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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대미 수출 호조…흑자 장기화시 美 제재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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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대미 수출 호조…흑자 장기화시 美 제재 가능성"

"미 대선 등 향후 불확실성 커”
"중소기업 동반 진출 어려운 점도 문제"

17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17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2020년 이후 우리나라 총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높아지면서 대미(對美) 수출이 전체 수출을 견인하고 있지만 향후 불확실성은 어느 때보다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규모 대미 무역 흑자 기조가 이어지면 미국의 제재가 강화될 수 있어서다. 과거에도 미국은 대(對)한국 무역수지 적자폭이 커지거나 자국 산업 보호에 대한 여론이 고조될 때 각종 무역제재를 강화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미국 수출구조 변화 평가 및 향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우리나라 수출의 대(對)중국 의존도가 빠르게 하락하는 반면 대미국 수출 비중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미 수출 비중은 2011년 최저 수준(10%)을 기록한 후 꾸준히 증가하면서 지난해에는 18%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면서 올해 1분기 대미 수출액은 310억 달러로 지난 2003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대중 수출액(309억 달러)을 넘어섰다. 대미 무역수지 역시 2023년중 역대 최고 수준인 444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큰 폭의 대중 무역적자(-180억 달러)를 완충하는 역할을 했다.

부가가치 측면에서 보면 대미 수출 중요성은 더욱 높아졌다. 품목별로는 미국 내 친환경 제품 수요 증대와 인프라 투자 진행으로 전기차, 이차전지, 화공품 및 기계류 등이 크게 확대됐다.

한은은 대미 수출 호조의 원인으로 2020년 이후 미국의 견조한 소비와 산업정책에 따른 투자 확대에 우리 기업들이 기민하게 대응했던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2020년 이후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은 미국 내수와의 상관관계가 상당 폭 상승했는데 향후 미국 경제는 내수가 호조를 지속하면서 단기적으로는 대미 수출도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 기업들은 전기차 등 첨단 제품들이 새롭게 출시될 때마다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대한 수출을 늘려왔다는 평가다.
2000년대 초반 우리의 대미 수출은 컴퓨터·가전제품‧의류 등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제품들이 주도했으나, 2010년대 이후 스마트폰·전기차 등 첨단 제품들이 발명‧출시될 때마다 우리 기업들은 이에 적극 대응하면서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는 전략으로 대미 수출을 늘려왔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등 첨단 신제품이 출시되면 해당 제품들의 대미 수출 비중도 빠르게 증가했으며, 우리 대미 수출에서 소비재가 차지하는 비중도 30% 수준을 꾸준히 유지했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의 친환경 정책 추진에 따른 수요 증대에 적극 대응한 결과, 전기차를 중심으로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미국은 산업구조 특성상 수입중간재 투입비중이 낮고 생산비용은 높아 우리 기업들의 대미 투자에 따른 수출증대 효과는 점차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미국의 제조업 생산구조는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중심으로 자국 산업 투입비중이 높은 반면 수입유발률은 낮은 특성이 있어서다.

미국의 높은 생산비용으로 인해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동반 진출이 어려운 점도 대미 직접투자(FDI) 확대에 따른 수출 증가의 지속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았다. 실제 중국·베트남 등으로는 중소기업 투자비중이 40% 이상을 차지한 반면 미국으로는 이 비중이 20%를 밑돌고 있다.

남석모 한국은행 조사국 국제무역팀 과장은 "대미 직접투자가 대기업 위주로 진행될 경우 대기업은 미국의 중소기업이나 다른 기업들과 협조할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 위주의 생태계를 구축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대규모 대미 무역 흑자가 이어지면 미국 내 제재 여론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 당시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폭이 커지거나 자국 산업 보호에 대한 여론이 고조될 때 각종 무역 제재를 강화한 사례가 있어서다.

남 과장은 "향후 대미 수출 여건은 지금 올 연말에 있는 미 대선 결과와 그에 따른 산업정책의 향방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면서도 "트럼프 집권기의 정책이나 지금 후보로서 얘기하는 것들을 보면 트럼프가 좀 더 무역 제재를 강화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우리 정부와 기업은 최근의 양호한 대미 수출 실적에 안심하기보다, 통상정책적‧산업구조적 리스크에 집중하면서 이에 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통상정책 측면에서는 에너지‧농축산물 등에서 미국으로부터의 수입 다변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통상압력 완화뿐 아니라 공급선 다변화를 통한 에너지·먹거리 안보 확보와 중기적 시계에서 국내 물가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제언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