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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 검토' 첫 언급…이창용 "물가만 보면 인하 논의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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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 검토' 첫 언급…이창용 "물가만 보면 인하 논의 분위기"

금통위, '역대 최장' 금리 동결…"인하 시기 검토" 언급
금통위원 2명, '3개월 내 인하' 의견 개진
이창용 "차선 바꾸고 방향 전환할 준비"
수도권 부동산 가격, 가계부채, 환율 등은 변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이미지 확대보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연내 금리 인하를 예고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물가 안정만 봤을 때 금리 인하를 논의할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밝혔다.

11일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희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2월부터 12회 연속 동결로 역대 최장 기간 동결 기록이다.
이번 금통위에서 인하 소수의견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소수의견 없이 금통위원 전원이 동결 의견을 냈다.

지난 5월 회의 당시 금통위는 물가 경로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금리 인하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4%까지 낮아졌고 3개월째 2%대에 머물면서 한은의 물가 안정에 대한 자신감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하는 가운데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와 함께 성장, 금융안정 등 정책 변수들 간 상충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5월 회의 의결문의 경우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선 처음으로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기를 고려하고 있다고 예고한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날 금통위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가 가까워졌음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지난 5월에는 깜빡이를 켠 상황이 아니라 금리 인하 준비를 위해 차선을 바꿀지 말지 고민하는 상태였다"며 "이제는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상황은 물가 안정만을 봤을 때는 금리 인하를 논의할 분위기가 조성됐다"면서 "다른 어느 나라에 비해서도 물가 안정이라는 측면에서는 많은 성과를 이뤘다"고 말했다.

금통위원들이 생각하는 3개월 뒤 금리 수준을 시장에 공개하는 포워드 가이던스에서도 금통위원 6명 중 2명은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검토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엔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의견이 1명이었는데 2명으로 늘어났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6명 중 2명은 물가상승률이 낮아졌기 때문에 금리 인하 가능성을 논의할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의견을 냈다"면서 "반면 4명은 인플레이션 안정에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금리 인하 기대가 외환시장, 주택가격, 가계부채 등을 통해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더 점검하고 확인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라고 전했다.

다만 최근 금리 인하 기대로 시장금리가 내리고 수도권 부동산 가격 오름폭이 커지고 있는 것에 대해선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 물가를 제외한 다른 변수들이 금리 인하에 우호적이지 않다고도 강조했다.

이 총재는 또 "대다수의 금융통화위원이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에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의견"이라며 "이런 기대를 선반영해서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가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향 전환(금리 인하)을 언제 할 수 있을지는 가계부채, 수도권 부동산 가격, 환율 등 위험요인이 많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시장에선 한은이 이르면 8월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남은 통화정책 방향 회의는 8월과 10월, 11월로 3차례다.

현실적으로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가 어렵다는 점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늦어지면 금리 인하가 무산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한국(연 3.50%)과 미국(연 5.25~5.50%)의 정책금리가 상단 기준으로 역대 최대 수준인 2%포인트(p)까지 벌어져 있는 것을 감안할 때 한은이 미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