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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돋보기]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의사 가운 벗고 초대형 보험사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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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돋보기]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의사 가운 벗고 초대형 보험사 키워

보험 문외한 우려 불식… 내실로 승부, 중장기 고객중심경영 결실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 사진=교보생명.이미지 확대보기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 사진=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은 국내 생보업계의 유일한 오너 최고경영자(CEO)로 보험사 대표로는 흔치 않은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주의 장남으로 태어난 신 회장은 서울대학 의과대학을 졸업한 이후 같은 대학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했다. 보험과는 전혀 접점이 없어 보였던 그는 암 투병을 겪고 있던 부친의 부름을 받아 교보생명의 경영에 참여하게 됐고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에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외환위기 극복... 위기에 빠진 회사를 구하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의사 가운을 벗고 보헙업에 투신한 신 회장은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교보생명을 초대형 보험사로 이끈 경영능력을 평가받고 있다.

신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은 시기인 2000년은 교보생명이 외환위기 여파로 인한 재무적 어려움을 비롯해 많은 시련을 겪고 있는 시기였다. 교보생명이 외환위기 이후 2~3년간 입은 자산 손실은 2조4000억여원에 달했고 회사는 2540억원의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다. 신 회장은 최고경영자가 되자마자 이 난제를 떠안아야 했는데 그가 40대 중반까지 보험에는 문외한이었던데다 경영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위기 상황 타개를 위해 고심했던 그는 대대적인 경영혁신에 착수하는 동시에 과감한 변화 경영을 추진했다. 외형경쟁을 중단시키고 질적 성장과 내실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운 것이다.

신 회장이 가장 중요시한 것은 고객중심경영이다. 이를 위해 그동안 만연했던 잘못된 영업 관행을 뜯어고치고 영업조직도 정예화했다. 마케팅 전략을 중장기 보장성보험 위주로 전환하고 경영효율 및 생산성 향상에 주력했다.

고객중심경영에 역점을 두기 위해 신 회장이 힘을 기울였던 것이 ‘평생든든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설계사가 보험 가입자들을 지속적으로 방문해 보장내역을 상기시키고 사고나 질병 여부도 확인해 놓친 보험금을 찾아주는 서비스다. 향후 보험업의 승패는 계약확보가 아니라 고객확보에 있다고 봤던 신 회장은 현장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고객중심영업을 뿌리내리기 위해 해당 서비스의 정착을 독려했다.

이와 더불어 신 회장이 강조했던 것은 정도 영업에 기반한 수익성 위주의 경영이었다. 신 회장은 취임 초기 국내 보험사들의 몸집 불리기 출혈 경쟁에 큰 회의감을 느꼈다고 한다.

당시 국내 보험사들은 질적 성장을 도모해 수익성을 증대시키는 것이 아니라 매출을 올리는 데에만 집중하며 외형 확대에 주력했다. 결과적으로 이 전략은 많은 보험 계약을 부실하게 만들었고 회사의 마진이 줄어들어 이익이 감소하는 결과를 낳았다.

신 회장은 이 같이 단기 성과에 치중한 실적 위주의 경영전략은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후 신 회장은 매출 확대 보다는 품질 위주의 영업 정책을 추구해오고 있다. 부실계약을 없애고 설계사들로 하여금 수익성이 낮은 저축성 보험보다 보장성 보험 위주로 판매할 것을 지도하는 등 품질 위주의 영업을 지향했고 이와 더불어 리스크 관리 능력을 강화했다.

매출이 떨어져 주위의 우려가 쏟아지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 결과 취임 당시 2500억여원의 적자를 기록하던 교보생명은 신 회장 취임 이듬해 1400억원의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그 이후 매년 4000~6000억원대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하는 초대형 금융사로 탈바꿈했다. 또한 무디스 8년 연속 A1등급, 피치 10년 연속 A+등급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금융권 최고 수준의 신용평가를 받고 있다.

교보생명의 비약적인 발전 배경에는 신창재 회장이 있었다는 평가다. 눈앞의 성과보다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성과 창출을 꾀했고 높은 수준의 이익을 지속적으로 내면서 주요 경영부문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했다. 이 뿐만 아니라 리스크 관리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해 기업가치가 상승하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신 회장의 노력과 뚝심 경영이 있었기에 적자에 허덕이던 기업이 생보 빅3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생명보험산업 위기 맞서 디지털 전환 사활


20년 동안 회사를 이끌면서 많은 경영성과를 이룩한 그지만 생명보험업이 위기에 직면하면서 많은 과제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올해 교보생명은 보험산업의 위기를 타개할 신 성장동력으로 디지털 전환을 꼽고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신 회장은 창립 65주년 기념식을 통해 고령화, 새 회계제도 시행, 빅테크의 보험시장 진출, 보험채널의 구조적 변화 등에 따른 환경 변화를 거론하며 “디지털 전환과 신사업 진출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디지털 기술·데이터를 활용한 고객경험 제고, 외부 파트너와 협업해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등을 보다 활발히 추진하라는 주문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교보생명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을 활용한 전략적 투자,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액셀러레이션, 사내벤처제도 등 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더불어 교보생명은 보수적인 보험사 조직문화를 깨고 수평적 문화를 조성하는 과제도 추진한다. 업무, 회의시 상대방의 직급 대신 영문 이름으로 부르는 새로운 호칭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일하는 방식 개선,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문화 실천, 희망직무 지원제도 도입 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교보생명은 ESG경영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교보생명은 생명보험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47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ESG채권 형태로 발행했다. 이와 함께 금융 소외계층을 배려하는 포용금융도 실천하고 있다. 또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세계적 탄소중립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신 회장은 지난 2021년 5월 교보증권,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등의 계열사들과 함께 탈석탄 금융을 선언한 바 있다.

또 신 회장은 올해 보험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2023 보험 명예의 전당 월계관상' 수상자로도 선정됐다. 이는 1996년 명예의 전당에 오른 부친에 이은 수상으로 세계 보험 산업 역사상 최초로 부자(父子) 기업인이 함께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진기록을 세운 것이다.

세계보험협회(IIS)는 “신창재 대표이사의 경영을 통해 교보생명은 대한민국의 가장 성공적인 보험사로 성장했고 ESG 및 지속가능 이니셔티브의 선두주자가 됐다”고 호평했다.

약력

△1953년 서울생 △경기고,서울대 의대(의학박사) △1987~1996년 서울대 의대 교수 △1993년 대산문화재단 이사장 △1996년 교보생명 부회장 △2000년 5월~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현).


손규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bal4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