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코노믹=김종길 기자] 2014년 갑오년 새해가 밝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120년 만의 갑오경장'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120년 전의 경장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성공하는 경장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이다. '경장(更張)'은 말 그대로 느슨해진 거문고 줄을 다시 팽팽하게 조인다는 뜻의 '해현경장(解弦更張)'이란 말에서 나왔다.
벌써 집권 2년차다. 그런데 며칠 전 발표한 ‘2014년 경제정책 방향’을 두고 말들이 많다. 솔직히 말해서 ‘기대 이하’다. 무엇보다 올해 경제성장률을 3.9%로 잡은 것은 왜 현 경제팀에 대한 교체 요구가 끊이지 않는지를 납득하게 하는 대목이다. 양적완화 축소와 엔저, 신흥국 성장 둔화, 유로존 성장 저하, 가계부채 등 각종 리스크를 무시한, 매우 비과학적인 ‘장밋빛 전망’에 불과했다. 잘못된 진단이 기반이 된다면 대통령이 말한 ‘퀀텀점프’는 있을 수 없다.
또한 대통령이 그토록 외쳐댔던 ‘경제민주화’는 어디로 가고 ‘내수 활성화’ 구호만 난무하는가? 올해 경제 정책 방향에서 경제민주화는 4대 주요 정책과제 중 ′경제체질 개선′ 항목에 겨우 포함됐다. 지난해 3월 내놓은 ‘2013년 경제정책방향’에서는 4대 주요 정책과제에 포함됐지만 이제 하위 과제로 밀려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신뢰를 강조해왔고 그를 통해 얻은 신뢰감이 당신을 그 자리에 있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선거 때 표를 얻기 위해 정치인들이 남발해온 그 것들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많은 국민들이 박근혜 정부는 이전 정부와는 다르니 국민과 대화하고 소통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해 국정 운영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기 어렵다. 그러니 더 실망할 수밖에 없다. 경제민주화를 위한 새 정책들은 제시되지 않았고 ‘갑을방지법’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분명 ‘증세는 없다’고 했건만 중산층 세금 폭탄 논란이 있었고 ‘낙하산 인사는 없다’고 했지만 연말까지 낙하산은 계속 투하됐다. 무엇보다 ‘기초노령연금과 장애인연금을 통합해 모든 어르신과 중증장애인에게 월 20만원을 주겠다’는 공약은 크게 수정됐다.
새 정부의 지난 1년은 무엇보다 소통 부재의 시기였다. 기자회견이 한 번도 없어 신년 기자회견 개최가 뉴스가 되는 나라가 돼버렸다. 많은 국민들이 의아해 한다. 얼굴에 칼을 맞고도 “대전은요?”라고 묻던, 그 멋졌던 정치인이 국정원 댓글 사건은 왜 쿨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화만 내고 있는지, ‘민영화가 아니다’는 주장이 먹히지 않는 원인이 정부에게도 있는데 왜 ‘법과 원칙’만 강조하는지, 각계에서 터져나온 대통령 퇴진 요구와 노동계와 의료계의 총파업 선언, 젊은이들의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말 속에는 분노마저 사치가 돼버린 서민과 청년들의 좌절이 묻어있음을 왜 모르는지 말이다.
모두 소통 부재가 원인이다. SNS홍보 운운하며 대국민 심리전이 필요한 때가 아니라 국민과의 일상적 소통을 고민해야 한다. 상자 안에서 보는 세상은 한계가 있다. 더구나 측근들마저 상자 안에 비집고 들어가 머리를 내밀고 대통령의 시야를 가리고 있으니 대통령이 볼 수 있는 세상은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다. 올해는 상자 밖으로 나와서 세상을 봐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일들이 있다. 무엇보다 과거 정부의 프레임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국정원 댓글 의혹이나 4대강 비리 등 과거 정권에서 있던 일을 대통령이 과감하게 나서서 털어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이 주장했던 원칙 있는 대한민국과 신뢰를 지키는 대한민국이 가능하다.
이명박 정부의 유산인 4대강 사업은 이제라도 ‘잘못된 정책’이었노라고 선언해야 한다. 그래야 나머지 4년이 무탈하다. 가계부채는 지금 못 잡으면 큰 일 난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라 점진적 금리 인상이 점쳐지는 상황인만큼 가계부채 증가는 막아야 한다. 공공기관은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 공공 부분의 비효율성이 국가경쟁력을 저해하고 그 막대한 부채가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특히 청년들과 중소기업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저소득층에의 조제분유와 기저귀 제공같은 미세 정책부터 무상보육, 4대 중증질환 보장, 기초연금 반값등록금 등 복지정책, 그리고 행복주택 건설, 학벌 및 스펙 사회 타파 등의 공약같은 대통령이 한 모든 약속들이 지켜져야 한다.
갑오경장에서 내세운 반상 차별 철폐, 문무 관원의 공평 대우, 연좌제 폐지, 공사노비 혁파 등은 근대화를 향한 조치였음에도 갑오개혁은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국민들이 고종 정부, 김홍집 내각을 믿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느슨해진 줄을 다시 조인다는 경장이 사회를 경직시키고 반대 세력을 억누르는 빌미가 되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