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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워치] 기후변화 대응 F학점 한국, 그린 도시로 탈바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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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워치] 기후변화 대응 F학점 한국, 그린 도시로 탈바꿈해야

이영한 지속가능과학회 회장이미지 확대보기
이영한 지속가능과학회 회장


프랑스 파리시는 최근 현재 녹지면적 비율인 9.5%를 2030년까지 50%수준으로 획기적으로 확대하여 가든 도시로 변혁하겠다고 발표했다. 흔히, 우리들은 파리시는 다른 유럽의 도시와 같이 녹지가 풍부하다고 상상한다. 파리 여행할 때, 에펠탑 가든, 루브르 박물관 앞의 뛸르히 가든 그리고 샹젤리제 가로수길을 걸었을 것이다. 그러나 파리는 의외로 녹지가 적다. 콩코르드광장과 개선문을 연결하는 샹젤리제 거리의 주변 지역은 녹지가 전혀 없다. 가로수만 있는 정도이다.
사실 파리시 대부분 지역은 가로수도 없는 도로와 그 양측에 7~8층 건물이 꽉 들어차 있다. 파리의 녹지면적 비율은 현재, 영국 런던(33%)이나 이태리 로마(38.9%) 등 유럽의 다른 대도시에 비하여 최하수준이다. 이 계획이 완성될 2030년, 파리시는 유럽 대도시 중에서 오슬로시(68%)에 이어 최고 수준의 공원 도시가 될 것이다.

파리시의 가든도시계획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차량은 더 적게, 공기질은 더 좋게(Less Cars, Better Air Quality)'를 모토로, 샹젤리제 거리의 차로 포장재 제거와 보행 중심 공원화, 파리시 구도심 중심부인 제1구·제2구·제3구·제4구의 보행 중심화, 건물 옥상의 녹화, 다리 공원화와 지하차도 설치, 17만 그루 식재 등 혁신적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양방향 8차선 샹젤리제 거리는 나무 터널의 도시 가든으로 바뀔 것이다. 현재 8차선 차로는 4차선 차도, 2차선 자전거로, 2차선 보도로 바뀔 것이다.
현재 세계 도시 면적은 전 지구 면적의 2%이다. 세계 도시의 에너지 소비율은 전지구 에너지 소비의 75%를, 탄소 배출량은 80%를 차지한다. 탄소 중립의 관건은 주 탄소배출처인 도시에 달렸다. UN(2014년)은 도시화율이 2020년 55%, 2050년 70%로 높아진다고 전망했다. 탄소배출량이 현재 추세대로 간다면, 탄소중립은 요원할 것이다. 인간이 창조한 최고의 집합체인 도시가, 이제는 오히려 지구에 치명적인 암적 존재가 될 수도 있게 되었다. 우리는 기후 변화, 더 나아가서 기후 위기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세계 각 국가와 도시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일련의 계획들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기후변화적응계획', 네덜란드의 '국가물계획(National Water Plan)', 뉴욕시의 '기후활성화법(Climate Mobilization Act)', 바로셀로나시의 '플라 끌리마(Pla Clima)' 등이 그것이다. 서울시도 2022년 1월에 '기후변화대응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기후변화 이슈를 환경, 사회, 경제로 더 확장한 포용적인 그린 뉴딜이 2019년 부상했다. 2019년 미국 뉴욕시(OneNYC 2050), LA시(Sustainable City pLAn), EU(GreenDeal) 또한 그린 뉴딜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도 2020년 그린뉴딜을 발표했다.

도시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해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각 도시의 자연적, 인문적 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런던은 19세기 말 20세기 초 에버니저 하워드의 전원도시운동(garden city movement)의 유산 덕택으로 도시 곳곳에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또한, 왕족의 유산인 큰 공원들이 런던 시내에 널려 있다. 8개 왕궁 소유 공원(Royal Parks) 면적이 3034만㎡이나 된다. 로마는 건국 초기에 테베레강에 연접한 7개 구릉에 터를 잡았다. 현재, 구릉을 중심으로 잘 보존된 녹지 등으로 인하여 적정한 녹지율이 확보되어 있다. 이들 도시에는 파리의 가든도시계획과 같이 대규모 녹지 확장 계획이 요구되지 않는다. 네덜란드의 경우 인구 1700만명 중 900만명이 해수면보다 낮은 저지대에 거주하여, 기후변화에 따라 해수면 상승에 대비하여 국가적으로 녹지보다는 물 계획이 중요하다.

