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3개월물 기업어음(CP)금리는 2.04%까지 올랐고 단기자금시장에서 기업과 은행의 신용도 차이인 양도성예금증서(CD)와 CP의 금리 차이가 0.94%포인트까지 확대되는 등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를 보이고 있다.
앞서 코로나19 팬데믹에 단기시장 금리와 회사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일반 기업은 물론이거니와 제2 금융권을 중심으로 자금경색 현상이 나타났다.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면서 해외 운용사들의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 문제로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린 증권사들이 CP를 대거 처분해 자금 확보에 나서면서 CP금리가 급등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이번주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분기말 자금 수요 부담과 금융 불안 등으로 단기 유동성이 위축되고, CP 금리가 급등해 증권사들의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확산됐다"면서 "한은의 이번 조치는 기축통화국이 아니라는 현실을 감안한 최선책"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한은의 RP 무제한 매입과 대상 금융사 확대로 이전보다 많은 금융사들이 대량의 단기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한은은 지난 24일 RP매입으로 증권사와 한국증권금융에 2조5000억 원을 공급했다. 20일에는 1조 원 규모의 RP매입과 1조5000억 원 규모의 국고채를 매입했다. 여기에 더해 무제한 RP매입 조치를 추가로 내놓은 것이다. RP 대상기관도 기존 은행 16곳, 증권사 5곳에서 증권사 11곳을 추가로 포함시켰다.
한은이 RP 매입을 통해 금융사에 자금을 공급하면, 금융사들은 자금을 활용해 정부의 채권안정펀드 등에 참여한다. 한은이 공급한 자금 중 얼마를 각각의 프로그램에 투입할지는 금융사가 결정한다. 한은은 무제한 RP 매입을 통해 금융사가 요구하는 자금을 충분히 공급할 방침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자 기업어음매입기구(CPFF) 등을 설립해 1조달러 규모의 CP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채권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3개월간 무제한 RP 매입 조치를 통해 최근 우려가 불거진 증권사의 유동성 문제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례가 없는 유동성 무제한 공급은 시장의 기대를 훨씬 뛰어넘은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다하겠다는 의미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은의 강한 입장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얼마만큼의 유동성이 증권사 등에 공급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정책이 시장기대를 뛰어넘는 것은 맞지만, 증권사가 현재 보유한 채권들은 상당 부분 이미 담보로 제공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실제 한국은행에 RP를 팔고 얼마만큼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현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an091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