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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카드결제액 늘었지만 수익 악화 '주름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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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카드결제액 늘었지만 수익 악화 '주름살'

올해 1분기 카드 승인 금액 277조5000억원 11.5% 늘어
현대카드 제외 연체율 1%대
대손 충당금 적립 부담 가중

내수 회복세로 올해 1분기 카드 결제액이 급등했지만 카드사들의 순익은 되레 감소하면서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수 회복세로 올해 1분기 카드 결제액이 급등했지만 카드사들의 순익은 되레 감소하면서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수 회복세에 힘입어 카드 결제액이 전년 대비 크게 늘었지만 카드사들의 주름살만 깊어지고 있다. 버는 돈에 비해 나가는 돈이 더 많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조달 비용 상승과 지속적인 카드수수료 인하에 따른 역마진으로 수익 악화에 허덕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삼성페이 유료화 전환에 의한 수수료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어려움이 갈수록 가중되는 모양새다.

6일 여신금융협회가 지난달 발표한 '2023년 1분기 카드승인실적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카드 승인금액은 277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 늘었다. 승인건수는 63억7000건으로 11.9% 증가했다.
카드 사용액이 급증한 요인 관련 여신금융협회는 숙박·음식점업 등 대면활동 중심의 내수 회복과 해외여행 정상화에 따른 관광객 증가로 여행·여가 관련 산업 매출이 상승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매출 증가에도 카드사들의 한숨은 계속 되고 있다. 지난해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조달 비용이 급등한데다가 연체율 상승으로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도 커져 비용 지출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여전채(AA+) 3년물 금리는 지난해 4분기 6.1%까지 치솟았다가 올해 1분기 4.3%로 내려앉았다. 올해 들어 한은이 3회 연속 금리 동결을 결정하면서 안정세를 보이지만 4%대도 카드업계 입장에선 여전히 버겁다는 입장이다.

연체율이 늘면서 카드사들의 대손충당금 적립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카드사의 카드대금, 할부금, 리볼빙, 카드론, 신용대출 등의 1개월 이용 연체율은 0.95%를 기록한 현대카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1%대를 넘겼다. 카드사별로는 신한카드(1.37%), 삼성카드(1.10%), KB국민카드(1.19%), 롯데카드(1.49%), 우리카드(1.35%), 하나카드(1.14%) 순으로 집계됐다.

연체율이 급증함에 따라 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카드는 올해 1분기 총 7665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67% 증가한 수치다.

지속적인 가맹점 수수료 인하 또한 카드사의 수익 악화를 부채질하는 주요 요인이다. 국내에서 카드 수수료율은 지난 2012년 개정된 여전법에 따라 적격 비용에 기반해 금융당국이 산정하고 있다. 적격 비용 재산정 주기는 3년으로 금융위는 그간 네 차례에 걸쳐 카드 수수료율을 인하했다.
지난 2021년에는 연 매출 3억원 이하 영세업체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0.5%, 체크카드는 0.2%까지 내려갔다. 연 매출 3억~30억원 사이의 중소업체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1.1~1.15%, 체크카드는 0.85~1.25%로 산정됐다. 가맹점 수수료율이 계속 인하되면서 카드사들은 본업인 지급결제업에서 직격탄을 맞았다. 카드사들은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적자가 이어지는 이른바 역마진 구조에 놓여 있다고 아우성이다.

여기에 삼성페이가 유료화 카드를 꺼내 들자 카드사들의 한숨은 더 깊어진다. 삼성전자는 최근 카드사에 삼성페이 관련, 별도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된 기존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카드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사실상 삼성페이가 유료화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시각으로 바라본다.

한은은 '2022년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 현황' 조사 결과를 토대로 애플페이와 동일한 0.15%의 수수료를 부과할 시 카드사들이 삼성페이에 지불해야 할 금액이 한 해에만 101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여타 간편결제 업체들도 수수료를 받게 되면 카드사들의 수익 악화는 심화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현재 카드사들이 수익성 악화를 무마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서 데이터 사업에 뛰어들거나 해외 신흥시장으로 눈 돌리고 있지만 가시적 성과는 아직 미흡하다.

문제는 카드사들의 수익 악화가 소비자들에게 전가 될 우려가 높다는 데 있다. 그동안 카드사들은 수익이 악화되면 이에 대한 고육지책으로 고객에게 제공하던 혜택을 축소해 왔다. 최근에도 무이자 할부 기간을 축소시키거나 고객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혜자카드'의 신규 발급을 잇따라 중단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급등한 조달 비용 부담으로 이자 비용 등과 같은 지출이 많이 발생했다. 때문에 카드사들이 모집 비용이나 마케팅 비용 줄이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결국 무이자 할부 기간을 축소하거나 알짜 카드의 신규 출시 계획을 폐지하는 분위기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신규 사업도 이제는 이익을 내는 부분이 많지 않으므로 최근 카드사들이 고객 혜택 축소에 나서는 움직임은 불가피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손규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bal4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