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ABL생명 통합 시 총자산 53조원…농협생명 ‘위협’
금융지주 외형확장 전략 따라 4·5위권 경쟁 심화
향후 하나금융, 생보사 M&A 추진 시 또 한번 지각변동
우리금융지주의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이후 생명보험업계 상위권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들이 통합하면 총자산 규모가 53조원으로 업계 5위인 NH농협생명을 위협하게 된다.금융지주 외형확장 전략 따라 4·5위권 경쟁 심화
향후 하나금융, 생보사 M&A 추진 시 또 한번 지각변동
보험업계는 현재 금융지주의 잇따른 비은행 외형 확대 전략으로 인해 중상위권 자리싸움이 한창이다. 앞으로 2금융권 유력한 원매자로 기대받는 하나금융지주마저 인수합병(M&A)에 참여할 경우 또 한번 자리바꿈이 일어날 수 있어 한동안 생보업계 지각변동이 지속할 거란 전망이다.
12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우리금융이 인수한 ‘동양생명·ABL생명’의 통합 이후 삼성생명·교보생명·한화생명 등 빅3 보험사를 제외한 4~5위 중상위권 생보사에서 외형 확대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금융지주는 현재 가칭 ‘우리라이프’, ‘우리금융라이프’ 등 상표를 출원하고 두 보험사를 통합하는 방안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 전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자산 규모는 아직 빅5 생보사에 들지 못한다. 동양생명의 총자산은 작년 말 기준 34조5472억원으로 국내 6위 규모 생명보험사다. ABL생명의 총자산은 18조7643억원으로 12위다.
동양생명의 경우 비록 한 계단 차이지만 현재 5위 생보사인 농협생명(53조2536억원)과 자산 격차가 무려 18조7064억원이나 난다. ABL생명(18조6651억원)과 합병하게 되면 총자산 53조2123억원으로 자산 격차는 크게 줄어들지만 여전히 빅5 상위권에 진입하긴 어렵다.
생보사 빅5 자리는 현재 삼성생명·교보생명·한화생명 등 빅3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작년 말 총자산 기준 삼성생명이 275조3211억원을 기록해 가장 앞서고 교보생명 122조4090억원, 한화생명 122조1350억원을 기록해 거의 수십 년간 최상위 시장 지위는 고착화됐다.
보험사들이 외형 확장을 하더라도 주로 4~5위권 진입을 노려야 하는데 사실상 이 자리가 가장 치열하다. 신한라이프도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합병을 통해 상위권 안착에 성공했고,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도 통합법인 KB라이프를 출범해 10위권에 진입했다.
우리금융은 보험사 운용자산을 우리금융 계열사인 우리자산운용에 위탁하는 등의 방식으로 그룹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순이익을 고려하면 상위권 진입이 어렵진 않을 거란 분석도 있다.
작년 동양생명의 당기순이익은 3102억원, ABL생명 1048억원을 기록해 양사 합산 약 4000억원이다. 같은 기간 농협생명 순이익(2461억원) 규모를 크게 앞선다.
동양생명은 건강보험 등 수익성 높은 보장성보험 상품 위주로 영업을 확대함에 따라 보험 부문을 바탕으로 우수한 수준의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투자 부문의 경우 다소 변동은 있지만 1000억원 이내의 안정적인 투자 이익을 확보하고 있다.
2024년 말 보험계약마진(Contractual Service Margin·CSM) 규모는 2조7000억원이다. 무저해지보험 관련 해지율 가이드라인 적용 영향에도 불구하고 2023년 말 대비 CSM 잔액이 증가했다.
생보사 자리싸움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비은행 강화 전략이 금융지주의 지상 과제로 부상하면서 ‘하나금융지주’ 역시 향후 추가적인 보험사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은 상대적으로 시장 지위가 열악했는데, 최근 외형 확장 전략에 따라 규모를 키우고 있다”면서 “이미 고착화돼 있는 최상위권 빅3보다는 중상위권 내에서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의 자리싸움이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