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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글로벌파운드리 인수 놓고 이재용 vs 최태원 진검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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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글로벌파운드리 인수 놓고 이재용 vs 최태원 진검 승부'

인수땐 단숨에 비메모리 강자 등극…“이번 경쟁, ‘진짜 왕좌’ 가리는 분수령 될 것”

최근 세계 파운드리 반도체 3위 기업인 미국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의 경쟁에 반도체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이미지 확대보기
최근 세계 파운드리 반도체 3위 기업인 미국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의 경쟁에 반도체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오만학 기자] 최근 제기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美 ‘글로벌파운드리’ 인수설(說)이 단숨에 반도체 업계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업계는 반도체 시장에서 영원한 맞수인 삼성과 SK하이닉스 중 글로벌파운드리 인수전에서 누가 마지막에 웃게 될 것인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하이닉스, 글로벌파운드리 인수 두고 ‘진짜 실력’ 가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15일 청와대에서 열렸던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요즘 반도체 경기가 안 좋다는데 어떻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이재용 부회장은 “좋지는 않습니다만 이제부터 진짜 실력이 나오는 거죠”라고 답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삼성이 이런 소리 하는 게 제일 무섭다”라고 말했다. 이날 대화는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의 위력을 우회적으로 인정한 발언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사업을 놓고 벌이는 미묘한 긴장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비(非)메모리 반도체 분야인 파운드리(foundry: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넓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을 강조하며 시스템반도체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반도체 위탁생산사업을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로 분사하며 비메모리사업을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특히 세계 3위 파운드리 업체 미국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놓고 이재용 부회장과 최태원 회장 간의 자존심 대결도 본격화되고 있다.

글로벌파운드리는 최근 7나노 이하 미세공정 개발을 중단하고 일부 팹 (fab:반도체 생산 설비) 매각과 인력 감축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2018년말 기준으로 대만 TSMC가 50.8%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 뒤를 삼성전자(14.9%), 글로벌파운드리(8.4%), 대만 UMC(7.5%), 중국 SMIC(5.1%)가 추격하는 양상이다.

최근 파운드리 시장 전망은 밝다. 시장분석기관 IHS마킷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올해 약 636억달러(약 71조원)에서 오는 2021년 약 737억달러(약 82조원) 규모로 꾸준하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TSMC는 일찌감치 비메모리 분야인 파운드리에 승부수를 띄웠다. 그동안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왕좌로 등극해왔던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는 전혀 다른 행보였다.

특히 TSMC는 7나노 기술을 기반으로 전자‧정보통신(IT) 대형 고객사들을 쓸어 담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TSMC는 올해 약 100여개에 달하는 7나노 칩 수주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TSMC가 이 주문을 통해 약 120억달러(13조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도체는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생산성과 성능이 좋아지는데 7나노 공정은 10나노보다 면적을 40% 축소할 수 있고 성능은 10%가량 개선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7나노 공정에 돌입한 기업은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균열 생긴 TSMC 아성…삼성·하이닉스, 왕좌 등극 기회 삼나

이렇듯 시장에서 ‘넘사벽(아무리 노력해도 자신 힘으로는 격차를 줄이거나 뛰어넘을 수 없는 상대를 가리키는 말)’으로 통했던 TSMC가 최근 악재를 맞으면서 아성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TSMC는 지난 1월 대만 남부 주력공장(팹14B)에서 비표준 화학제품 사용에 따른 300㎜ 웨이퍼 불량사고를 냈다. 특히 이 공장은 지난해 8월에는 악성 프로그램 랜섬웨어에 감염돼 생산라인이 중단되기도 했다. 관련업계에서는 이번 불량사고로 TSMC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1% 급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이은 사고로 업계 신뢰를 잃은 TSMC의 실적 하락폭이 시간을 거듭할수록 더 커질 수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시장에서는 최근 비메모리반도체 사업 확장 의지를 밝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번 TSMC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통해 비메모리반도체 왕좌 등극을 노릴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미 어느 정도 물밑작업이 진행돼왔다는 분석도 있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11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와 만난 것이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위한 수순일 것이라는 해석이 대표적인 예다. 글로벌파운드리는 현재 UAE 국영기업 ATIC가 지분 90%를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지난해 창사 이후 처음으로 현금 보유액이 100조원을 넘어서 글로벌파운드리 인수에 필요한 실탄이 충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SK그룹도 에너지, 건설사업 등을 진행하며 UAE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16년 UAE를 직접 방문한데 이어 지난해 초에는 한국을 찾은 UAE 행정청장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삼성과 하이닉스 중 어느 쪽이든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하면 단숨에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왕좌로 등극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반도체 위탁생산시장의 15%를 점유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하면 시장점유율이 23%까지 늘어나 1위 TSMC와 격차를 줄일 수 있게 된다. SK하이닉스 역시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땐 단기간에 반도체 위탁생산 점유율을 세계 3위권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중국 반도체기업의 파운드리 시장 진출 확대를 막는 1석2조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두고 다시한번 피할 수 없는 경쟁을 맞게 됐다”면서 “이번 인수가 반도체 ‘진짜 왕좌’를 가리는 진검승부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오만학 기자 mh38@g-enews.com