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석호의 확 깨는 'Awaken! English'(6)] 사전의 한계
[글로벌이코노믹=차석호 사법연수원 외래교수] 이번에는 언어의 근간이 되는 단어, 그중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동사와 명사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보자. 영어를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우리는 주어, 목적어, 동사의 형태를 학습하면서 명사, 동사, 형용사 등의 품사적 분류를 통해 단어를 인식해 왔다.상대적으로 영어 사전에 많이 의존하는 사람들은 동사에 명사적 뜻이 있기도 하고 명사에 동사가 포함되기도 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필요한 부분만 확인하고 자칫 지나치는 이 대목이 영어 학습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언어의 기본은 어휘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럼 많이 사용되는 어휘들을 통해, 명사는 동사라는 말의 뜻을 새겨 보자. 우리 일상에 가까운 명사라면 Table, Chair, House 등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몇 안 되는 이 단어들이 명사와 동사의 의미를 동시에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사전을 통해 하나씩 알아보자. 물론 여기에 제시된 어휘들 외에, 여러분에게 친근한 단어들을 종이에 써서 하나씩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그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영단어가 갖는 특성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Table만 해도 탁자라는 뜻 외에 '탁자에 놓다' 혹은 '진열하다'라는 동사적 의미가 있다. Chair도 회의를 주재하거나 높은 자리에 앉거나 또는 어떤 지위에 오른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는데, 우리가 회전의자에 앉았다는 말로 승진을 표현하는 것과 유사하다.
즉, 어떤 명사든 인간 생활과 연관된 제반 행위를 포함하고 있다는 말이다. 쉽게 설명하면 Sun이라는 단어만 해도, '태양'이라는 고유의 뜻 외에도 태양으로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동사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것이다. 태양으로 뭘 할 수 있을까? 태양으로 국을 끓이기는 어려울 듯하고 일광욕을 하거나 빨래를 말리거나 하는, 제한적 행위들이 태양을 이용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일 것이다.
사전도 태양에 대한 동사적 의미를 이렇게 나열하고 있다.
━ v. (sunned;sun·ning) vt. 햇볕에 쬐다, 햇볕에 말리다
━ vi. 일광욕하다, 햇볕을 쬐다
어떤가? 언어가 인간만을 위한 존재라는 점이 전제되면,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House라는 단어도 주거지라는 명사적 의미와 함께, 주택을 제공하거나 임시로 숙박을 시키는 등 주거를 제공하는 행위를 포함하고 있다. 특히 뱃사람들이 배를 정박시키는 행위도 Housing으로 표현하는 것처럼, House는 객지에서의 임시 주거보다는 삶을 영위하는 고정적 주거지라는 개념이 더 강한 듯 느껴지지 않는가?
앞에서 모든 명사는 인간 생활과 연관된 동사적 의미를 갖는다고 주장했지만, 간혹 뜻하지 않은 어려움이 닥치기도 한다. Desk가 대표적인 경우인데, 사전에는 명사와 형용사로만 나와 있고 동사는 찾아볼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아흔아홉 개의 단어에서 '명사=동사'라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desk 하나에 동사가 없다는 이유로 학생들의 불신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결국 5년 전쯤 desk의 동사적 의미가 등재된 사전이 나오기도 했지만, 아직 많은 사전엔 형용사까지만 표기되어 있다.
단순히 한 단어의 예이지만, 그렇다고 desk의 동사적 의미가 5년 전쯤에 시작된 것은 아니다. 우리말의 경우에도 '아~ 뚜껑 열리네!'의 '뚜껑'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속어로 '~열리네'와 함께 사용되어 화가 났을 때의 표현이라는 내용은 없다. 이렇게 온 국민이 모두 아는 말이 국어사전에 없다고 탓하기보다는, 사전이 갖는 한계를 이해하는 편이 속 편한 일이다.
언어가 살아 움직이는 생물에 비유되듯이, 언어는 매일매일 진화와 생성 그리고 퇴출이 되풀이되는 존재다. 따라서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받는 사전이 그 모든 변화를 제때에 수록할 수 없음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므로 학습자는 사전을 중심으로 그 뜻을 찾아 헤매기보다는 명사는 동사라는 명제에 충실해서 어휘의 실제 의미들이 자동적으로 인식되도록 하는, 바람직한 습관이 정착되어야 한다.
누군가 Schooling이라고 말하면 학교에서 행해지는 모든 행위가 연상되어야 하고, Taxing의 경우도 특정 지점에서 또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행위로 인식되도록 훈련해야 한다. 훈련이라는 말을 사용하니까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이 들겠지만, 사전적, 문법적 영어에서 탈피하는 것만으로도 매우 큰 효과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