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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비교·추천 취지 무색①] ‘다이렉트’보다 비싼데 굳이 가격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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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비교·추천 취지 무색①] ‘다이렉트’보다 비싼데 굳이 가격 비교?

점유율 85% 삼성화재·현대해상 등 대형사, 보험료에 ‘플랫폼 수수료’ 반영
플랫폼 이용 시 자체 ‘CM’보다 보험료 높아…‘밥그릇 지키기’ 비판

보험 비교·추천서비스에서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플랫폼 요율을 보험사에 반영해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보험 비교·추천서비스에서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플랫폼 요율을 보험사에 반영해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9일 도입된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초기부터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자동차보험 시장을 주도하는 몇몇 대형 손해보험사들의 보험료가 자사 비대면 다이렉트 채널(CM)보다 높아 비교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손보사들은 플랫폼 수수료율을 반영해 보험료 수준이 CM채널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중소형 손보사들의 경우, 플랫폼 수수료율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대형 손보사들이 자체 운영하는 CM 경쟁력을 높이려고 의도적으로 수수료율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대형 손보사 4개사의 보험 비교·추천 플랫폼에 내는 모집 수수료율은 모두 3% 수준이다. 모집 수수료는 보험사들이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플랫폼에 내는 마케팅 비용이다. 이들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점유율은 무려 85%에 달한다.

그러나 문제는 대형 손보사 각 사가 운영하는 CM과 플랫폼이 비교 대상이 되면서 불거졌다. 보험사들은 그간 대면 설계사나 텔레마케팅(TM), CM 등 채널별로 다른 요율을 만들어 적용해왔다. 가입 채널별로 보험료가 달라지는 셈인데,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앞두고 ‘플랫폼 전용 보험료율’을 새로 도입하면서 자체 CM보다 되레 보험료가 높아지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4대 대형 손보사들의 상품을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통해 가입하게 되면 모집 수수료율 3%가 반영된 플랫폼 전용 보험료율이 적용되고 자체 CM 보험료보다 비싸지게 된다. 대형 손보사들이 이용자가 수천 만에 달하는 플랫폼 서비스에서 되레 ‘가격 경쟁력’을 포기한 배경은 ‘자사 CM 지키기’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근 CM 가입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비교·추천 플랫폼이 활성화되면 기존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채널별 개인용 자동차보험의 가입 비중을 보면 CM이 44.1%로 대면 채널 가입 비중(37.6%)을 앞선다. 20·30세대의 CM 선호가 높아진 영향이다.

당장 소비자 입장에서도 서비스 취지가 무색하다는 반응이다. 30대 직장인 A씨는 “보험료 부담을 낮추려고 가격 비교하는 건데, 별 차이가 없거나 비싸다고 하면 기존 보험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아무래도 자동차보험 특성상 서비스가 좋은 대형 보험사를 찾기 마련인데, 플랫폼 가입 시 더 비싸다고 하면 가입 유인이 크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중소형 보험사의 경우 CM과 플랫폼 수수료율을 똑같이 적용해 고객층 확대를 위한 절호의 기회로 여기는 분위기다. 손해보험협회 보험료 공시에 따르면 동일 조건으로 비교 시 메리츠화재, 롯데손보, 흥국화재, AXA손보, 하나손보, 캐롯손보 등의 자동차보험 가격은 플랫폼과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미흡한 인프라로 인해 대형사 중심의 자동차보험 시장이 재편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의 경쟁력은 사고 접수와 출동, 보상 인력 등 인프라 투자에서 나온다”면서 “보험사의 대응 능력이 중요한데, 가격만 보고 갈아탈 소비자가 얼마나 많을지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플랫폼 업계에서도 대형 손보사들의 마케팅 전략에 아쉬움을 나타낸다. 플랫폼 보험료율 적용으로 인해 모집 채널별로 보험료 차이가 더 심해져, 비교 취지가 무색해졌기 때문이다.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CM과 플랫폼 보험료 차이가 크지 않아야 하는데, 모집 채널별로 되레 가격 차이만 벌어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