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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자의 BACK담화] 어금니 아빠 이영학, 거대백악종 그리고 '위대한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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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자의 BACK담화] 어금니 아빠 이영학, 거대백악종 그리고 '위대한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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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이영학 블로그
[글로벌이코노믹 백승재 기자]
어금니 아빠 이영학에게는 '위대한 아버지'라는 수식어도 붙었었다. 그를 위대하게 만든 건 다름아닌 거대백악종이었다.

이영학은 지난 2008년 미국으로 떠났다. 딸의 거대백악종을 치료하기 위한 비용을 후원받고 있던 당시 이영학이 미국행을 결정한 것은 미국에 있는 후원자들 때문이었다.

이영학은 미국에 있는 후원자들이 후원하고 싶다는 1달러, 10달러를 송금할 때 우리나라 돈으로 4만원에 달하는 수수료가 붙는다는 사실을 알고 미국으로 가 직접 후원금을 전달받기로 결정했다. 그들에게 부담을 지게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당시 무직에 암환자였던 이영학은 비자 발급을 위해 미 영사관에 편지를 보내 읍소했다. 정식적인 서류 절차로는 비자 발급이 힘들다고 판단해서였다.

당시 미 영사관에서는 그의 사연을 읽고 비자 발급을 승인해 주었다. 당시 미 영사는 회신에서 이영학을 “Great father(위대한 아버지)”라 칭하며 딸을 위한 그의 헌신에 찬사를 보냈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과 그 딸의 사연이 처음 알려진 것은 2007년. 이영학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잊혀졌던 2008년 5월 가족 동반 자살을 생각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딸의 희귀질환인 거대백악종은 이영학 본인도 앓고 있는 병이었다. 그에게 ‘어금니 아빠’라는 별명이 붙게 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거대백악종 때문에 치아를 전부 제거해 어금니만 남게 된 것.

당시 거대백악종을 앓는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5명이었고 그중 2명이 이영학과 그의 딸이었다. 두 사람의 사례로 거대백악종이 유전질환이라는 사실이 학계에 보고됐다.

이영학은 ‘어금니 아빠’라 불리며 ‘어금니 아빠의 행복’이라는 책까지 출간할 정도로 유명세를 누렸다. 엄청난 후원도 쏟아졌다.

10년이 지난 지금, 어금니 아빠 이영학은 그토록 사랑하던 딸의 친구를 죽인 살인자가 됐다. 심지어 그의 딸 역시 살인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딸의 병을 위해, 딸의 아픔을 도우려는 이들이 행여나 불편할까 미국까지 날아갔던 ‘위대한 아버지’ 이영학은 이제 살인마 어금니 아빠가 되어 버렸다.


백승재 기자 tequiro071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