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사들의 자금줄이 마르면서 개발시장 도산 위험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동대문구 한 주택재건축현장 모습. 사진=뉴시스](https://nimage.g-enews.com/phpwas/restmb_allidxmake.php?idx=5&simg=2023121702122207233868af56dd711612622953.jpg)
시공부터 준공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시행사들의 자금줄이 막혀 도산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7일 금융권과 부동산개발업계 따르면 현재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공사가 중단됐거나 도산하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개발 업체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부동산 시장이 어려우니 일감 자체가 없고, 조달도 못해 도산하는 업체들이 많아졌다”고 위기 상황을 전했다.
이 과정에서 자금력이 있는 시행사는 직접 토지를 매입하거나, 그렇지 않은 업체들은 계약금만 내고 금융권에서 브릿지론을 빌려왔다. 이후 브릿지론 나오면 건축허가를 받고, 착공 준비를 하고, 이후 본PF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최근 개발업계에서는 공사비가 너무 많이 오르다 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결과가 발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리 인상으로 기존 브릿지론 금리도 오르며면서 비용 부담은 이전보다 수배 이상 커졌다. 개발사업에 따른 비용은 커지는데 수지는 계속해서 줄다 보니 본PF 전환도 전에 아예 사업을 포기하고 도산하는 상황이 발생한 셈이다.
실제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와 노무, 장비 등 직접 공사비의 가격변동을 측정하는 ‘건설공사비지수’는 3년 만에 30% 이상 증가하며 시행사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2023년 11월 건설공사비지수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지수(잠정)는 153.37로 전년 동월 대비로는 3.04% 올랐다.
이 지수는 2020년 11월 120.22에 불과했으나 이후 급등하기 시작해 3년 만에 27.5% 뛰었다. 다만 현재 얼마나 많은 시행사들이 도산했는지는 정확히 통계로 잡히지 않는다. 시행사들은 대게 프로젝트 하나가 마무리하면 법인을 바꾼다. 매출이 올라 발생한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서다.
시행사의 자금줄이 메마르자 도산위험은 건설사로 전이되기 시작했다.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개발수주를 따내기 위해 시행사와 건설사가 연대보증(책임준공) 하는 관행이 있다. 시행사가 금융권으로부터 받은 대출을 갚지 못하게 되면서 건설사로 책임이 넘어가게 된 것이다. 연대보증은 안 해도 되지만, 돈을 빌려주는 금융권 입장에서는 재무가 미흡한 시행사보다는 건설사를 보고 대출해주는 경우가 많다.
A대표는 “현대건설이나 DL 등 큰 건설사들은 단순시공을 많이 한다. 연대보증을 안 한다”면서 “반면 중소형 건설사들이 수주를 따내려고, 연대보증을 과도하게 하다 보니, 시행사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리스크가 전이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PF부실화로 인해 대출을 내준 금융권도 골머리다. 시행사 부실로 인해 브릿지론을 내준 금융회사들이 경·공매 처리에 돌입하는데, 선순위 채권자를 제외한 저축은행이나 증권사 등 중·후순위 채권자들은 대출 부실화 위험이 더 높다. 재무적으로 취약한 2금융권이 PF부실에 타격이 더 큰 것이다.
개발시장이 정상화하려면 분양시장뿐만 아니라, 금리 상황까지 안정돼야 한다는 게 업계 공통된 시각이다. 현재 브릿지론 만기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부실을 막고 있는데, 비용 부담만 가중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21년 하반기 이전까지 부동산 시장이 괜찮았던 시기에 시행허가를 너무 많이 내준 게 현재 시점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면서 “시행사의 자금난을 해소해주는 게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금리 안정이나 분양시장 활성화에 기대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