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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워치] 해양생태 자원 지키는 리빙쇼어라인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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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워치] 해양생태 자원 지키는 리빙쇼어라인 전략

이혜주 국가ESG연구원 공동대표
이혜주 국가ESG연구원 공동대표
최근 뜨거운 열기와 유난히 잦은 물폭탄 세례의 집중호우로 뜻밖의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해 기후위기가 실감 나는 시기다. 지난 7월 3일(현지 시간) 로이터는 미국의 재산 재해 재보험료율이 50%까지 인상됐다고 보도했다. 세계적 재보험사 ‘스위스 리’는 지난해 이상기온으로 상반기 손실액만 50조원이었으며 지난 20년간 홍수로 인한 세계 피보험자산의 손실 규모가 2.7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옥스팜(OXFAM)도 극한기후 재해 복구에 필요한 기금이 20년 사이 800% 증가했다고 보고한 것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기후위기로 새로운 리스크 측정 모델이 요구된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해 가속화되는 ‘해안침식’ 현상은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에 치명적이다. 태풍 재해에 온전히 노출된 서해안·남해안의 갯벌은 이미 절반이 사라졌고, 해운대 해수욕장이나 강릉 소돌해변의 면적이 줄어들고 있다. 해안침식이란 해안의 토양 또는 암석이 감소하면서 해안선이 육지 쪽으로 물러나는 현상을 말한다. 그 요인은 첫째, 해수면이 상승하고 높은 수온으로 태풍 세력의 강화 및 해류 변화로 인해 해양생물들이 생존하는 생태공간의 피해와 둘째, 인위적 연안 개발에 따른 방파제·방조제 같은 돌출 구조물이나 해안선에 평행하게 설치된 구조물, 경사면 붕괴를 방지하기 위한 호안 건설과 골재 채취 등이 그 원인이다. 연안의 자연생태계는 ▶서식처 제공 ▶생물다양성 증진 ▶물질 순환이란 3대 지지서비스의 원천이지만 기후위기로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기후위기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00년대부터 ‘해양생물 다양성’을 증진시켜 해안침식을 방지하려는 대표적인 국가 복원사업으로는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리빙-쇼어라인(Living Shoreline)’ 프로젝트가 있다. 리빙-쇼어라인 사업은 일단 인공제방 구조물을 제거해 해안가에 식생이나 자연 서식지를 늘리는 생태공법 형식으로 진행된다. NOAA는 20년간 수행한 사업의 결과 1㎞ 해안선 조성이 연간 110톤의 탄소를 추가 저장하고, 정화 기능과 홍수조절 능력까지 가능하며 4.5m 미만 폭의 굴밭 조성은 파력(波力) 에너지를 50% 이상 더 흡수해 태풍·파도에 대한 저항력을 배가한다고 보고했다. 또한 연안습지 재해 저감 비용은 연간 25조원, 1㎢당 생태계 서비스 가치 100억원 상승, 투자 대비 효용인 사업 편익은 7배 증가했다고 전했다. 또한 리빙-쇼어라인은 자연재료를 조성하는 공법의 특성상 가성비가 탁월하다. 가령 1㎞ 방파제 건설에 수천억원의 비용이 들지만 리빙-쇼어라인의 설치는 1m당 3000~5000달러 수준이다.

호주의 해양과학연구소가 주도하는 ‘Living Seawall’ 프로젝트(2018)의 경우 볼보(Volvo)가 후원해 시드니 항구 방파제에 거대한 친환경 에코타일 시제품 50개를 부착했다. 이 에코타일 디자인은 호주에서 탄소저장 능력이 뛰어난 맹그로브 나무뿌리, 산호초, 해안 암반의 형상을 모방해 3D 프린팅 기법으로 제작됐다. 이렇게 복잡하게 얽힌 다공정 세밀구조 형상은 해양생물의 부착성을 높여 생태 건강성 제고는 물론 오염물질까지 흡착해 생물다양성 36%의 증진효과가 창출됐다. 자연 서식지의 확장은 바다 생물의 가입·정착·성장을 도우면서 해양생태계 구조·기능의 향상과 전반적으로 해양생태계 건강성을 증진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광대한 갯벌이 제공하는 생태계 서비스에 무심했을 뿐 아니라 해안선을 따라 구축했던 33.9㎞라는 회색 콘크리트 인공제방을 자랑했다. 그러나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이 멸종위기종 철새를 비롯해 생물 2150종이 살아가는 진귀한 생물종의 보고로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되면서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다. 해양수산부(2013)는 조절서비스 2조원을 8배 훌쩍 웃도는 16조원 이상의 경제적 가치가 산출됐다고 보고했다. 갯벌이 제공하는 연간 해양생태계 서비스 가치는 오염정화(14조원), 재해저감(2조원), 탄소흡수(120억원) 등 기대 이상이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갯벌이 지구 생물다양성의 보존을 위해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서식지이며, 특히 멸종위기 철새의 기착지로서 가치가 크므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가 인정된다”고 평가했다. 해양수산부는 해양수산업 분야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줄이고 갯벌을 복원해 탄소흡수원을 확충, 2050년까지 해양수산 분야에서 탄소 순배출량을 마이너스(–)324만 톤으로 만들 계획이다. 우리나라에 풍요하게 분포된 갯벌은 오염물질을 걸러주고, 다양한 해양생물의 서식처로서 자연재해도 줄여주는 탁월한 생태계 보고이며 ‘블루카본’의 탄소중립 시대를 리드해 세계적인 ‘블루리빙’ 문화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이혜주 국가ESG연구원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