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피벗의 해 한국 경제의 길] 한미 금리인하 시계 돌아간다... 이르면 상반기 시동

글로벌이코노믹

금융

공유
0

[피벗의 해 한국 경제의 길] 한미 금리인하 시계 돌아간다... 이르면 상반기 시동

美 먼저 금리인하…韓은 美 뒤이어 인하 나설 듯
금리인하로 부동산·주식·채권 등 자산시장 대변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사진=AP뉴시스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를 맞아 글로벌 경제는 피벗(pivot·금리 인하 등 정책 전환)을 맞이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막대하게 풀린 유동성 축소를 위해 수년간 이어져온 고금리 한파가 끝나고 올해는 턴어라운드를 맞이할 전망이다. 주요 투자은행(IB)들과 연구기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르면 올해 1분기 금리인하에 나서 주요국 중 금융 완화가 가장 빠를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 통화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는 한국도 이르면 상반기 중 금리인하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금리인하 기조로 부동산, 주식, 채권 등 자산시장의 대변화도 예고됐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는 미국·한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금리인하에 나서면서 피벗의 해를 맞이하게 될 전망이다. 1일 오전 5시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오는 30일 예정된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현 수준(연 5.25~5.50%)으로 유지할 가능성을 84.5%(인하는 15.5%)로 제시했다. 이 확률은 3월 FOMC에서 13.5%로 낮아지고 6월은 1.3%까지 낮아진다. 사실상 시장에서는 연준이 올해 상반기 중 최소 한 차례 이상 금리를 내릴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시장의 이 같은 기대는 코로나19 위기 이후 급등세를 연출했던 인플레이션이 꾸준히 진화되고 있다는 점이 지표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2023년 11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하며 전월(2.9%)보다 상승률이 둔화됐다. 연준은 통화정책 결정에서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PCE 가격지수를 더 중요하게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채현기 흥국증권 연구원은 "지난 FOMC 회의 이후 확인되는 미 경제지표의 흐름은 파월 연준 의장이 시사한 바대로, 현시점이 금리인상 사이클 정점에 가까워졌다는 점을 증명해주고 있다"면서 "아직 연준이 제시하고 있는 물가안정 목표치(2%)와는 괴리가 크지만, 현재의 둔화 속도가 유지된다면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에 수렴해 나갈 것이라는 시장의 신뢰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리인하 시작 시기와 폭을 두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최근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은 '2024년 글로벌 경제여건 및 국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연준이 1분기까지 현재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고 2분기부터 금리인하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3월까지는 인플레이션 둔화 추이를 더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다.

글로벌 주요 IB들도 대체로 2분기를 예상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FOMC 이후 골드만삭스·소시에테제네랄·BNP파리바·JP모건·노무라·모건스탠리·뱅크오브아메리카·씨티 등 주요 8개 IB가 예상한 연준의 금리인하 시점은 골드만삭스(3월)와 씨티(7월)를 제외하고 모두 2분기(5월 또는 6월)였다.

연준이 상반기 중 금리인하에 돌입하면 한은도 기준금리 인하를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물가 목표(2%) 달성 시점을 올해 연말로 전망하면서 시장의 섣부른 금리인하 기대감을 경계하고 있지만, 내년 경제 성장세가 악화되고 고금리에 따른 부작용이 커질 것으로 전망돼 이에 대응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김용태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주요국 금리인상 기조 일단락에도 불구, 정책 시차로 이연된 통화긴축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취약점을 중심으로 고금리에 대한 부작용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며 "국내외 모두 고금리 부작용 우려가 부각되고 있으나 누증된 부채 부담, 낮은 통화정책 여력, 변동금리 중심 대출구조 등을 감안할 때 국내가 더 취약하다"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보기

다만 역대 최대로 벌어진 한미 금리차(2%포인트) 탓에 한은(2021년 8월부터 인상)이 미국(2022년 3월부터 인상)보다 먼저 금리를 올렸지만 금리인하 속도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은의 금리인하 시점을 예상한 글로벌 주요 IB 4곳 중 2곳은 2분기부터 금리인하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3분기)과 씨티(4분기)는 하반기부터 통화정책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일각에선 여전히 과도한 피벗(pivot) 기대감에 경계심을 드러낸다. 아직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등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막상 금리인하가 시작되더라도 인하폭은 시장의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또 이미 시장금리에 정책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된 만큼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 등 자산가격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도 적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연준의 6회 금리인하가 시장 가격에 반영돼 있으나 이는 역사적으로 경기침체일 때의 인하 속도로 경기가 나쁘지 않으면, 금리인하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은 낮다"면서 "미국에서 1990년부터 현재까지, 금리인하가 개시된 이후 12개월 동안 5회 넘는 인하가 단행된 1990년·2001년·2007년은 모두 경기가 침체에 빠졌던 때로 그 외의 인하기에는 인하가 진행된 기간도 비교적 짧고 횟수 역시 3~4차례에 그쳤다"고 말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교수는 "금리가 내리면 부동산 PF시장 안정과 집값 회복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것은 맞다"면서 "다만 부동산 가격은 금리 외에 공급, 정부의 규제, 시장심리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과도한 반등 기대감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