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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분석]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건설의 브랜드를 사용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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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분석]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건설의 브랜드를 사용한다는데…

2022년 힐스테이트 브랜드 사용 거래금액 70억7500만원 규모, 매출액의 0.4% 수준…브랜드 사용 중단 등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위험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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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로벌이코노믹
현대건설의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IPO(기업공개)가 좌초된 것을 계기로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번 IPO를 위한 증권신고서에서 최대주주인 현대건설과 유사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위험을 고지했습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014년 현대엠코를 흡수합병해 주택, 상업시설, 건축물, 생산설비 및 자산관리 영역을 추가로 확보했습니다. 이 합병으로 인해 건축/주택 사업 및 인프라 사업에서 최대주주인 현대건설과 유사한 사업을 영위하게 됐다는 것이 현대엔지니어링의 설명입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과 중첩되는 사업영역인 국내 건축/주택 사업에 있어서 중요한 경쟁요소인 주택 브랜드의 효율화를 위해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공동으로 사용하고 관리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현대엔지니어링은 유사 사업과 관련해 업권내 경쟁 심화, 법률·세무 등의 이슈로 인한 공동 브랜드 사용의 중단 등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공시했습니다.

그렇다고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공짜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의 자회사이지만 별도의 독립된 법인이기 때문에 브랜드 사용료를 내야 합니다.

현대건설이 힐스테이트 브랜드 로열티를 받는데는 브랜드 상표권을 소유한 회사가 계열사에 브랜드 사용에 따른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을 경우 공정거래법 및 세법상 불공정행위 또는 부당행위 등으로 간주될 수 있는 점도 작용합니다.

현대건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공시자료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현대엔지니어링과 수의계약을 맺고 올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힐스테이트 브랜드 사용료로 70억7500만원 상당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금액은 추정 금액으로 향후 매출액 등의 변화에 따라 변동될 수 있으며 사용료는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사용한 해당사업의 연도별 매출액의 0.4%를 산정한 금액으로 산정됩니다.

이는 현대엔지니어링이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사용한 건축/주택 사업 매출액이 약 1조7688억원 규모에 달한다는 것을 시사해줍니다.

현대엔지니링의 지난해 9월말 누계 건축/주택 사업 매출액은 국내 부문 2조460억원, 해외 부문 4176억원으로 총 2조4636억원 규모에 달합니다.

현대건설은 지난 2021년에는 현대엔지니어링에 대해 브랜드 사용 거래금액 5956억원, 2020년에는 5287억원, 2019년에는 5124억원, 2018년에는 5924억원을 각각 받은 바 있습니다. 현대건설이 현대엔지니어링으로부터 2018년 이전에 브랜드 사용 거래금액을 받았는지는 공시에 나타나 있지 않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시 대상 기업집단 소속회사에 대해 상표권(브랜드) 사용료 수취에 관한 상세 내역을 매년 공시토록 하는 공시 대상 기업집단 소속회사의 중요사항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지난 2018년 1월 29일 행정예고 했습니다.

공시 규정 개정안에서는 상표권 사용 거래 현황을 기업집단 현황 공시 의무 사항으로 별도로 명확하게 규정했습니다. 표권 사용 계약이 대부분 1년 단위로 이루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연 공시 사항으로 정했습니다.

공정위는 상표권 보유 회사의 사용료 수취가 적법한 행위이나 그간 상표권 취득 및 사용료 수취 경위, 사용료 수준의 적정성을 두고 총수일가 사익편취에 악용될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공정위는 상표권 사용료에 관한 정보를 시장에 충분히 제공하여 기업 스스로 정당한 상표권 사용료를 수수하도록 유도하여 사익편취 행위가 방지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현대건설의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IPO를 재추진할 시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브랜드 사용은 두 회사간 분쟁의 여지를 남겨둘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시 이중상장으로 인해 주가 하락 가능성이 있는 현대건설의 일반주주들이 경쟁상대이기도 한 현대엔지니어링의 힐스테이트 브랜드 사용에 제동을 가하면서 현대건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방안을 강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IPO를 추진하기에 앞서 현대건설 소액주주 등 일반주주들과 교감을 쌓는 동시에 현대건설 브랜드의 ‘우산’에서 벗어나 자생력을 충분히 갖춘 뒤 IPO를 실시하는 것이 보다 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 길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김대성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kimd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