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권이 '횡재세' 입법을 피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이자부담을 낮춰주는 조단위 상생금융안을 연내 발표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종노릇' 비판 이후 일부 은행에서 내놓은 1000억원 규모 상생안이 벌어들인 이자수익에 비해 턱없이 적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5대 금융그룹 합산 1조원 넘는 규모의 재원이 마련될 전망이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횡재세 관련 법안이 통과하면 은행권은 최대 2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상생금융 기여금으로 내야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지주 회장단과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서 금융당국 수장들은 은행의 역대급 이자이익을 거론하며 고금리로 고통받는 서민들의 고통을 강조했다. 금융당국도 반시장적인 횡재세에는 거부감이 커서 금융지주에 상생금융을 통한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단기간 급격히 늘어난 이자부담 등으로 우리 경제를 바닥에서부터 떠받쳐온 동네·골목상권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금융권, 특히 은행권은 역대급 이익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금융권의 역대급 이자수익 증대는 금융을 이용하는 국민들의 역대급 부담 증대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날 금감원이 발표한 '2023년 3분기 국내은행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국내은행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19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4조1000억원) 대비 38.2%(5조4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이 기간 누적 이자이익은 44조2000억원에 달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0조6000억원) 보다 8.9%(3조6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김 위원장은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횡재세 논의까지 언급하며 은행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금융당국으로서는 수많은 대내외 불확실성을 감안, 유연하고 정교하게 대응해야 하는 금융산업에 대해 국회 입법 형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다"면서 "결국 우리 업계가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달려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고금리를 부담하고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 분들의 절박한 상황을 고려해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의 범위 내에서 코로나19 종료 이후 높아진 이자부담 증가분의 일정 수준을 직접적으로 낮춰줄 수 있는,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을 업계 스스로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금융당국 수장이 횡재세를 피하는 게 낫다며 금융회사가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취약계층의 이자부담 경감 방안을 최대한 마련할 것을 요구한 셈이다.
이 원장 역시 "그동안 각 금융회사별로 상생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최근 국회에서는 산업의 근간을 흔들 만큼 파격적인 횡재세 입법 논의까지 거론될 정도로 여론이 나빠진 상황"이라며 "다행히도 과거 어느 때보다 우리 금융권이 양호한 건전성과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업계 스스로 국민들의 기대 수준에 부합하는 지원방안을 마련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주문에 8개 금융지주 회장들과 은행연합회는 자영업자·소상공인 이자부담 경감을 위해 사회적 역할 확대를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또 향후 발생할 이자부담의 일부를 경감하는 방식도 적극 검토한다.
이들 금융지주들은 은행 자회사와 추가 논의를 거쳐 국민들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세부적인 지원 규모 등 최종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연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