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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금융이 가계빚 자극] 서민·소상공인 도우려다 韓 경제 뇌관 건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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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금융이 가계빚 자극] 서민·소상공인 도우려다 韓 경제 뇌관 건드나

2조원대 상생금융에 가계부채 관리 '빨간불'
총선 앞두고 상생금융으로 민심 달래기 지적

김주현 금융위원장(앞줄 왼쪽 세 번째)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앞줄 왼쪽 두 번째)이 지난 27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기념촬영 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김주현 금융위원장(앞줄 왼쪽 세 번째)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앞줄 왼쪽 두 번째)이 지난 27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기념촬영 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 상생금융 압박에 따라 은행권이 2조원 안팎의 지원을 추진하면서 한국경제 뇌관인 가계부채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이미 올해 상반기 한국은행 기준금리 동결에도 정부의 압박에 못이겨 은행권이 금리를 내렸다가 가계부채 폭증 부작용이 드러난바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취약계층에 대한 빚 부담 경감이 부채에 대한 경각심 하락, 성실한 차주의 상대적 박탈감 유발 등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 상생금융 압박으로 한국경제 뇌관인 가계부채가 다시 들썩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은 지난 24일 기준 524조620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521조2264억원이었던 이들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3조3943억원 불었다. 이는 지난달 월간 증가폭(+3조3676억원)을 넘어선 연중 최고치다. 지난 2021년 10월(+3조7988억원) 이후 2년여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로 이 같은 속도라면 집값 폭등으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수요가 몰렸던 2020~2021년 당시의 월간 4조원대 증가폭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정책기조 변화가 미칠 영향이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종노릇' 발언으로 시작된 '상생금융 시즌2'가 가계부채를 다시 자극 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은행은 올해 들어 1월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5%로 한 차례 올린 이후 10개월째 묶어놓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들어 가계부채 증가세는 당국의 정책기조에 의해 크게 좌지우지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월 윤 대통령의 '돈 잔치' 발언으로 시작된 '상생금융 시즌1' 당시에도 당국의 압박을 못이겨 은행권이 금리를 자발적으로 내리자 시장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대출문을 두드렸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예외를 적용한 특례보금자리론 등을 내놓으면서 일각에선 한은의 통화정책을 정부가 무력화 시킨다는 지적도 일었다.

결국 취약계층 금융지원이라는 정책의 목적 자체는 선의지만 문제는 이로 인해 가계부채가 영향을 얼마나 어떻게 받을 것이냐는 점이다.

이번 상생금융이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지원에 집중되기 때문에 가계대출 증가세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하지만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의 올해 2분기 기준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1.7%로 세계 최상위권 수준이라며 절대 안심할 수도 없고 정책 기조를 함부로 틀어서도 안되는 상황"이라며 "한은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주는 정부 정책은 최대한 지양하고 부채 관리를 우선 과제로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증가세 뿐만 아니라 가계부채의 질을 저하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집중할 수록 이들이 감면받은 원리금으로 추가 대출을 늘려 부실대출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또 연체자들에 대한 과도한 지원은 '굳이 안 갚아도 되는 빚'으로 여겨 금융권 전반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으로만 금리를 깎아주게 되면, 저신용자가 고신용자 보다 대출금리가 더 낮아지는 금리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는 차주의 도덕적해이를 불러오고 은행의 신뢰도와 건전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