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역사 후퇴시키는 그 입들 좀 닫으시라"

공유
0

"역사 후퇴시키는 그 입들 좀 닫으시라"

손병두 '유신 찬양' 등 사회갈등 유발 발언 이어져

[글로벌이코노믹=김종길기자]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생각의 차이를 넘어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반동적 발언들을 쏟아내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10.30 재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에 잇달아 터져나오는 이념적 발언들은 어려운 경제상황에 더해져 불필요한 사회갈등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6일 오전 서울 국립현충원에서는 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34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손병두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말하는 형식으로 낭독한 추도사를 통해 “우리 서민들은 ‘간첩이 날뛰는 세상보다는 차라리 유신시대가 더 좋았다’고 부르짖는다”고 발언했다.
물론 박근혜 정부에 대한 야권 일부의 비난에 대한 반박이자 발화 주체를 ‘우리 서민’으로 바꿔놓기는 했지만 서강대학교 총장까지 역임한 지도층 인사의 입에서 나와야 할 말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앞서 25일 서울 강남 나들목교회에서 열린 ‘박정희대통령 추모예배’에는 한 원로목사가 500여 명의 신도들 앞에서 “하나님도 순종하라며 독재했다. 우리나라도 좀 독재를 해야합니다!”라고 발언했다는 것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유신 찬양 발언은 25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 전 대통령 생가에서 열린 서거 34주기 추도식에서도 이어졌다. 새누리당 심학봉 의원은 추도사에서 “아버지 대통령 각하”,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34년이 됐다”, “아버지의 딸이 대통령이 됐다” 등의 찬양 발언을 했다. 김관용 경북지사는 5·16 쿠데타를 ‘구국의 결단’이라고 규정했다.

이같은 발언들에 대해 재보선 선거구인 화성시 향남에 사는 강영석씨(50)는 “‘무지한 인간들의 생떼’라느니 ‘독재를 해야한다”는 등의 시대착오적 발언들도 그렇지만 지금 죽을 각오로 살고 있는 서민들이 유신시대를 그리워 한다는 발상이 문제”라며 “선거를 앞둔 시점에 이같은 발언은 선거법 위반 아니냐”고 반문했다.

민주당도 즉각 구두 논평을 통해 손 이사장의 발언을 비판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유신독재가 종결된 10.26 사건 34주년에 유신독재 찬양 목소리가 나왔다”며 “국민들은 이에 대한 집권세력의 책임은 없는지, 헌법 불복세력들과 현 정부가 아무 관계가 없는지를 묻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주의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이라고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유신은 잘못된 과거’라고 인정한 상황에서 이를 부정하는 잇단 발언들은 현 정권의 통치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한 언론인은 “민주주의 가치를 고양해야 할 시대에 유신 찬양 목소리를 높인다는 것은 집권세력이 사회를 보수화시키려는 의도와 맞물려 있다”며 “이같은 생각들을 수용하기 버거워 하는 젊은 세대들과의 세대 갈등, 평등을 추구하는 진보층과의 이념 갈등, 하루하루의 삶조차 힘들어하는 사회적 약자와 서민층과의 계층 갈등 등을 유발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복지와 경제민주화가 후퇴하고 국사 교과서 검정 통과, 남발되는 ‘종북’ 딱지 등 퇴행적 아젠다들이 사회 전면에 등장하는 상황이라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는 “유신독재 때나 적용 가능했던 이슈들을 이미 이를 수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준이 높아진 국민들에게 매우 거칠고 투박한 방식으로 식재하려 하고 있다”며 “이같은 정권의 독주는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티즌들 역시 “새누리당 심학봉 의원이란 분 ‘아버지 대통령 각하’ 박정희 추도식에서 한 말이다. 이쯤 되면 북에서 어버이 수령하는 것과 뭐가 다르지?” “이러다가 일제 강점기가 좋았다는 얘기까지 나오겠다” “유신시대는 특권층에게나 좋은 시절이었다” "지도층이라며 권리만 있고 책임감은 없나? 역사 퇴행의 그 입들 좀 닫으시라" 등의 격한 비판을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