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행장님 취임 때 먼 발치에서 뵙고 이렇게 글로 다시 인사를 드립니다. 되돌아 보면 그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여성 대통령 시대의 첫 여성 은행장'이라는 눈부신 타이틀로 전국민의 지대한 관심 속에 취임하시면서 한편으로는 말로 다하기 어려운 중압감에 오랜 시간을 보내셨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특히 금융권의 유리천장을 완벽히 무너뜨리시면서 행내 직원은 물론 수만에 이르는 여성 은행원들에게 롤모델이 되셨으니 뿌듯함 만큼 열정과 의욕도 넘치셨을테지요.
사실 임원시절 큰 욕심 없이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시길 원하셨던 의중을 읽었던 저로서는, 권 행장님의 영전 소식에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임기동안의 다양한 성과와 남성 은행장 못지 않은 활발한 대외활동은 주변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기에 충분했습니다. 또 "터를 잘 닦아놓으신 전임 행장님 덕분"라는 겸손함과 특유의 '마더 리더십'은 조직안정의 기반이 됐으리라 판단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행장님 임기 만료를 코 앞에 두고 이런저런 잡음이 들려오더군요.
사실 국책은행의 수장 자리라는 게 정권 핵심인사들의 나눠먹기식 관행이 여전해 행장님의 연임을 의식한 헐뜯기 쯤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몇달전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에 이어 최근 불거진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내정설이 '권선주 연임설'을 완벽히 덮어버리는 것을 보면서 한국금융의 후진성에 또 한번 씁쓸해지기도 했습니다. 이미 기업은행을 제외한 산업은행장(이동걸)과 수출입은행장(이덕훈)도 낙하산 인사 논란에 자유롭지 못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얼마전 다소 충격적인 기업은행 내부 사진 몇장이 온라인을 타고 확산되더군요. 은행 노조의 파업이야 새삼스러울 것 없는 이슈지만, 행장님의 마더 리더십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장면이었습니다.
해당 사진의 경우 사측을 압박하기 위한 노조의 연출(?)이었다지만 내부의 극심한 노사갈등을 짐작케 했습니다.
물론 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싸고 '노조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와 금융당국의 압박에 '얼마나 부담이 크셨으면' 하는 안타까움도 함께 했습니다.
그동안 침이 마르도록 행장님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던 만큼 성과연봉제 도입이 현 정부의 중대 과제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천, 수만에 이르는 후배들의 격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할 수밖에 없는 행장님의 심중이야 제가 짐작조차 하겠습니까. '전부 내려놓으신 것 같다'는 내부 직원들의 전언에 고개만 끄덕일 뿐입니다.
사회경험도, 인생경험도 미천한 제가 어찌 행장님의 행보에 감놔라 배놔라 하겠습니까. 다만 다가올 이임식도 취임 때처럼 행장님과 후배들이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는 장면을 기대해 봅니다. 행장님의 발자취는 곧 한국금융의 기록이며, 수많은 후배들이 두고두고 곱씹게 될 또하나의 역사임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행장님의 마지막 모습까지 아름다우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거친 글, 너그러운 이해를 구합니다.
공인호 기자 @ihkong7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