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캐피털사, 자동차 대출 코드 잘못 분류…일부 고객 신용점수 급락
여신업계, 車 할부 규모 10조 원…영업에만 ‘몰두’, 사후 관리 ‘뒷전’
여신업계, 車 할부 규모 10조 원…영업에만 ‘몰두’, 사후 관리 ‘뒷전’

23일 여신업계에 따르면 현재 ‘신용정보 코드체계 개편’에 따른 오토론 소급적용 대상자는 약 1만3000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업권별로 보면 현대캐피탈이 가장 많은 4000명, 우리금융캐피탈 816명, 하나캐피탈과 KB캐피탈이 각각 3000명 수준이다. 카드사 중에서는 삼성카드(401명)가 유일하게 포함돼 있다.
개편된 신용정보 체계는 기존의 애매한 코드분류를 세분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 기존 코드체계에서는 자동차 대출을 신용대출과 담보대출로만 구분해왔다. 개편된 체계에서는 자동차 코드(01)를 추가해 자동차 대출임을 명확히 하도록 했다. 개편 이전에는 자동차 대출 코드가 없다 보니, 여전사 실무진들도 오토론 코드를 분류할 때 애를 먹었다. 신용대출을 담보로 분류하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됐는데, 이번 제도 개편을 통해 자동차 대출 코드가 추가되면서 대출 성격이 불분명했던 자동차 대출도 명확하게 분류하게 됐다.
금융감독원도 신용정보 코드체계와 관련해선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오토론 이용 고객들이다. 신용정보 코드가 재정비되면서 이전에 잡히지 않았던 신용대출이나 담보대출 등으로 대출 성격이 변화함에 따라 신용점수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신용점수를 되돌리긴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실무진 착오라 하더라도 오토론 이용 시 부여됐어야 할 코드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뿐이므로, 달라진 신용점수가 본래의 신용점수란 설명이다.
물론 이용자들의 신용점수 변화를 고려해 달라진 신용정보 체계를 소급 적용하지 않겠다는 회사도 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소급 적용할 경우 이용자들의 신용점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소급 적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라고 했다. 반면 나머지 업계는 이미 6월 말까지 소급 적용을 완료하고, 대상 고객들에게 신용점수 변동 가능성을 고지한 상황이다.
그러나 결국에는 현대캐피탈도 소급 적용하게 될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금융감독원이 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코드체계를 개편하고 업계에서 합의한 건데, 따르지 않을 경우 과태료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신업계 한 관계자는 “당국과 업계가 합의한 결과인데, 소급 적용하지 않는 게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의아해했다.
다만 일부 현업 실무진은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간 신용관리규약 상에서 명확하게 자동차 대출 코드를 명시하고 있지 않아, 업무에 혼선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여전사 한 관계자는 “신용정보원에서 자동차 대출을 명확하게 구분하라는 내용은 있었지만, 정작 세부적인 코드가 없어, 정확한 분류에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했다.
신용정보 코드 개편으로 인해 신용등급이 떨어진 고객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규모는 파악이 어렵다. 나이스신용평가나 올댓크레딧 등 신용평가사에 문의해야만 정확한 규모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여신업계 오토론 이용자들이 코드체계 개편으로 이전과 이후 다른 대출 과정에서 이차손 등의 손실을 입었다면 또 다른 문제로 불거질 수도 있다.
한편 국내 자동차대출 시장에서 카드·캐피털사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6개 전업카드사의 자동차 할부 금융 자산은 올해 1분기 10조3734억원으로 전년 동기(10조1769억원) 대비 1.93%(1954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캐피털사의 자동차 할부 금융 자산도 9.32%(2조5952억원) 늘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