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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ELS 사태 후폭풍] 은행들 ELS 판매 줄줄이 중단… '투자시장 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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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ELS 사태 후폭풍] 은행들 ELS 판매 줄줄이 중단… '투자시장 위축'

김주현(왼쪽)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김주현(왼쪽)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를 계기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 중단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은행권이 자의 반·타의 반으로 ELS 등 금융투자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 농협, 하나은행이 ELS 판매를 잠정 중단한 데 이어 KB국민은행, 신한은행도 30일 ELS 판매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

ELS뿐 아니라 홍콩 H지수를 포함한 모든 ELT(증권사가 발행한 ELS를 편입한 은행 신탁상품)와 닛케이225지수가 포함된 ELT 판매도 중단되는 등 당분간 은행권 금융투자상품이 위축될 전망이다.

◆당국 부정적 기류에 은행 ELS 판매중단 릴레이

30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 하나은행에 이어 국민, 신한은행도 ELS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국민과 신한은행은 모두 이날 오후 비예금상품위원회를 열고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라 ELS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홍콩 H지수 하락에 따른 ELS 상품 가입자들의 수조원대 손실이 우려되자, KB국민은행은 홍콩 H지수 ELS 상품을 취급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닛케이225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신탁(ELT) 상품 등은 판매를 이어나갔지만 결국 모든 ELS 판매를 중단했다.

전날에는 하나은행이 비예금상품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ELS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비예금상품위원회는 홍콩 H지수가 계속 하락하고, 금융시장의 잠재적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을 고려해 이같이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하나은행 관계자는 "추후 시장 상황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 후 비예금상품위원회 승인을 얻어 판매 재개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NH농협은행은 홍콩 H지수를 포함한 모든 ELT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ELT는 증권사가 발행한 ELS를 편입한 은행의 신탁상품으로 판매 주체에 따른 관리 방식만 차이가 있을 뿐 상품 자체는 ELS와 동일하다.

신한은행은 이달 초 선제적으로 닛케이225지수 포함 ELT 상품 판매를 중단한데 이어 이날 ELS도 전면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우리은행은 ELS 판매 전면 중단보다는 최근 닛케이225지수를 기초로 하는 상품의 녹인 배리어(손실 발생 구간) 기준과 쿠폰 수익률을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ELS 판매 전면 중단을 고려하는 것은 전날 국회를 찾은 금융당국 수장들이 사실상 은행의 ELS 판매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9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은행에서 ELS를 판매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가 나오면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개인적으로 (금융소비자보호법 도입이) 3년여 지난 시점에서 금융투자상품을 어떻게 분류할지, 어떤 창구를 통해 판매할지, 그 과정에서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대응하고 설명해야 할지 이번 기회에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DLF 사태에도 판매 열어뒀지만 또 원금 손실

금융당국이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 중단을 고려하는 것은 잊혀질 만하면 반복되는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 탓이다.

2019년 DLF 사태를 계기로 은행권의 파생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았지만, 결국 은행들의 요구에 ELS 신탁 판매 길을 열어뒀고, 다시 이번 홍콩 ELS 사태가 발생하면서 회의론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주로 은행 창구를 찾는 이들은 고령층이 대다수인데 성과 압박에 시달리는 은행원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65세 이상 고령투자자가 금융권 홍콩 H지수 ELS 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상품가입 과정에서 설명을 충분히 했고 사모펀드 사태 이후 강화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준수해 문제가 없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대규모 피해를 입은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집단소송에 나서는 등 사회적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다만, 전면 금지는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고 해서 ELS 상품 자체를 불법처럼 취급하는 것은 자본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어서다. 또 국내 은행권의 전체 이익 중 비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낮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은행들이 더욱 이자수익에만 치중하게 내모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ELS 상품은 금전신탁의 주요 수익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ELS 판매를 중단할 경우 금융소비자의 투자상품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원금 손실 우려가 없는 안전한 상품만 팔면 조용할 수는 있지만 '중위험-중수익' '고위험-고수익' 등 다양한 상품을 원하는 금융소비자들의 선택권도 존중해야 장기적으로 금융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