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출신으로 전남여고와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박 전 대행은 YWCA연합회 총무와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사무처장, 한국여성재단 이사장을 지내는 등 평생을 여성운동에 헌신하며 큰 족적을 남겼다.
특히 지난 1986년 전두환정권의 여성인권 유린을 단적으로 드러낸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때 여성단체연합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이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198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의 TV찬조연설자로 나와 이름을 날렸으며, 이듬해 13대 총선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만든 평민당의 전국구 1번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정치권의 격랑 속에 평민당 부총재 및 총재권한대행, 민주당 최고위원 등을 지냈다.
일찍이 환경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 유엔환경개발회의 한국위원회 공동대표, 여성환경연대 으뜸지기, 한국환경·사회정책연구소 이사장을 맡았으며 '김대중정부'에서는 대통령 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시절 `100인 기부릴레이'를 주도하는 등 기부문화의 전도사로 활동했다.
빈곤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아시아 위민 브리지 두런두런'을 창립했으며, 현재 장학재단 '살림이' 이사장을 맡는 등 사회공헌에도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비롯해 국민훈장 모란장, 한국여성지도자상 대상, '올해의 환경인상', '올해의 여성상' 등을 수상했다. 지난 1996년 별세한 민중신학자이자 인권운동가였던 안병무 전 한국신학대 교수가 배우자였다.
빈소는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 02-2227-7550)에 마련됐다. 발인은 20일 오전 7시30분, 장지는 마석 모란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