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 불황형 흑자, 장기침체 초기 일본과 유사
한국 경제가 불안하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초기와 흡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16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불황형 흑자’라 지적했다.
김영준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경상수지 흑자 확대는 유가 하락과 고품질 경쟁력 회복 그리고 내수 부진에 기인한다”며 “해외투자 선호와 환율의 조절기능 약화로 불황형 흑자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경기 부진이 지속되면서 상품수출은 감소되거나 정체되는 반면 내수 부진, 유가 하락 및 원화 강세 등으로 수입규모가 상대적으로 축소되면서 경상수지 흑자폭은 확대됐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장기 경기 침체가 이뤄졌던 경로를 보면 ‘무역수지 흑자 확대->엔화 강세->일본의 해외투자 증가->해외자산 수입 증가->엔화 강세’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던 것처럼 이와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는 여러 방면에서 닮은 경향이 있다.
실제로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원/달러 환율은 2000원 넘게 치솟았지만 이후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확대를 기록하며 전일 종가 기준(25일) 1072.9원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테이퍼링과 일본의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은 원화 강세를 더욱 유도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내 기업들의 활발한 해외진출로 내수 시장이 더욱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제조업의 해외투자는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 일시적으로 감소한 것을 제외하고는 높은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는 일본의 장기 경기침체가 시작되기 전 많은 일본기업들이 점점 강세를 보이는 엔화를 등에 업고 해외로 눈을 돌린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에 전병서 경희대 China MBA 겸임교수는 “기업이 빠지면 사람이 빠지고 사람이 빠지면 돈이 빠진다”고 전했다. 이는 기업의 일자리 창출과 일자리 창출로 인한 소득개선이 소비확대로 이어지면서 내수를 부양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화’ ‘내수부진’ 등의 영향으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더욱 활발해지고 이는 다시 내수부진을 야기하는 악순환을 낳는다. 기업의 현지 생산력 증대가 기업의 환 위험을 줄여주는 긍정적인 면이 크지만 해외진출에만 지나치게 몰두할 경우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경제연구원은 고령화 및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노동의 생산성 약화와 투자수익률 둔화로 공급기반이 약화된 것 또한 일본이 장기 침체를 겪은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