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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4 전쟁의 서막... SK하이닉스의 고요한 폭풍과 삼성의 하이브리드 본딩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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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4 전쟁의 서막... SK하이닉스의 고요한 폭풍과 삼성의 하이브리드 본딩 ‘도박’

2월 28일 양산 데드라인 넘어선 실전 수율의 승리... 전력 효율 40% 개선으로 하이퍼스케일러 매료
삼성 1c DRAM 성능 공세에 맞선 하이닉스 1b 안정성... TSMC 연합군이 그린 커스텀 HBM의 실체
SK하이닉스 신규 팹(Fab) P&T7 조감도. 사진=SK하이닉스이미지 확대보기
SK하이닉스 신규 팹(Fab) P&T7 조감도. 사진=SK하이닉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시계추가 급격히 요동치고 있다. 당초 업계가 우려했던 2월 28일 양산 타깃 데드라인은 하이닉스에게 위기가 아닌 폭풍전야의 고요였다. 삼성전자가 1c DRAM 기반의 성능 우위와 하이브리드 본딩이라는 차세대 카드를 꺼내 들며 패권 탈환을 선언하자, SK하이닉스는 검증된 1b DRAM과 어드밴스드 MR-MUF 공정의 완성도를 앞세워 파괴적 대응에 나섰다. 삼성이 제조 통합력을 내세운 턴키 전략으로 압박한다면, 하이닉스는 TSMC와의 설계 밀착도를 높인 커스텀 HBM4로 전쟁의 2막을 열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 동향에 밝은 전문가들에 따르면, 하이닉스의 행보는 단순히 삼성의 로드맵을 추격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하이닉스는 삼성이 추진하는 하이브리드 본딩의 초기 공정 불안정성과 고비용 구조를 파고드는 동시에, 전매특허인 MR-MUF 공정을 16단 적층에 최적화된 어드밴스드 플러스 단계로 격상시켰다. 삼성이 판을 재정의하려 한다면, 하이닉스는 그 판 위에서 고객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실질적 수율을 먼저 증명하겠다는 계산이다.

검증된 MR-MUF의 진화, 삼성의 하이브리드 본딩 장벽 뚫나


하이닉스가 양산 시점을 정밀하게 조율하며 공을 들인 것은 결국 실전 압축형 수율이다. 삼성의 하이브리드 본딩이 이론적으로는 칩 간 간격을 줄여 성능을 높이지만, 실제 양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팽창 계수 차이와 나노 단위의 오염 제어는 여전히 거대한 기술적 장벽이다. 하이닉스는 이를 정면 돌파하기보다 기존 공정의 방열 성능을 극대화한 신소재를 적용해 16단에서도 제덱 표준 두께인 775마이크로미터를 유지하며 성능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기술적 과시보다 공급 안정성을 최우선하는 빅테크들에게는 하이닉스의 안정적 혁신이 더 매력적인 카드가 되고 있다.

삼각 동맹의 결속, 파운드리 점유율보다 무서운 설계 최적화의 힘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모두 가진 턴키 전략을 강화하고 있지만, 하이닉스에게는 TSMC와 엔비디아라는 강력한 우군이 있다. 하이닉스 HBM4 전략의 핵심은 베이스 다이 설계 단계부터 TSMC의 최첨단 로직 공정을 깊숙이 이식하는 것이다. 삼성의 내부 통합보다 무서운 것은 업계 표준을 주도하는 기업들 간의 강력한 결속이다. 하이닉스는 TSMC의 패키징 기술인 CoWoS와의 정합성을 완벽에 가깝게 끌어올려, 삼성이 솔루션을 조율하는 동안 이미 최적화가 끝난 제품을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에 즉각 투입할 준비를 마쳤다.

커스텀 HBM4, 메모리 회사를 넘어 시스템 설계자로의 도약


하이닉스의 승부수는 단순히 칩을 파는 데 있지 않다. 하이닉스는 고객사가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AI 연산 구조를 메모리 하단 로직 다이에 직접 설계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개방하고 있다. 이는 삼성이 하이브리드 본딩으로 물리적 연결에 집중할 때, 하이닉스는 논리적 연결과 아키텍처의 유연성에 집중했음을 의미한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삼성의 규격화된 방식보다 자신들의 가속기 성능을 극대화해 줄 하이닉스의 커스텀 방식이 AI 경쟁력 확보에 유리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수율은 기본, 전력 효율 40% 개선이라는 새로운 전선


AI 데이터센터의 최대 적은 성능이 아니라 전력 소모와 발열이다. 하이닉스는 HBM4 양산 과정에서 저전력 특성을 극대화한 신규 설계 공법을 도입했다. 삼성이 하이브리드 본딩을 통한 극한의 성능 향상에 매진하는 사이, 하이닉스는 TSMC 로직 공정 시너지를 통해 동일 성능 대비 전력 소모를 이전 세대보다 40% 이상 절감하는 기술을 완성했다. 이는 대규모 인프라를 운영하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운영 비용 절감 요구를 정확히 관통하는 성과다. 이제는 누가 더 빨리 만드느냐를 넘어 누가 더 효율적으로 오래 버티는 칩을 공급하느냐의 싸움이 되었고, 하이닉스는 여기서 다시 한번 격차를 벌렸다.

현장의 목소리가 경영을 압도하는 엔지니어 중심의 속도전


삼성전자가 조직 개편을 통해 통합 솔루션을 모색한다면, 하이닉스는 이미 현장 엔지니어들의 의사결정이 경영진의 승인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구조를 정착시켰다. HBM4 수율 확보 과정에서 발생한 미세한 오차들을 실시간으로 수정하고 TSMC와 즉각적인 피드백 루프를 돌릴 수 있었던 배경이다. 하이닉스는 상징적 날짜에 연연하지 않고 완벽한 품질의 제품을 단숨에 쏟아내는 전략을 택했다. 삼성이 던진 하이브리드 본딩 승부수가 시장에 안착하기도 전에, 하이닉스의 고수율 제품이 시장을 선점하며 삼성의 반격 시나리오를 무력화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