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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막히자 은행도 대기업 쏠림…비우량·지방中企 돈줄 마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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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막히자 은행도 대기업 쏠림…비우량·지방中企 돈줄 마른다

상반기 일반회사채 발행 31.5% 급감…AA-급 금리 4%대 중반
5대 은행 기업대출 증가분 58% 대기업 몫…中企 생산금융 78.5% 담보·보증
수도권 기업대출 첫 1000조 돌파…최근 1년 증가율 지방의 두 배 넘어
금리인상에 따라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들이 은행문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 기업고객 상담 창구.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금리인상에 따라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들이 은행문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 기업고객 상담 창구. 사진=연합뉴스
고금리 여파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의 자금조달 수요가 은행 대출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 자금마저 대기업과 담보·보증 대출, 수도권 기업에 집중되면서 비우량 기업과 지방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오히려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금융권과 한국금융연구원 분석 등에 따르면 회사채 발행이 급감한 가운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 기업대출 증가액의 58%가 대기업에 공급됐다. 생산적 금융 명목의 중소기업 대출도 10건 중 약 8건이 담보·보증부였고, 수도권 기업대출 증가율은 지방의 두 배를 웃돌았다. 회사채 접근성이 낮은 비우량 기업과 지방 중소기업에는 은행을 통한 자금 조달도 쉽지 않은 구조인 셈이다.

올해 상반기 무보증 공모 일반회사채는 약 6조 원 순상환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집계에서도 상반기 일반회사채 발행액은 25조9052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1.5% 감소했다. 기준금리 인상 기대와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이 겹치면서 회사채 조달 여건이 악화한 영향이다. 3년 만기 AA-급 회사채 금리는 지난해 말 3.476%에서 지난달 말 4.653%로 117.7bp 올랐다. 반면 우량 대기업의 은행 대출금리는 4%대 초반에 머물면서 회사채보다 은행 차입이 유리해졌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업대출 잔액은 877조7085억 원으로 1년 전보다 47조932억 원(5.7%) 늘었다. 증가액의 58%가 대기업에 돌아갔다. 대기업 대출은 192조2550억 원으로 27조3256억 원(16.6%) 증가해 중소기업 대출(개인사업자 제외) 증가율 5.5%의 3배를 웃돌았다.
회사채 발행도 신규 투자보다 기존 빚을 갚기 위한 차환에 치우쳤다. 일반회사채 가운데 차환 목적 발행 비중은 2021년 53.6%에서 지난해 79.6%까지 높아졌고 올해 1~5월에도 77.3%에 달했다. 상반기 시설자금 목적 발행액은 9200억 원으로 사상 처음 1조원을 밑돌았다.

문제는 은행 대출이 대기업과 담보·보증을 갖춘 중소기업으로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이 지난 5월 말까지 생산적 분야에 공급한 자금이 150조 원이라고 밝혔지만, 5대 은행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생산적 금융 명목으로 취급한 중소기업 대출의 78.5%는 담보나 보증을 낀 대출이었다. 전체 기술금융에서 5대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6월 60%에서 올해 6월 50%로 낮아졌다.

지역별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5월 취급점 소재지 기준 국내 예금은행의 수도권 기업대출은 1005조5704억 원으로 처음 1000조 원을 넘어섰다. 최근 1년간 수도권 대출이 5.9% 증가한 반면 지방은 2.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체 기업대출에서 수도권 비중은 역대 최고인 67.6%까지 상승했다. 은행 기업대출의 75% 이상이 중소기업 대출이라는 점에서 지방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이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분석이다.

회사채 발행이 줄면서 기업들은 은행 대출과 단기금융시장 조달로 대응하고 있다. 기업의 단기 조달 수요에 증권사의 단기자금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올해 1~5월 일반 CP와 단기사채 발행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17.5%, 99.5% 증가했다. 다만 단기 차입 의존도가 높아진 상태에서 금리가 추가로 오르면 차환 위험도 커질 수 있다.

김남종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향후 본격적인 금리인상 사이클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단기금융시장 유동성 악화 및 차환 리스크 확대 가능성을 점검하는 한편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운 비우량 영역의 회사채 수요 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