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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금융 M&A 양극화] 보험사 매물 ‘거래절벽’ vs 저축은행 인수 활발 ‘확장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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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금융 M&A 양극화] 보험사 매물 ‘거래절벽’ vs 저축은행 인수 활발 ‘확장 모드’

PF 리스크 정리, 저축은행 거래 성사 ‘러시’
보험사, K-ICS·적기시정조치에 인수자 실종
저축은행 M&A가 활발한 가운데 보험사의 경우 마땅한 원매자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DB이미지 확대보기
저축은행 M&A가 활발한 가운데 보험사의 경우 마땅한 원매자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DB
올해 2금융업권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보험사와 저축은행의 명암이 뚜렷해지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저축은행들은 매각과 인수 기회를 통해 ‘몸집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보험업권은 기본자본(K-ICS) 비율 악화와 금융당국 규제 강화가 겹치며 매물은 쏟아지는데 인수자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구조적 정체가 이어지고 있다.

9일 2금융권 등에 따르면 올해 M&A시장에서 보험사와 저축은행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올해만 굵직한 거래가 연달아 성사됐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은 교보생명이 지분 50%+1주를 약 9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KBI그룹은 라온저축은행과 상상인저축은행을 잇달아 품었다.

최근에는 EQT파트너스가 애큐온캐피탈 지분 96% 매각에 착수하면서 애큐온저축은행 역시 시장에 매물로 등장했다. 애큐온저축은행은 대주주였던 EQT의 투자회수 성격이 강한 반면, 상상인저축은행과 라온저축은행은 PF 충격과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견디지 못해 매각으로 이어졌다.

SBI저축은행의 경우 교보생명과의 전략적 제휴가 핵심이다. 교보생명은 저축은행을 품은 뒤 사이다뱅크와 교보생명 앱을 통합해 약 370만 명 규모의 고객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예·적금을 보험 및 퇴직연금과 연계하고 보험금 지급 계좌로 저축은행을 활용하는 등 그룹 내부 자금흐름까지 연결하려는 전략이다.
반면 보험사 M&A 시장 분위기는 정반대다. MG손해보험 자산을 승계해 출범한 예별손해보험이 매각 공고를 앞두고 있지만, 정부의 공공자산 헐값 매각 방지 기조와 금융당국 검토 절차가 강화되면서 매각이 지연되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은 금융당국 경영실태평가에서 자본적정성 부문 4등급을 받으며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됐다.

KDB생명 역시 기본자본 킥스비율(K-ICS)이 –70%대까지 떨어진 상황으로, 자본확충 없는 M&A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예보가 100% 출자한 예별손보는 MG손보 인력의 절반만 승계하며 인건비를 줄이는 등 ‘몸집 줄이기’를 통해 매력도를 높이려 했지만, 부실 보험사 매물만 동시에 쌓이면서 인수 의향을 내는 후보는 좀체 나타나지 않는다. 실제 롯데손보 실사를 했던 한국투자금융지주까지 최근 금융당국 조치 이후 발을 뺐다.

전반적인 M&A 성과도 좋지 않다. 최근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에는 흥국생명과 한화생명 등이 참여했지만,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로는 중국계 사모펀드인 힐하우스가 선정됐다. 국내 보험사들이 인수전에 나섰음에도 결과적으로 중국계 자본에 밀렸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산업자본과 손잡으며 외형을 키우는 반면, 보험사들은 자본확충 부담과 규제 리스크에 막혀 매각·인수 모두 답보 상태”라고 진단하며 “특히 K-ICS 등 건전성 규제 강화로 추가 증자 부담이 커지면서 인수자도 매도자도 쉽게 움직이기 어려운 시장 분위기”라고 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