현대 메트로폴리탄 도시의 대표라 할 수 있는 뉴욕시의 사례를 검토해 보자. 뉴욕시는 2016년 'New York City’s Roadmap to 80×50'을 공표했다. 2013년 뉴욕시의 부문별 탄소 배출 비중은 빌딩 71%, 도로교통 21%, 탈루성 배출 6% 등이었다.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80% 감축하기 위해 건축물 부문에서 감축을 매우 중요시했다. 80% 저감 경로는 건축물 46%, 교통 20%, 폐기물 2%, 기타 자연 감축분 12%로 구성했다. 특히, 중대형 빌딩의 집중적인 탄소 감축 전략이 필요했다. 그래서 기후활성화법을 제정했다. 이 법안의 10개 조항 중에서 '빌딩 개보수(Building Retrofits)' 조항이 가장 핵심적 규제법이다. 연면적 2300㎡이상인 건축물은 2005년 대비 탄소배출량 감축량을 2030년까지 40%, 2050년까지 80%로 의무화했다. 기존 빌딩을 대상으로 하는 매우 강력한 규제다. 한국 정부는 아직, 기존 건축물을 대상으로 하는 그린 리모델링에 소극적인 상태이다.

한국은 기후변화 대응 최하위 국가다.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UNFCCC COP)는 2020년 기후변화대응지수(CCPI)에서 한국은 61개국 중에서 58위라고 발표했다. 영국정유사(BP, 2019)에 따르면, 탄소배출의 주범인 석탄소비량(2018년)에서 한국은 중국, 인도,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5위이며,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소비량이 1년 전보다 2.4% 증가했다. 한국의 주요 도시도 선진국 주요 도시에 비하여 대응이 뒤처져있다.

서울시가 올해 1월에 발표한 '기후변화대응 종합계획(2022~2026)'에 따르면, 2026년 서울시 탄소배출량 목표는 2005년 4944만5000톤 대비 30%를 감축하여 3461만2000톤이다. 기준년도인 2005년은 이미 15년 이상 경과하여 이행계획의 추진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 서울시 탄소배출량(2019년)은 4596만톤으로 건물부문이 3159만1000톤(68.7%), 교통부문이 884만톤(19.2%), 폐기물부문이 296만톤(6.4%), 산업공정부문 등 147만5000톤(3.2%), 기타 2.5%를 차지한다. 2026년 탄소배출량은 2019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하면, 25%를 감축해야 한다. 탄소배출량 감축, 탄소흡수원 확대, 저탄소 행동 등으로 감축해야 한다. 우리는 4분의 1 감축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이해를 돕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단순화해서 말해보는 것도 좋다. 2026년까지 건물 면적이나 건물의 냉난방 부하를 25% 축소해야 하고, 차로 차선이나 차량 운행거리를 25% 축소하거나 친환경 차량 비율을 25%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폐기물도 25% 축소해야 한다.

과연, 서울시의 종합계획은 시행 5년 후인 2026년에 탄소배출량 25%를 감축할 수 있는 구체적 이행 계획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을까? "아쉽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 이행 경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에 해왔던 에너지 관련 여러 계획들을 양적으로 확대하는 수준이다. 강력한 의지를 담은 좀 더 혁신적인 계획이 요구된다.

그러면, 기후변화 대응이 최하위 수준인 한국 도시들이 앞으로 실천해야 할 혁신적 요점은 무엇일까?

