유럽에는 그런 것이 없어서 반드시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에서 추진 중인 '하늘 방패' 계획 같은 정책은 있지만, 실제 진행이 너무 더디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래 방산 기술과 관련해서는 인공지능(AI)과 극초음속 무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AI는 너무 많은 정보를 빠르게 처리해 전장 상황을 파악할 때 매우 중요하다"며 "AI를 사용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상황 판단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극초음속 무기에 대해서는 "위험할 것이고, 엄청나게 빠를 것이며, 아마도 다음 단계일 것"이라며 "극초음속 무기 시스템이 있고 그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한 단계"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얻은 교훈에 대해서는 "앞으로 모든 분야에서 사람이 조종하지 않는 무인 시스템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이런 무인 시스템들이 복잡한 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소프트웨어를 얼마나 자주 업데이트해야 하는지, 적의 전파 방해 등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또한, 회색지대 전술과 관련해서는 "해저 케이블을 고의로 망가뜨리고, 노르트 스트림 가스관이 폭발하고, '실수로' 닻을 20km나 끌고 가는 그림자 선박이 있을 때 물론 미친 짓"이라며 "중요한 시설과 전력 연결부 등을 노리고, 정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사무실도 사이버 공격으로 마비시켰다"고 우려했다.

유럽 방산 산업 기반에 대해서는 "훌륭한 기반을 가지고 있지만, 주로 미국을 중심으로 유럽 밖으로 나가는 데 너무 많은 지출을 하고 있다"며 "유럽이 방위비의 78%를 유럽 밖에서 지출하고, 그 중 대다수를 미국에서 지출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진짜 경쟁력을 갖추려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고 보안 환경을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