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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예금경쟁하면 '시중자금 쏠림'… 2금융 부실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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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예금경쟁하면 '시중자금 쏠림'… 2금융 부실 심화

한은 "과도한 수신 경쟁, 금융기관 안정성 흔들어"
개별 금융기관 건전성에 악영향 확인
시스템 리스크 전이 가능성은 "모니터링 중"
한국은행은 11일 발간한 '예금취급기관의 예금조달행태 변화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수신경쟁이 심화될수록 예금취급기관의 총자산수익률 변동성이 확대되며 수익 안정성이 저하된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은행은 11일 발간한 '예금취급기관의 예금조달행태 변화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수신경쟁이 심화될수록 예금취급기관의 총자산수익률 변동성이 확대되며 수익 안정성이 저하된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1금융인 은행들이 과도한 수신경쟁에 나서거나 금융위기가 촉발될 경우 단시간에 시중자금이 쏠려 저축은행, 상호금융권 등 2금융의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은행권이 예금금리를 올리면 안전성이 떨어지는 2금융은 더 높은 금리를 줘야 예금을 유치할 수 있어 부실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레고랜드 사태 때 채권시장이 공포에 휩싸이면서 시중자금이 안전한 은행채, 공사채 등으로 몰려 2금융권이 위기에 내몰린 점이 이같은 분석에 설득력을 높였다.
한국은행은 11일 발간한 '예금취급기관의 예금조달행태 변화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수신경쟁이 심화될수록 예금취급기관의 총자산수익률 변동성이 확대되며 수익 안정성이 저하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금융권 수신경쟁에 따른 영향을 보다 면밀하게 분석하기 위해 이뤄졌다.

레고랜드 사태는 지난해 9월 강원도가 레고랜드 보증채무를 떠안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한 채권도 부도날수 있다는 우려에 채권시장이 공포에 휩싸인 사건이다.

당시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미숙한 의사결정이 시장에 공포를 불어넣은 탓에 시중자금이 안전한 은행채, 공사채 등으로 몰렸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에게 은행채 발행 자제령을 내렸다. 문제는 주요 자금조달수단인 은행채 발행이 막힌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올려 필요한 자금을 조달했고 이에 저축은행 등도 따라 예금을 올릴수 밖에 없어졌다는 점이다. 결국 전 금융권이 도미노 처럼 수신금리 경쟁에 돌입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보고서는 단기적으로는 이러한 수신금리 경쟁이 예금자들의 편익을 제고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금융안전성을 해칠 염려가 크다는 분석이다.

은행권의 예금금리 스프레드는 지난해 3분기 0.83%포인트(p)로 2014년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비은행권이 예금금리 인상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4분기 1.42%p로 더욱 확대됐다. 예금금리 스프레드는 신규취급액 기준 가중평균 예금금리와 시장성 수신금리 간 차이를 말한다.

은행권이 예금금리를 올리자 은행보다 안전성이 떨어진다고 평가돼 더 높은 금리를 줘야 예금을 유치할 수 있는 비은행권은 금리를 더 올린 것이다.

이후 높은 수준의 예금금리를 통한 비은행권의 수신 행태가 지속됨에 따라 올해 상반기 중 늘어난 예금의 64.9%가 상호금융 및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에 예치된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은행권의 전년 동기 대비 예금 증가 규모는 124조7000억원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수신 경쟁 구도와 금융사 재무안정성 간 관계를 패널모형 을 통해 분석한 결과, 수신 경쟁이 심화될수록 예금취급기관의 총자산수익률 변동성이 확대되며 수익 안정성이 저하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아울러 예대금리차 수준이 낮은 예금취급기관은 총자산수익률뿐만 아니라 자본 관련 지표의 수준도 저하되는 점도 주목했다.

이는 시장원리에 따른 금융사들의 자율적인 자금조달 경쟁이 금융안정을 해친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과도한 수신경쟁이 금융당국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은행들에 의해 수신경쟁이 촉발될 경우 그 영향이 비은행권에 빠르게 전이되는 점을 고려해 평상시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예금만기, 재예치규모 등 유동성관리 상황을 한층 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재원 한은 금융안정국 은행리스크팀 과장은 "은행권으로부터 수신 경쟁이 촉발될 경우 대체 자금 조달 수단이 부족한 비은행권으로 수신 경쟁이 빠르게 전이되는 점이 두드러지게 관찰됐다"며 "평상 시 은행권은 예금 만기 등 유동성 상황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이 수신경쟁 자제를 권고했는데 그런 노력은 매우 중요했었다고 생각한다"며 "(금융당국의 개입이 없었다면) 예금금리가 더 오르면서 재무 안정성이 더 좋지 않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덧붙엿다.

다만 보고서는 이번 연구가 개별 기관의 재무건전성에 관한 것으로 수신 경쟁이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해석될 여지에는 선을 그었다. 유 과장은 "이번 연구 대상은 개별 기관의 재무 건전성에 관한 것이었고 시스템 리스크의 경우는 연구의 범위가 아니었다"면서 "개별 기관 재무 건전성 악화의 전이 가능성과 대출 연체율 등에 미치는 영향은 계속 모니터링 중"이라고 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