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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워치] 2022 카타르 월드컵에 대한 지속가능한 ESG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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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워치] 2022 카타르 월드컵에 대한 지속가능한 ESG 논쟁

이혜주 국가ESG연구원 공동대표이미지 확대보기
이혜주 국가ESG연구원 공동대표
지난 20일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 공연에서 BTS 멤버 정국의 '드리머스(Dreamers)' 열창은 관객들의 우레와 같은 함성과 함께 월드컵 축제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카타르 월드컵 주제가의 꿈·열정·존경·신뢰·사랑·개방이란 희망의 메시지는 BTS의 인기와 함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21일 오전 기준 총 102개 국가의 아이튠즈 톱 송 차트에서 1위를 거머쥐게 되었다.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Tamim Bin Hamad Al Thani) 카타르 국왕은 "발전, 개혁, 진보가 자랑스럽다"고 과시했으며 지아니 인판티노(Gianni Infantino) FIFA 회장은 "이번 월드컵은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행사로 거대한 사회적 영향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카타르 월드컵이 '스포츠 워싱' 논란에 휩싸이면서 그 반응은 희미해졌다. '스포츠 워싱'이란 국가나 조직이 스포츠 정신과 게임 열기를 앞세워 '인권 유린' 등과 같은 부정적 평판을 세탁하려는 움직임을 일컫는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의 최고 투자만큼이나 화려한 가수와 스포츠맨에 가려진 이면에는 개최지 선정 과정부터 비리 의혹이 터진 이래 치열한 공방이 오가면서 월드컵 정신을 훼손해 왔다.
카타르 월드컵의 지속가능한 평가 논란도 끊임이 없다.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 FIFA 대변인은 "FIFA와 카타르는 '월드컵 레거시(legacy)' 비전의 핵심으로 역사상 최초로 '탄소 중립' 중심의 월드컵 개최를 약속했다. 이에 거대한 800MW급 신규 태양광발전소,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경기장 설계·건설 과정에서 최고의 '녹색 건물 인증'의 취득 및 탄소배출량을 최소화한 운송 수단과 폐기물 처리 계획 등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포괄적인 이니셔티브를 마련했다. 그리고 가뭄에 강한 지역 고유종으로 총 67만9000그루, 나무 1만6000그루의 관목을 경기장 근처에 심었으며 재활용된 물을 이용한 관개 시스템을 만들어 탄소배출량을 줄이려 했다. 카타르 월드컵의 탄소배출량 360만t 중 51.7%가 세계 축구 팬들을 실은 항공기 운항 등에서 발생하므로 관객의 이동이 편리하도록 월드컵 경기장들을 가까이 위치하도록 설계해 최첨단 도하 지하철과 신형 전기버스 750대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영국 랭커스터 대학의 마이크 버너스-리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추정치를 조사해본 결과 월드컵 측이 제시한 탄소흡수 방식은 대기에서 탄소를 제거하는 방식이 아니며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1000만t이 훨씬 넘어 FIFA 주장보다 3배가량 더 많은 수치로 측정됐기에 FIFA 측의 '탄소 중립'이란 주장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반박했다. 영국 맨체스터 엑서터 대학의 기후과학자인 케빈 앤더슨 교수도 "FIFA의 주장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하다"고 토로했다.
현재 카타르 월드컵에는 최고 비용을 투자한 월드컵, 최초의 아랍권 국가의 월드컵, 최초의 겨울 월드컵 등 유독 '최초' 타이틀이 많으나 종교·문화적 차원의 돼지고기·술 반입 금지, 미혼 커플의 혼숙 금지나 성소수자 탄압 등 인종차별로 카타르 행사에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 카타르 기업이 고용한 인도·네팔·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 출신 외국인 노동자를 착취하는 인권 문제는 처참하다. 2016년 국제앰네스티는 카타르의 노동자들이 열악한 숙소에서 거주하면서 강제노동, 막대한 채용 수수료 지불, 임금 체불 및 여권 압수 등을 강요당한다고 고발했다. 특히 지난해 2월 영국 '가디언'은 월드컵 유치 이후 10년간 50℃가 넘는 사막의 월드컵 경기장 건설 현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일주일에 70시간 이상 혹사당하면서 그중 6751명이 숨졌다고 보도하면서 비난의 화살을 뽑았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2021년 보고서에서, 카타르의 외국인 노동자는 "위법적인 처벌성 임금 공제에 시달리며 장시간 노동에 대해 몇 달간의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상과 같이 많은 비판을 의식한 듯, 인판티노 회장은 19일 "유럽인들은 지난 3000년 동안 저질러온 과오에 대해 앞으로 3000년 동안 사과해야 할 것"이라며 유럽이 카타르를 비판할 자격이 없다고 맹비난했다. FIFA 측은 "우리는 서로 다른 종교, 역사, 배경을 갖고 있지만 같은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는 서로 다르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이데올로기적·정치적 싸움이나 도덕적 교훈을 전달하지 말고 이제 축구에 집중하라"고 전했다.

카타르 국왕은 '다양성 존중'을 강조하면서도 "지난 수십 년간 중동은 차별당했다. 중동 문화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낯선 대륙에서 월드컵이 개최되니 반격을 가하고 있다. 우리의 다양성과 우리를 하나 되게 축하하는 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모든 참가 팀이 멋진 축구 경기력과 높은 스포츠맨십을 발휘해 기쁨과 설렘이 가득한 시간이 되길 기원한다. 선함과 희망으로 영감을 주는 날들이 되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럼에도 프랑스 파리를 비롯한 유럽 도시들은 카타르의 인권과 환경 문제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으며, 잉글랜드 및 웨일스를 비롯한 유럽 축구협회 10곳은 "인권은 보편적이며 어디에서나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의 목적은 스포츠 경쟁보다 사회·문화를 포용하여 지속가능한 ESG를 추구하는 인류 공동을 위한 축제에 두고 있다. 앞으로 미래지향적·지속가능한 관점에서 소통하는 노력을 통해 가치의 공유가 가능한 스포츠·문화 축제로 재탄생해야 할 것이다.


이혜주 국가ESG 연구원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