첫째, 건축물의 에너지 관리 체제에서 탄소배출량 감축 관리 체제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 도시의 경우는 총 탄소배출량에서 건축물 부문이 70%내외를 차지하고 있으니 기후변화 대응에 건축물관리는 필수적이다. 도시를 벗어나도 건축물비중은 최대이다. 유엔환경계획(UNEP 2020)에 따르면, 2019년 전세계 탄소 배출량에서 건축물부문 비중은 38%로 최대이다. 건물의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탄소 배출량이 28%, 건축 자재, 건설과 해체 과정 등 건설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이 10%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 건축물 탄소중립 추진은 아직도 에너지 관리 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축건물의 경우는 에너지효율등급제이나 제로에너지건축물(ZEB)인증제 등으로 에너지 사용량과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고 있다. 문제는 기존 건물이다. 신축 건물에 비하여 기존 건물은 단열, 냉난방 시스템의 저효율 등으로 인하여 에너지 소비량과 탄소배출량이 많다. 서울시의 경우, 총 건물 동수 60만동 중에서 28만동(47%)이 30년이상 된 노후 건물이다. 노후 기존 건물의 탄소배출량을 감축하는 것이 관건이다. 뉴욕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의 경우, 2026년 이전에 일정 규모 이상 건축물에 대하여 건물 용도별 탄소배출량의 제한과 그 관리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둘째, 차량이나 콘크리트 중심 도시를 기후변화 대응 공원형 도시로 변혁해야 한다. 차로나 철로 등 교통 중심의 도시구조를 강이나 천, 공원 등 녹지 중심의 도시구조로 바꾸어야 한다. 전술한대로 파리시는 2030 녹지율 50% 계획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 사업으로 샹젤리제 거리의 차선을 50% 축소하고 도시 가든형 거리로 조성할 것이다. 서울시에도 우수한 사례들이 있다. 차로를 친수 공간, 녹지 공간이나 시민 광장으로 개조한 청계천복원 사업(5.84㎞), 시청녹지광장 사업(6449㎡), 광화문시민광장 및 역사광장 사업(4만300㎡), 폐선철로를 녹지공간으로 개조한 경의선 숲길공원(6.3㎞), 경춘선 숲길공원(6.3㎞)이 있다.

기존 차로를 줄이고, 철로를 지하화하여 녹지나 공원을 대폭 확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최근 건축된 아파트 단지를 보면, 주차장을 지하에 설치하고 옥외 공간을 공원형으로 조성하고 있다. 지상 주차장을 최소화하고 옥외 공간을 공원화하는 시대가 되었다. 건축물 옥상을 녹화 가든으로 조성하여 휴식공간으로 활용하고 옥상 단열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도시 숲 등 녹지는 탄소의 흡수원으로 탄소 중립에 기여한다.

셋째, 기후변화대응 그린 존(Green Zone) 시범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파리시는 구도심을 기후변화 대응 보행중심 지역으로 설정했다. 서울시의 구도심은 한양도성(18.6㎞)으로 둘러싸인 사대문 안이다. 조선시대 한성 도시계획에서 핵심 시설은 경복궁, 창덕궁, 경희궁, 종묘, 남대문, 동대문, 서대문 등이다. 이 지점들을 연결하여 가로를 개설했다. 이러한 역사적 전통을 기반으로 일정 지역을 시범적으로 그린 존으로 설정하여 기후변화 대응 계획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광화문~시청~남대문 거리(2㎞)와 그 주변 지역이나 경희궁~세종로 사거리~종묘광장의 종로 거리(2.5㎞)와 그 주변 지역을 선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린 존에서 차선 25% 이상 축소, 차도 포장재 제거 및 보도용 포장재, 가로수 터널 등 보행가든 조성, 자전거도로 완비, 일정 연면적 이상 주변 건축물 탄소배출 규제 등을 실행해보는 것이다. "과연 가능할까?" 생각했던 청계선 복원사업도 단기간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의지가 있다면, 이 정도 사업은 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추가로, 20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그렇지만, 2021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후보들은 주거 대란 해소와 기후 변화 대응 방안으로 차로나 철로의 지하화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일부 후보들은 지하화한 차로나 철로의 지상부에 서민용 주택을 짓거나 콘크리트 타워형 공중 정원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빽빽한 도시에서 차로나 철로 부지는 공유지이면서 공개공지이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곳에 고층 건축물을 세우는 것은 도시 공기의 흐름을 막고 시야를 차폐하여 도시민을 질식시키는 악행이다. 전문적인 식견을 도외시한 우둔함의 발로이다. 이곳에 녹지를 조성함으로서, 인근 지역의 바람 순환을 돕고, 멀리 자연과 도시를 연결하는 바람 숲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로 인하여 공기 질 향상, 여름철 열섬 현상 완화 등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할 수 있다.


이영한 지속가능과학회 회장(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