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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지표 호조 불구 시장선 아직도 찬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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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지표 호조 불구 시장선 아직도 찬바람

[글로벌이코노믹=김종길 기자] 최근 거시경제 지표들이 부쩍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산업 및 생활 현장에서는 아직 체감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많다. 지표와 실물의 상대적 괴리감 확대로 인해 경제의 성과를 일부만 향유하는, 이른바 '트리클다운 효과 부재'에 대한 지적도 높아지고 있다.

3일 경제계 등에 따르면 최근 우리 경제가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한 시그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은 월간 기준으로는 처음 5백억 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수출이 크게 늘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성장세를 이끈 건 스마트폰 등 무선통신기기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신제품 출시 효과가 컸다.

자동차 수출도 20% 넘게 늘어고 부품 소재 수출도 호조를 보였다. 이에 따라 수출액은 1년 전보다 7.3% 늘어난 505억 달러를 기록, 한 달 수출액으론 사상 처음 5백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 추세라면 수출과 수입을 더한 전체 무역 규모도 3년 연속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산업자원부 남기만 무역정책관은 "9월에는 일 평균 수출액이 22억4천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넘어선 데 이어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3분기 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1.1%로 지난 2010년 1분기와 2분기 이후 13분기 만에 처음 2분기 연속 1%대를 상회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3분기 GDP 성장률은 3.3%로 지난 2011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수출이 전분기 대비 0.9% 감소했지만 내수 부문의 성장기여도가 1.6%를 기록하면서 -0.5%의 기여도를 기록한 수출 부진을 충분히 만회했다. 특히 민간소비가 전분기 대비 1.1%,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하면서 성장을 견인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중국, 유로존, 신흥지역에서의 대외 수요 회복 가능성이 커지고 그동안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내수 부문이 추경 효과 등으로 인해 강한 모습을 보여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설비투자도 부진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여주고 오는 5일로 예정된 한국은행의 '10월말 외환보유액' 공개도 그간 추세로 볼 때 유로화 가치 상승 등으로 다시 한번 사상 최고치 기록이 예상된다.
또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우리나라의 경상흑자는 총 422억2천만달러로 집계됐다. 반면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폭은 같은 기간 415억3천만달러로 한국보다 7억달러 가량 적었다. 따라서 올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폭이 일본을 처음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연중 누계 기준으로 한국이 일본보다 많은 경상흑자를 거둔 것은 1980년 이후 최초다. 한은 측은 "지난해 말 이후에는 일본의 '아베노믹스'로 엔화가치가 40% 가량 절하되며 경상수지의 달러 환산액이 줄어든 탓이 크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흑자폭은 293억9천만달러→260억7천만달러→431억4천만달러로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경기회복 신호로 체감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작기계 생산업체 (주)부림의 박한충 사장은 "기업, 특히 중소기업들의 경영 환경은 23년 업력 중 최근 2년간이 최악"이라며 "경기가 좋아진다는 것은 현장에서는 체감 불가능한, 남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새로운사사회를여는연구원 김병권 부원장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대기업, 수도권, 고소득층 등 생산성 높은 부문에 지원해 그 성장의 과실을 골고루 나누는 정책을 강조했지만 과실의 공유는 없었다"며 "일부 대기업으로만 자본과 인력, 세제 혜택 등이 모여들뿐 경제 생태계 전반으로는 흘러들지 않는, 즉 적하효과(trickledown dffect)의 작동 불능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의 거시지표 회복을 경기 회복과 직접 연결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많다. 무엇보다 미국 양적완화 정책의 시행 시기와 규모, 그리고 환율이 변수다. 특히 원화 절상이 너무 빠르게 이뤄질 경우 수출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수출 회복 속도가 늦춰질 우려가 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이 대규모 경상흑자로 원화절상 압력을 받는 상황"이라며 "엔저 현상이 계속되면 수출·경상수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