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매킨지(2022.11)는 ‘어떤 국가도 자급자족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세계화’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2022.12.4.) 또한 ‘재세계화(reglobalization)’ 사례를 제안하면서 다국적 기업들이 새로운 지정학적 도전에 적응하기 위해 글로벌 무역 시스템을 조정하는 것이라고 동조했다. 세계화는 끝난 것이 아니라 단지 경제 강대국들의 긴장 관계로 직접적 타격을 피해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기 위한 단지 ‘재조정(reshaping)’, 변화하는(changing) 과정이라는 것이다(WSJ 2023.1.16). 지난 16일 다보스 포럼(WEF)에 참여한 국제적 리더들도 ‘재세계화’에 공감했다. 하버드대 경제정책 분야의 로드릭(Dani Rodrik) 교수는 그의 저서 ‘세계화는 너무 진행됐는가(1997)’와 ‘자본주의 새판짜기(2011)’ 등을 토대로 “우리가 목도하는 것은 ‘세계화의 붕괴’가 아니라 ‘세계화의 재편’이며 30여년 동안 구축했던 기존 공급망이 사라진다는 발상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 “‘재세계화’는 아직 초기 단계”라고 지적했다.
첫째, 공간적 접근으로 일반 소비자가 값싼 상품과 첨단 상품을 추구하는 한 가치 있는 글로벌 공급망은 저버릴 수 없는 유용한 체제다. 기업은 공급망 복원을 위해 지정학적 갈등이 적고 생산·소비가 동시에 가능한 지역을 선별해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는다. 저투자된 지역과 산업 분야를 찾아 신흥국 시장(emerging market)을 공략, 글로벌 가치 사슬을 재편해 회복 탄력성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간다. 재세계화가 명확한 관점을 갖는 대표적 영역은 에너지다. 중국에 의존해온 한국·미국·일본은 물론 미국 제재를 피하려는 중국 기업까지 탈중국 흐름에 합류해 관세 부담에서 벗어난 세계로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대안으로 선호하는 지역은 역내 국가들 간 상호 보완적이며 다양성을 협력의 접점으로 가능한 인도-태평양 지역을 모색하고 있다. 이곳은 광대한 지역 가치 사슬(regional value chains: RVCs)이 형성돼 있다는 장점은 있으나 CPTPP와 RCEP라는 두 개의 대립된 메가 FTA가 발효됐다는 점은 정치적·외교적·안보적으로 체제가 중복되어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외교적·융합적 접근이다. 재세계화 과정에서 역내 국가들이 산업적·지역적으로 협력할 공통 요인을 발굴해 동태적으로 발전시킨다면 건강한 지역 경제 생태계를 갖출 수 있다. 우리나라의 최우선 과제는 국내 기술·기업들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우군을 확보하는 일이다. 국가 차원에서 정부는 조용한 강자로서 국익을 위한 고도의 외교전략을 펼쳐야 한다. 외교의 달인 베트남이 어떻게 전략적 모호성을 통해 미국·중국 사이에서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지에 대한 지혜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의 달러 패권을 넘보는 시진핑은 미국이 사우디와의 관계가 소원해지자 즉시 사우디를 방문해 아랍권에서 중요한 파트너로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다. 초경쟁적인 재세계화 과정에서는 이분법적인 단순한 사고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포용성이 수반된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이혜주 국가ESG연구원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